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북한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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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어느 북한 주민과 통화를 하니까 이 추운 겨울 한밤중에 산속에 잠복근무까지 내보낸다고 하더군요. 군인도 아니고, 고작 적위대원 소속 일반인들을 한밤에 산속에 왜 매복을 시키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요즘 북한 정부는 전투준비동원태세니, 전투준비태세니 하면서 한달 넘게 주민들 들볶고 있습니다. 2월 16일 지나서 조금 나아질까 했더니 이번엔 또 준전시 선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걸 보면 김정은이 좀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지난주와 이번주 초에도 군부대를 4일 연속 찾아가 포병을 강화해야 한다느니, 항공육전병을 준비시켜야 한다느니 하면서 우뚜바 훈련도 참관했더군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여러분은 당장 전쟁이라도 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될 겁니다. 물론 전쟁이 난다고 하면 이기던 지던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겠으니 북한 주민 90%는 환영할 겁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기는 과거 핵실험 했을 때에 비교하면 완전히 조용합니다. 제가 예전부터 늘 했던 이야기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유엔이나 미국이 난리치고 떠들면 북한만 살판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국제사회가 전쟁이라도 일으켜 줄 것처럼 놀면 김정은도 준전시 상태니 뭐니 선포해서 국내 주민들에게 당장 전쟁이라도 할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핵실험 했다고 설마 미국이나 한국이 전쟁이야 하겠습니까. 그렇게 난리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점차 잊혀질 것이고, 그러면 북한은 김정은이 제국주의의 압박에 맞선 배짱 있는 지도자라고, 그 담력 앞에 원수들이 꼬리 내렸다고 선전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전쟁하지 않을 것이면 그냥 무시해버리고 떠들지 말라고 제가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그냥 혼자말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제가 있는 동아일보 칼럼에도 쓰고, 여러분도 아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사인 CNN에도 제가 칼럼을 썼습니다. 아무튼 제가 열심히 주장해서 그렇게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최근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과거보단 그렇게 떠들진 않습니다. 계속 상대해보니 경험을 통해서 떠드는 것이 별 소득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겠죠. 또 지금이 미국이나 한국, 중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정권들이 다 바뀌는 때라 정권 인계인수가 바쁜 판에 언제 북한의 핵 가지고 떠들 여유도 없다는 이유도 큽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외부에서 조용해주니까 북한이 저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논다는 것입니다. 아마 북한 당국은 핵실험 전에 이렇게 계산했을 겁니다. 이제 우리가 핵실험을 하면 유엔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가 들어올 것이고, 미국이나 한국도 군사타격을 한다는 등 위기감을 키울 것이다. 그럼 우리는 준전시로 화답을 할 것이고, 저들은 어차피 전쟁을 일으키진 않을 거니 결국 회담을 하자고 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김정은 장군의 용감한 담력 앞에 적이 굴복했다 이런 식으로 선전할 것이다. 이렇게 쫙 계획을 짜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싱겁게도 이쪽이 조용합니다. 좋기는 항공모함 정도가 동해나 서해에 들어와 주면 적들이 전쟁의 불을 지피려 한다고 떠들기 훨씬 좋겠는데, 항공모함은 고사하고 미국에서 고깃배조차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김이 팍 샜는데, 계획이 있는데 어쩝니까. 결국 북에서 저들 혼자서 노는 방법밖에 없는 겁니다. 아무 위협도 없는데도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전투준비동원태세니 뭐니 선포해서 달달 볶고, 준전시 한다고 선전하면서 밤에 산에 매복도 내보내고 이러는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전쟁 분위기인줄 알고 나무총 들고 이 겨울에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면 들어가는 사람들만 불쌍한 겁니다. 이제 봄부터 농사도 짓고 해야 하는데, 영농준비를 해야 하는 때에 참 잘 놀고 있습니다.

이쪽에선 이제는 북한 핵문제는 북한 체제가 바뀌어야 해결할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김정은 체제를 바꾸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러분 생각에 "아니, 우리도 인공위성 발사할 수 있고, 핵무기를 가질 수 있는 거지, 핵무기나 인공위성은 미국이나 중국만 가지라는 법이 있냐"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한국도 핵은 없지만 인공위성 발사를 합니다.

누구는 가질 수 있고 누구는 가질 수 없다 이러면 불공평하죠. 바로 이 점을 북한 정부가 파고들고 있습니다. 자기들은 수천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우리 보고 가지지 말라는 것은 제국주의자들의 오만이고 부당한 요구다, 우리는 이에 맞서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 이렇게 선전하면 여러분은 정의감이 발동돼서 "그래 맞다, 저런 횡포에 맞서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틀린 소린 아닌데, 문제는 북한이 그럴 처지인가 하는 거죠.

세계에는 핵을 가지려다 그걸 가지면 잃는 것이 너무 많아 포기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당장 한국도 그렇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든다면 평양 고위 간부들이 좋은 냉동기를 갖고 있는데, 여러분도 못 살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느 농민이 집안 재산 털어서 어떻게 하나 샀다고 칩시다. 그런데 당장 먹을 강냉이밥도 없고, 전기도 없는데 냉동기나 갖고 있어선 뭐합니까. 일상생활에서 자식에게 밥도 못 먹여 영양실조에 걸리게 한 가장이 재산 탕진해서 냉동고나 사고 있다면 그 가장은 미친놈으로 욕을 먹어 마땅한 겁니다. 먼저 가족을 굶어죽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의 첫째 임무입니다. 북한 정부가 그 미친 가장을 닮았기에 욕먹는 겁니다. 거리에 꽃제비가 널렸는데 그건 안보이고 인민이 죽던 말도 핵에만 빠져 있으니 이건 정의로운 게 아니고 정신 나간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