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9일 노동신문을 보니 김정은이 김정숙해군대학과 김책항공군대학 간 사격경기를 관람했다며 내보낸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을 보니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별 네 개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3월 4일에 백두산 제111호 선거구 선거자 대회 때는 장정남이 상장을 달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승진했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최근 장정남의 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면 "이건 도대체 뭐냐"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장정남은 1군단장을 하다가 지난해 5월 인민무력부장이 됐고 중장에서 상장으로 진급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북한에 차수, 대장, 상장 다 꼽으면 100명도 넘을 때였는데 중장이 바로 인민무력부장이 되니 그것도 참 놀라웠고, 이 사람이 장성택 집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정남은 8월에 상장에서 다시 대장으로 승진합니다. 석 달 만에 중장에서 상장 거쳐 대장까지 진급하니 이 벼락승진 속도는 아마 북한 역사에 유례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올 3월에 한 단계 강등된 상장을 달고 나타났다가 다시 또 대장을 달고 나타났으니 장정남은 1년도 안 된 기간에 중장→상장→대장→상장→대장을 반복하며 네 번이나 계급장이 바뀐 셈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데,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십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어디 장정남만 그렇습니까. 1년 동안 대표적으로 별들이 춤춘 사례를 한번 들어볼까요. 윤동현 무력부 부부장은 지난해 4월 상장에서 중장으로, 같은 해 10월에는 중장에서 소장(별 1개)으로 1년 만에 2계급이나 강등됐다가 올해 2월 다시 중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도 차수 달았다가 대장으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차수가 됐습니다. 김격식 전 무력부장과 최부일 보안부장은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다 대장 됐습니다.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두 단계 강등돼 대장에서 중장으로 별이 두개나 뜯겼다가 다시 대장이 됐습니다. 김수길 조직부국장 역시 중장, 소장, 중장으로 오갔습니다.
별들이 춤추는 와중에 제일 억울한 사람은 현영철 전 총참모장이 아닐까 합니다. 현영철의 별은 춤을 추는 정도가 아니라 관성열차였습니다.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년도 안 된 사이에 상장에서 대장 올라갔다 거기서 하나 더 올라서 차수까지 올라가 "재는 뭔데 저렇게 벼락 승진하는 거냐"고 막 놀랄까 했는데, 갑자기 대장으로 떨어지더니 다시 상장으로 제 도루묵이 됐습니다. 차수까지 올라갔던 인물이 상장으로 떨어졌으니 본인은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하겠습니까. 요즘 분위기에서 총살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히 살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일하는 동아일보는 신문도 내지만 방송사도 같이 하는데 요새 북한 보도가 많아서 TV에 나가기 전에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난감한 질문이 북한군 관련 보도를 하기 전에 그 사람이 대장이냐 차수냐, 북한군 차수는 몇이고 대장은 뭐냐 이런 류의 질문입니다.
재작년까지는 누구는 차수, 누구는 대장 대충 알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는 겁니다. 장정남만 해도 저번에 장정남 계급이 뭐지 하고 누가 물었는데 저는 "글쎄요. 지금 대장인가 상장인가" 아주 까리 까리한 겁니다. 저렇게 별들이 춤추는데 아무리 북한을 잘 아는 저라도 헛갈릴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게 군부 인물만 그러겠습니까. 노동당, 보위부, 내각 이런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봅니다. 군부 인물들은 별이라도 보이니 떨어졌는지 올라갔는지 라도 말할 수 있지만 사복 입고 나오는 간부들은 올랐는지 내렸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이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생각해보면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의 마음이 조변석개라는 것이죠. 총정치국장, 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 이런 사람들의 별을 뜯었다 붙였다 할 사람이 북한에 김정은 밖에는 없지요. 김정일 사망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정책은 선군정치였고 군의 위상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군부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군부 수뇌가 유치원 군사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별 뜯겼다 붙였다 하고 나오니 무슨 체면이 서겠습니까. 그것도 그 사람들이 군에 입대해 군관을 할 때 태어도 나지 않았을 새파란 김정은에게 군인 최고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별을 이토록 가볍게 취급당하니 얼마나 수치스럽고 화가 날까요. 장정남이든 누구든 강등된 계급장을 달고 나와 부하들 앞에서 연설할 때 그 기분은 아마 부하들 앞에서 벌거벗고 뛰는 그런 수치감일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현상이 김정은이 군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권한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군의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지 그런 문제만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보기엔 김정은의 심리상태가 문제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너 자격 없어. 별 떼" 이랬다가 조금 기분 좋아지면 "그래 좋아. 별 붙여" 이러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거야 말로 유치원 애들 놀음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노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앞날에 무슨 기대를 걸 수 있겠습니까. 남쪽엔 최고 존엄이니 뭐니 비방하지 말라는데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어떻게 모르는 척 하겠습니까. 여러분들도 말은 안 해도 다 알겠죠.
여동생 김여정까지 등장시켜 옆에 두고 있으려는 것을 보면 김정은이 요즘 엄청 불안한 가 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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