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시간에 제가 군대 이야기를 살짝 꺼냈었는데, 오늘부터 군대 이야기도 또 쭉 이어서 해볼까 합니다. 한국에는 여자 처음 만나서 군대 때 축구하던 이야기를 하면 단번에 차인다는 우스개 말이 있습니다. 여기 여자들은 군대와 축구 이야기 싫어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남자들끼리 만나면 군대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고 그 다음이 축구 이야기라고 합니다.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이야기를 여자들은 왜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긴 그러네요.
그런데 그게 성별에 따른 특징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남한 여성들이나 군대나 축구를 싫어하지 북한 여성들은 축구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군대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여성들도 군대에 대한 관심사는 무척 높습니다. 10대 후반에 남자들 다 군대에 가서 20대 후반에 제대되니 북에선 군대를 빼놓으면 연애이야기가 형성되지 않죠. 어디 그뿐입니까. 여자들도 중학교 졸업생의 한 30%는 군에 가서 6년씩 있다 제대됩니다. 그러니 남쪽에선 군대 이야기가 남자들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북쪽에선 군대 이야기가 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방송을 듣는 분들의 대다수는 남성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깥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남성들이니까요. 그러니 제가 군대 이야기 쭉 하면 지겹진 않으실 겁니다.
오늘엔 먼저 한국 육군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한국군이 전체 약 70만 명인데, 육군은 50만 명 좀 넘습니다. 인민군은 전체 120만 명에 육군이 한 90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일단 머리수를 따지면 인민군이 한 40만 명 정도 많습니다. 인민군은 10년 복무하지만 여기는 2년 복무하고 제대합니다. 2년 복무하면 훈련이나 제대로 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제가 여기 와서 보니 여기 1년 된 군인이 북한의 10년짜리 군인보다 결코 전투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북한을 헐뜯어서가 아니고 진짜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인민군대가 말이 군대지 요즘엔 먹지 못해서 어디 훈련 변변히 합니까. 1년에 총을 한 번도 쏘지 못하는 부대가 수두룩합니다. 한 번 가면 3발씩 쏘죠. 1년에 한 번 실탄사격 훈련한다고 해도 10년 복무해봤자 겨우 30발 쏘면 제대란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한국군은 작년에 국회 감사 때 나온 보고서 보니까 전투사단 병사 1명이 1년간 훈련하느라 평균 282발을 쐈다고 합니다. 2달 신병 훈련 때만 70발씩 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북에서 10년 군복무 했다고 하지만 그 10년 동안 도둑질만 배우지 실제 사격은 여기 군인이 1달 동안 총 쏘는 것보다 더 적게 쏴보고 제대한다는 말입니다. 한국 군인이 총 많이 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군은 1년에 2,000발씩 사격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실전에서 맞붙으면 격차가 확 드러나는 겁니다.
사격 이야기 나온 김에 여담 삼아 덧붙이면 여기 군인들은 이상하게도 총을 쏜 뒤엔 탄피를 꼭 찾아가야 한다네요. 탄피 하나라도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찾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 보고는 북에서도 군인들이 탄피 주어 가느냐고 물어보는데, 북에선 탄피 별로 신경 안 쓰지 않습니까. 여기 잘사는 나라인데 탄피를 왜 그리 기를 쓰고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사격을 실례로 든 것은 군대의 아주 기본 훈련이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사격 훈련도 안 되는데 어디 다른 훈련은 제대로 되겠습니까. 북에선 기름이 없으니 전투 기재도 제대로 운용이 안 됩니다. 어떤 땅크병 출신 탈북자는 제대할 때까지 자기가 땅크 한번도 못 몰아봤답니다. 명색이 땅크병인데 기름도 없고 해서 맨 날 조종간에서 입으로만 땅크를 몰았다는 겁니다. 어떤 항공육전대 제대군인은 훈련 비행기 기름이 없어 10년 동안 낙하훈련 한번도 못해봤답니다. 여기는 항공육전대에 해당하는 특전사 병사가 1년에 30~40번은 낙하훈련 하거든요.
물론 땅크 몰아본 군인도 있을 거고, 낙하훈련 해본 군인들도 있겠지만 제 말은 여기 훈련량하곤 비교가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여기 군대가 2년짜리라 무시하다간 큰 코를 다칩니다.
인민군이 정신력에서 앞선다 이런 주장도 있지만 요즘 전쟁은 정신력과 머리수로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인민군 90만 명은 사실 실전이라면 한국군 30만 명 능력도 못 냅니다. 비슷한 예로 한국 육군이 50만 명인데, 미군 육군도 50만 명밖에 안됩니다. 그렇지만 미 육군 50만 명을 상대하려면 한국 육군 몇 백만이 달라붙어도 이기지 못합니다. 요즘은 이런 시대입니다.
인민군을 무적의 강군으로 묘사하면서 선전하는 것을 보면 참 할 말이 없습니다. 여러분들 스스로가 먹지 못해 비리비리한 군인들 보면 힘이 빠지지 않습니까. 아무튼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꽁꽁 틀어막고 맨 날 주민들에게 허세만 부리니 북한 군인들이 돈키호테가 돼버리는 겁니다. 군대 이야기 다음 주에 계속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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