북한의 심리전 삐라 살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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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남쪽이 8일부터 분계선에서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확성기는 성능이 좋아서 북한 민경들이랑 1제대 군인들은 내용을 잘 들을 겁니다. 북한이 이에 대한 보복인지 12일 밤부터 남쪽에 삐라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풍선에 삐라 뭉치를 매달아 남쪽에 살포하는데, 겨울은 북에서 남으로 바람이 부는 계절이라 서울 북부까지 도달합니다. 내용을 보면 진짜 정말 북한스러웠습니다.

"우리의 존엄을 건드린 자들에게 차례질 것은 무자비한 보복"이라느니 "백두산 총대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느니, "함부로 짖어대면 무자비하게 죽탕쳐 버릴 것"이라느니 하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북한의 선전물 문구를 그대로 따서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건 심리전이라기 보단 협박문인데, 그런다고 "어이구 무섭다"고 할 남쪽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젠 그런 소리 수십 년째 남쪽을 향해 하다보니 여기 사람들도 만성화돼 있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씁니다. 이런 삐라를 벌써 100만 장 넘게 남쪽에 뿌렸는데 종이가 너무 아깝습니다. 올해부터 12학년제를 실시한다고 하던데, 이럴 종이가 있으면 교과서나 더 찍어 아이들에게 나눠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풍선에 매달아 날린 삐라 뭉치가 터지는 장치가 불량인지 통째로 떨어지면서 한 승용차 천정을 부셔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걸 보고 좀 웃었습니다. 북한 삐라에 맞아 자동차가 찌그러질 확률은 벼락을 열 번쯤 넘게 맞을 확률만큼 어려운데, 그걸 제가 보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 차주인은 황당했을 겁니다. 북한에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아마 정부에서 수리해주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남쪽에 차가 얼마나 많으면 삐라 뭉치가 떨어져도 승용차 지붕에 떨어지겠습니까.

과거에는 남과 북이 서로 삐라를 열심히 뿌렸는데, 1970~80년대엔 남쪽에선 삐라를 주어오면 공책이나 연필을 아이들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고 그냥 북한 삐라는 쓰레기로 분류돼 처리됩니다. 물론 북한도 남쪽에서 탈북단체들이 보낸 삐라를 쓰레기라면서 수거해 불태우겠죠. 하지만 불태우기 전엔 누군가는 내용을 볼 것이 아닙니까. 삐라는 그걸 노리고 보내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볼 때 남과 북의 삐라는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진실의 힘입니다. 북한은 죽이겠다는 협박만 가득 채워서 삐라를 날리지만, 남쪽 탈북단체가 보내는 삐라는 여러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 가득 차 있습니다.

가령 김정은의 엄마인 고용희는 재포 출신이라든지,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이가 여자들을 끼고 해외에 나가 외국 음악가의 공연이나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구경하는데 정신 팔렸다든지, 김정은의 호화로운 삶은 어떤지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터무니없는 비방 중상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문제는 북한 인민이 접할 수 있는 다른 내용은 다 진실이니, 김정은과 관련된 말도 진실이라고 유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도 늘 맞는 소리만 하니까 아무리 정치군관들이 "저 소리는 다 헛소리야" 해도 군인들은 믿지 않습니다. 남조선이 잘 산다는 것 정도는 알고 군대에 나오는 게 군인들이고, 집이 좀 잘 살아 남조선 물품 써봤다면 질이 얼마나 좋은지 알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남조선이 잘 살고, 북한 인민들은 고생하고 있다 하면 "그래 맞는 소리네"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으로 귀순한 한 민경병사가 이야기하는데, 감시근무를 나가면 멀리 남쪽 도로에 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리는 모습이 보인 답니다. 그런데 정치지도원은 "저기 차들은 다 가짜야. 일부러 저 도로만 차가 가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연극을 하는 거야" 이렇게 교육을 시키더랍니다. 하지만 몇 년 근무하면 병사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거기서 다니는 차들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하더군요.

아마 제가 하는 이 방송도 북한 당국이 듣는다면 "저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야"하고 말할 겁니다. 그런데 제가 거짓말하는 것 들어보셨나요. 직접 눈으로 보진 못해도 제가 진실을 말한다는 것 정도는 여러분들이 받아들이시라 확신합니다. 왜냐면 진실이란 것은 그런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과연 남쪽을 향해 삐라를 뿌리는 사람들은 "이 삐라를 받으면 남쪽이 흔들릴 것이다"고 확신하고 있을까요. 그들도 뭔가 북한이 잘 산다고 지어내서 심리전을 하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야 북한 입장에서 뭘 넣으면 좋을지 답을 못 찾겠습니다. 자기들도 그런 것을 아니까 협박만 넣는 것 아닌가 봅니다.

가령 북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또 김정은이 위대하다고 선전해봐야 여기선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해 북한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 잘 압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하는 말이 헛소리인지 아닌지 잘 알죠. 과거 1980년대엔 북한의 실정을 잘 모르니까 대학가에서 주체사상파니 뭐니 생겨났는데 이제는 절대 생겨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사정을 남쪽이 손금 보듯 알기 때문입니다.

반면 북한은 당국의 선전과 인민의 실제 삶이 하늘과 땅처럼 다른데, 남쪽에서 보낸 삐라나 확성기 방송은 바로 그 인민의 삶을 정확히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면 인민들이 노동당의 말을 믿겠습니까, 남쪽의 말을 믿겠습니까. 거짓 위에 쌓아올린 성은 아무리 굳건해 보여도 진실만 들어가면 언젠가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날을 위해 저도 이렇게 열심히 세상의 진실을 여러분들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확성기 방송이나 삐라는 전방에서나 듣고 볼 수 있지만, 제 목소리는 북한 깊숙이 저기 양강도와 함경북도에까지 도달해 진실을 전하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