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한국에 처음 와서 서울 근교의 안양에 정착을 했을 때 일입니다. 처음에는 직장도, 아는 사람도 없으니 하루 종일 너무 심심했습니다. 한번은 옷을 사러가다가 공원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참 관찰해 보았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잘 봐두었다가 나도 그런 옷을 고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땐 20대 총각시절이라 지나가는 처녀들도 자연히 눈에 들어오죠. 그런데 여기 남쪽 처녀들은 도무지 인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1989년 13차 축전 때 임수경을 보고 제 또래들이 "임수경 정도면 남쪽에서 미인이래" 하고 수군거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생각도 나고 해서 관찰결과 "과연 남남북녀란 말이 맞다. 남쪽엔 곱게 생긴 여성들이 많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몸매도 북쪽에서 방금 온 제 기준으로 딱 보기 좋은 여성보다는 지나치게 뚱뚱하거나 또는 바람에 훌 날려갈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오히려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한 반년 뒤 제가 영어를 배우느라 어떤 학습조에 참가할 때 일입니다. 조장이 한번은 강남역이라는데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 시간 관찰하라는 과제를 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강남역에 갔습니다. 강남은 서울에서 부자동네입니다. 한 시간 앉아서 관찰하는데 이것 참, 왜 거긴 그리도 고운 처녀들이 많답니까. 얼굴만 고운 게 아니고, 몸매도 잘 빠지고 옷도 척 보기에도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데, 아무튼 제가 처음 와서 내렸던 "남쪽엔 예쁜 여자들이 없다"던 결론을 완전히 바꾸어야 했습니다. 제가 평양에서도 내로라하는 동네엔 다 다녀봤는데 강남과 비교하면 평양 처녀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한국에 10년 가까이 살면서 보는 눈이 또 달라졌습니다. 남쪽 미학관에 점차 적응이 되는 거죠. 처음 왔을 때 바람 불면 날려갈 것 같던 그런 몸매를 보고 이제는 날씬하다고 표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가려 보는 법도 좀 터득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건대 제가 그때 강남역에서 봤던 처녀들은 거의 다 성형미인들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한국의 성형수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중국은 물론 한국보다 다른 기술은 높다고 하는 일본에서도 성형하려 한국에 물밀 듯이 몰려옵니다. 사람의 얼굴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여기선 미인대회라는 것도 하는데 미인대회는 무슨 미인대횝니까. 제가 보건대는 키 큰 여자 뽑는 대회 같은데요. 아무리 미인이라도 키가 작으면 아예 나가지도 못하고 키가 적어도 170은 돼야 미인에 뽑힐 수 있습니다.
키만 크면 얼굴쯤은 다 뜯어 고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뼈를 이어 붙여서 키도 크게 하는 수술이 있기는 한데 이건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커서 잘 안합니다. 성형의사들은 마술사 같습니다. 코 높였다 낮추었다, 눈 크게 했다 작게 했다 하는 정도는 일도 아니고 얼굴뼈까지 깎고 붙이고 어쩌고 해서 얼굴 확 바꾸어버립니다. 한국 영화배우치고 성형 안한 배우가 없습니다.
그리고 옷차림이 유행이 있듯이 성형도 그때그때 유행이 있습니다. 실례로 "요즘 미인들은 코 아래 점이 있대" 또는 "입술이 두툼해야 해"하면 여성들이 너도 나도 코 아래에 점을 만들어 넣고 입술에 두툼하게 만드는 물질 채워 넣었습니다. 그러다 좀 시간이 지나 "그거 촌스러워"하면 또 병원에 가서 점 빼고 입술 얇게 만들고 그럽니다.
성형한 얼굴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면 알리지만 좀 멀리서 보면 모릅니다. 그러니 제가 강남역에서 속은 것이죠. 강남에 가보면 성형수술 병원이 수백 개가 있는지 수천 개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하여튼 많습니다. 요새는 남자들도 성형 많이 합니다.
제가 여기 와서 "북에서도 성형수술을 해요"라는 질문을 적잖게 받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북에서도 쌍꺼풀 정도는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선 쌍꺼풀 수술 정도는 수술이라고 하지 않고 교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북에서 제 말을 라디오로 듣는 분들 중에는 "그럼 그렇지. 역시 북쪽 여성들이 아름답구나"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지금 와서 보면 성형수술을 안 해도 지금은 남쪽에 미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남남북녀란 말은 옛날에 나온 말로, 그 말이 생겼던 수백 년 전 기준에는 북쪽 여성들이 아름다웠을진 모르지만 미학관은 정말 자주 바뀝니다. 봉건왕조시대는 물론이고 일제 시기 미인이었다는 여성들의 사진을 보면 그때는 "이 얼굴을 미인이라고 했단 말인가"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미적 기준이 완전히 다릅니다.
또한 잘 먹고 편안해야 얼굴도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집니다. 그런데 북쪽은 어떻습니까. 먹지 못해서 여성들의 키가 남쪽과 비교하면 한 뽐이나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장사에 뛰어들어 어려서부터 배낭을 수십 키로 씩 씩씩하게 메고 다니며 온갖 거친 일을 하다 보니 얼굴 역시 몹시 거칠어집니다. 물론 북쪽 여성들이 남쪽에 비해 훨씬 더 순수하고 순박해 보이기는 합니다.
머지않아 남쪽에서 성형에 질린 남성들이 못생겨도 좋으니 성형안한 자연산 미모를 찾는다는 유행이 번질지 모릅니다. 일단 한번 성형하기 시작하면 안한 상태로 되돌리긴 힘들거든요. 마침 그러한 순간에 통일이 된다면 북쪽 여성들이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들로 선호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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