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가 새해 벽두부터 국제사회를 우습게보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수소탄 실험을 한 덕분에 사상 최악의 대북제재가 이번 주부터 시작되게 됐습니다. 이 방송을 즐겨 듣는 분들은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을 검색하고, 항공유 수출을 금지하며, 광물 거래를 차단하고, 자금줄을 차단하는 등 64개항에 이르는 다양한 조치가 담겨져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하늘길 바다길이 다 막혀 버립니다.
이번엔 칼날을 쥔 중국도 어느 정도 협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 단동에선 화물차 밑바닥까지 다 뒤져보고, 북한과 거래하던 중국 은행들도 손을 떼고 있습니다. 무역에서 송금을 못하고 현찰로 거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북한은 큰일이 난 것입니다. 더구나 중국이 광물 수입 금지까지 하면 북한이 입는 타격은 엄청날 것입니다. 지금 대외무역의 절반 가까이가 석탄을 중국에 판돈인데 이게 끊기면 대외무역이 한 순간에 반 토막이 날판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껏 제재 속에서 살아왔는데 이제 뭐가 더 두렵겠냐"고 하지만, 못 살던 때는 그러려니 해도 잘 살다가 못 살게 되면 훨씬 고통이 큰 법입니다. 물론 김정은의 호화생활엔 큰 타격이 없을 겁니다. 자기 사치 생활에 쓰는 그 정도 딸라야 어떻게든 마련하겠지만 인민들이 입는 피해가 클 겁니다.
저도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늘 제재를 하는 국면보다는 대화하는 국면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북한의 돈줄이 크게 줄어들면 김정은이가 평양에 호화 거리를 한두 개 더 짓지 않는다거나 마식령 스키장 같은 것을 짓지 않으면 되겠죠. 하지만 제 희망과는 상관없이 김정은은 그냥 쇠고집을 부려대고 있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에 분노해 강력한 제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또 저는 대북 정책에 있어 100% 정답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 정책을 하는 게 60%쯤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책을 하지 않아도 얻는 것은 40%쯤은 된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초강력 대북 제재로 북한도 변화되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실례로 개성공단을 보면, 한국 정부에서 한해 1억2,000만 달러의 현금이 김정은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을 단호하게 잘라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개성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당장 큰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놓고 온 설비나 원자재 피해만 7억 달러쯤 된다고 합니다. 이런 것 때문에 남쪽에선 정부가 대북 제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해 제재를 했다는 비난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놓고 보면 한국이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망하면 또 웃는 기업들이 생깁니다. 지금까지 개성에서 생산되는 박스니 옷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자유 시장 경쟁에서 정부의 담보로 거의 무경쟁이라는 꽃놀이를 한 셈입니다. 한국에서 노동자에게 월급 2000불씩 주며 박스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어떻게 개성에서 월급 200불씩 주면서 박스 생산하는 기업을 당하겠습니까. 개성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그동안 그 기업에 눌려 있던 다른 기업들이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나라 전체로 보면 피해가 생각만큼 크지 않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원래 개성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월급이 비싼 남쪽에서 버티기가 어려워 이미 10년 전에 해외에 진출해야 했던 업체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개성에서 나오면 10년 전에 했어야 했던 일을 이제부터 하면 되겠죠. 반면에 김정은의 입장에선 1억2000만 달러는 그냥 고스란히 손해인 셈입니다. 그거 어디서 보충하겠습니까. 그거 보충하려면 그만한 인력을 해외에 보내야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한다면 개성공단 폐쇄 덕분에 북한 인민들 중에 외국물 먹는 사람이 늘어나겠죠. 김정은은 외부의 진실을 알까봐 인민을 외국 보내기 극력 싫어하는데, 덕분에 외국 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대북 제재로 얻어지는 부수적 이득이 아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석탄을 중국에 수출 못하면 북한 내부에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 해 1000만 톤 넘게 석탄을 생산해도 그거 내다 팔아 돈 버느라 정작 인민들은 비싼 석탄 값 때문에 겨울에 추위에 떨었는데, 앞으론 반값에 석탄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히게 되면 김정은은 그걸 보충하느라고 인민들 또 쥐어짜겠죠. 충성의 과제 부과량이 늘어나겠지만, 수출길이 막히는데 그 과제를 어떻게 합니까. 암만 짜내도 옛날처럼 돈이 안 나올 겁니다. 그럼 김정은도 어쩔 수 없이 정책을 바꾸겠죠.
가령 김정은 집권 초기에 휴대전화 판매를 허용해 한 해에 2억 달러쯤 뽑아냈습니다. 그것도 알고 보면 2010년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좀 더 나가면 2008년 박왕자 피살사건으로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고 대북 지원을 다 끊어버린 게 큰 원인이 됐습니다. 달러가 궁해지니 원하지 않은 휴대전화 장사 나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 정책 덕분에 북한에서 300만 명이 휴대전화를 쓰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뭘 팔까요. 제가 하나 가르쳐 드리죠. 북한에서 국가가 집 거래만 합법화해주고 대신 10%나 20% 정도 수수료 받으면 그게 또 매해 몇 억 달러는 나올 겁니다. 정 돈이 궁하면 그렇게 하겠죠. 그럼 덕분에 북한엔 주택 사유화라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거듭 강조하지만 저는 제재 보단 남북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자꾸 쓸데도 없는 미사일 핵개발 하느라 어리석은 짓을 자초합니다. 아무튼 대북제재가 시작됐으니, 이번 제재는 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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