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총국의 해킹 공격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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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중순 한국의 KBS, MBC, YTN 이런 방송사들과 몇몇 은행들 전산망이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몇 시간 동안 마비됐었습니다. 이거 누가 했을까 한국정부가 조사를 했는데, 지난주에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들의 공격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평양에서 인터넷선 타고 들어와서 몇 달 동안 고생해서 비루스 묻어놓은 정황이 드러났던 것입니다.

그때 방송사들 컴퓨터가 마비되니까 기자들이 급해서 막 손으로 기사 쓰고 그랬습니다. 북에서야 맨 날 필기하는 것이 당연하니까 컴퓨터 없어도 기사 쓰는 것이 문제가 없을 것인데, 여기 기자들은 컴퓨터로 타자 치면서 기사 쓰는 것에만 익숙 돼서 허둥지둥한 것입니다.

그나마 방송기사는 몇 줄 안 되는 것이니 손으로 썼지만, 동아일보가 그런 공격받았으면 과연 기자들이 그 긴 신문기사를 손으로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기자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이제는 타자에 익숙 돼서 필기로 기사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헌데 자랑 같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어도 다른 기자들보다는 낫겠다. 이런 생각은 듭니다.

저는 북에선 대학에서 6년 동안 하루 종일 필기하면서 공부했는데 여기 젊은 기자들은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북에서 하루에 어떤 날엔 100페이지를 손으로 쓰기도 했으니까, 여기 와서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땐 몇 줄 적으면 되는 내용을 부풀려서 20장이나 손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 하루 동안에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북에서 생활 총화 할 때 자기비판하고 호상비판하고 그랬던 것도 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 기자는 직업이 비판하는 것이니 북에서 비판하는 훈련 받은 셈이지요. 이번엔 방송사만 해킹했는데, 원래 북한이 방송사보다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여기 큰 신문사들을 엄청 미워하지 않습니까. 이 신문사들이 북한의 인권이나 체제에 비판적이어서 그럽니다. 며칠 전에도 어용매문가니 어쩌니 하면서 죽인다고 협박하던데요.

그런데 왜 미워하는 신문사 대신 방송사를 공격했을까 궁금한데, 앞으로 신문사도 한다고 봐야되겠죠. 북한 해커가 이길까, 여기 보안망이 이길까. 물론 북한 해커는 실패해도 밑져야 본전이니 부담은 없습니다. 적어도 전번달처럼 방송사나 은행을 몇 시간 마비시키면 그 사람들은 북에 돌아가 훈장은 좀 큰 거 받겠네요.

물론 방송사가 해킹돼도 기사 쓰는 것에 큰 애로가 있을 뿐이지 방송은 차질 없이 다 나갔습니다. 그런 비상체계는 잘 돼 있거든요. 동아일보가 공격받아도 내일 신문은 문제없이 나갑니다. 컴퓨터 없이 얼마나 잘 쓸 수 있을까 그 질이 문제가 돼서 그럴 뿐이죠.

북에선 사실 이런 사실을 인민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릴 겁니다. 요새 남조선 괴뢰 놈들이 못되게 굴어서 혼을 내줬다고 말입니다. 아마 북에서도 이번 공격에 박수를 칠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항상 남조선보다 모든 것이 다 못해서 콤플렉스를 느끼고 살았는데, 그래도 우리에게 남조선 혼내줄 힘이 있구나 이러면서 뿌듯함을 느끼겠죠.

그렇지만 북한은 자랑 못합니다. 그거 자랑했다가는 국제사회에서 나쁜 놈으로 낙인찍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해킹이 뭔지는 북에서도 컴퓨터 좀 해본 사람들은 잘 아실 겁니다. 북에서도 망에 들어가 남의 컴퓨터를 마비시키고, 자료를 삭제시키고 이런 짓들이 많죠. 현대사회는 다 컴퓨터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컴퓨터 마비시키면 피해가 많습니다. 반면 북한은 인터넷이 없기 때문에 보복을 받을 것도 없으니 그걸 노렸겠죠.

한 20년 전에 판문점에서 남북 회담할 때 북한 대표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북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암, 남조선이 좀 잘 산다고 까불어대도 우리 앞에선 꼼짝 못하지."이러면서 뿌듯해하던 일이 기억이 납니다. 그때 논리인 즉 서울은 다 지하로 가스화가 돼 있기 때문에 포탄이 떨어지면 이 가스관들을 타고 연쇄 폭발이 일어나서 불바다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서울에 포탄 몇 발이 떨어지면 가스관들이 연쇄 폭발해서 불바다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 시내에 주유소도 많고, 집집마다 다 가스화가 돼 있기 때문에 포탄 맞은 곳에서 불이 붙을 확률은 높지만, 몇 발이면 서울 전체가 불바다가 된다는 것은 제가 서울에서 살아보니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 같습니다.

서울이 불리한 점은 인구 밀도가 워낙 높으니까 포탄이 떨어지면 사망자가 많이 난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서울은 북에서 전쟁이 어쩌고 해도 너무 태연합니다. 쏘겠으면 쏴 보라는 것입니다. 서울은 국제적인 도시라 평소 거주하는 외국인이 30~40만 명에 이릅니다. 북에서 포격하면 여기 중국인, 미국인, 일본인 포함해서 외국인들도 죽는데, 그럼 자국민들 수천 명이 죽은 나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서울에 포탄을 쏘는 즉시 전 세계가 힘을 합쳐서 북한을 그날로 죽여 버릴 겁니다. 그러니까 북에선 죽을 작정이 아니라면 서울에 포탄 함부로 못 쏩니다. 그러니까 결국 해보는 것이 요즘엔 컴퓨터망 해킹과 같은 것인데, 경제적 피해는 좀 있겠지만 이건 사람 죽는 일도 아니니 괜찮습니다. 저는 이 짓하는 북한이 불쌍합니다. 아니 하면 맞짱을 뜨지 몰래 해킹이 뭡니까. 정말 치사하죠. 강철의 담력을 가졌다고 선전하는 김정은 원수가 숨어서 비열하게 쏠라닥대는 해킹이나 시킨다는 것이 어디 어울리는 일입니까. 저는 북한이 체면은 좀 지켰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