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한국사회에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남녀가 결혼하면 두 명은 낳아야 인구가 쭉 유지되는데 한국은 가정당 출산율이 1.2명도 채 안됩니다. 대다수 가정이 평균 한 명만 낳는다는 것인데, 그러니 자식을 두 명만 낳아도 애국자란 말을 듣는 실정입니다.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전해 갈수록 저출산율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데,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고요, 중국은 출산율이 더 떨어집니다.
한국은 중국처럼 1명씩만 낳으라고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요. 나라가 발전하려면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아이가 없으니 나중에 일할 사람이 없는 겁니다. 요즘 남쪽에서 유행되는 유행어를 빗대 말하면 "소는 누가 키우고 밭은 누가 갈거냐" 이런 겁니다. 반면에 옛날에 아이들이 많이 태어날 때 출생한 세대는 늙어서 노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부양해야 할 노인은 2, 3명인데 돈을 버는 젊은 세대는 1명밖에 되지 않게 됩니다. 그럼 젊은 세대가 등골이 휘어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사실 한국도 저출산율이 이렇게 사회적 문제가 될 줄은 수십 년 전엔 생각도 못했습니다. 1950~60년대엔 정말 아이를 경쟁적으로 낳았습니다. 전쟁을 겪다 보니 일단 아이를 많이 낳아야 나중에 전쟁이 나도 죽는 아이는 죽고 사는 아이는 살고 해서 대도 유지하고, 나중에 날 부양할 자식도 있을 것 아니냐는 심리였죠. 너무 많이 낳으니 국가에서 산아제한정책을 폅니다. 여성 1명이 평균 자식을 6.1명씩 낳던 1960년대 국가 산아제한 구호가 "덮어놓고 아이 낳다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고 1970년대 들어 여전히 가정당 자녀출산율이 4.5명이 넘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습니다.
북한도 1965년부터 70년 사이에 인구 출산율이 최고점을 찍었는데 이때 가정당 7명씩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김일성도 "하나는 좋고, 둘도 괜찮지만 셋은 양심이 없고, 넷은 미욱하다"는 구호를 내걸고 출산율을 억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북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겁니다. 인구가 곧 국력이란 것을 남북이 깨달은 것은 오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1990년대 초 출산율이 1.6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대책위원회 만들어놓고 이제는 아이 많이 낳으면 돈을 준다 어쩐다 부산을 피웠지만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져 1.2명이 됐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이 지금 북한에서도 벌어지고 있죠. 군대 뽑아갈 아이들도 없으니까 북한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이라 하고, 모성영웅까지 만들고 어머니날도 제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가 한국이나 북한이나 거의 효력이 없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제가 한번 생각해 봤더니, 남북이 같은 점은 낳아봤자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주 원론적인 이유가 있지만 한국은 아이를 먹여 살리지 못할 집은 없습니다. 오히려 조사를 해보면 가난한 집 애들이 더 뚱뚱합니다.
한국이 어려운 점은 애들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를 하나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20~30만 달러가 드는데, 넷을 낳으면 무려 100만 달러가 넘게 드는 겁니다. 한국은 학교 교육비가 거의 무료인데, 문제는 자식을 공부를 잘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욕심이 앞서다보니 방과 후엔 너도나도 아이를 비싼 돈을 주고 과외선생에게 공부를 맡깁니다. 북한은 먹여 살리기 힘들어 애를 낳지 않는다면, 남쪽은 내 아이를 남보다 더 좋은 대학에 보내고 더 좋은 직장에 넣지 못할 바에는 아예 낳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강합니다. 내 자식은 노동자로 막노동 시키진 않겠다 이런 속셈인 것이죠.
이런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교육 체제를 바꾸는 것은 거의 혁명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어느 대통령도 함부로 나서지 못합니다. 투표를 해서 대통령을 뽑는 유권자가 거의 다 부모니 그들의 화를 될 수록 돋우면 안 되죠. 여기에 남쪽은 북한엔 거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합니다. 그게 뭐냐면 북한은 내가 늙으면 자식이 내 노후를 돌봐준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잘 나가는 자식을 두고 있으면 부모는 든든하죠. 잘 나가는 자식이 곧 나의 노후자산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이제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게 최근 몇 십년동안 뚜렷해지는 현상인데요. 지금 50대까진 내가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20대는 부모를 돌본다는 생각이 거의 없고, 또 부모들도 이젠 늙어서 자식 뒷바라지 받겠다는 생각이 없어집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 아들딸을 세계 최고의 대학을 졸업시켜도 자식은 시집 장가가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기가 먹고 살기 바빠서 부모를 돌볼 여력이 없습니다. 결혼해서 날아갈 자식을 무엇 때문에 아까운 내 인생 바쳐서 키워야 해 이런 생각이 만연하면서 출산율이 더 떨어집니다.
출산율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젊은이가 열 명중 4명이나 됩니다. 이게 잘못된 현상일까요. 그런데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선진국으로 가면 웬만한 나라들에서 다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앞으로 북한이 경제가 발전하면 역시 이런 경향이 나타나겠죠.
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선진국 청년들은 교육 수준은 그 어느 세대보다 높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것이 여러분들보다 상식이 부족하거나 어리석어선 아닙니다. 여러분들에게 바깥세상에선 어떻게 사는지 좀 다른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서 오늘 출산율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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