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에 손전화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지방 도시들에서도 손전화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죠. 제가 북에 살던 10여 년 전만 해도 평양에 공중전화기가 몇 군데 없었는데 그마저도 한가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외국 관광객들이 평양에 들어가 찍어온 사진을 보면 거리에서 손전화를 들고 다니며 통화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남쪽에선 손전화를 휴대전화 또는 핸드폰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한국 사회에 나와서 다음날에 제일 먼저 산 것이 바로 손전화와 텔레비입니다. 비록 돈을 절약하느라고 남이 쓰던 중고 손전화기를 사긴 했지만 내 이름의 손전화기가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지금까지 손전화기를 다섯 대 정도 바꾼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샀던 손전화기를 지금 다시 보면 이런 것을 내가 어떻게 썼을까 싶을 정도로 기술력에서 하늘땅 차이가 납니다. 정말 10년도 안 돼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죠.
북쪽의 손전화는 남쪽과 비교할 때 기술력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기술력은 남과 북이 하늘땅 차이인 것이 많은데 손전화만큼은 한국에서 제가 몇 년 전에 쓰던 수준을 북에서 쓰니 상당한 것이죠.
작년 말부터 영상통화까지 시작했다는데 세계 최첨단 통신기술력을 갖고 있는 남쪽에서도 영상통화는 2000년대 후반기에 본격화된 것입니다. 남쪽에서 북에서 쓰는 손전화와 비슷한 수준의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직 절반 정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 남쪽에선, 아니 세계적으로 지금은 스마트폰이라는 손전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쓰고 있는데 지금 여러분이 쓰고 있는 손전화보다 가볍고 얇고 번호단추가 없습니다. 대신 화면에 자판이 뜨는데 그걸 슬쩍슬쩍 눌러서 사용합니다.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전화는 물론 뉴스도 보고, 이메일도 보고, 티비도 보고, 영화까지도 찍고 아무튼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 스마트폰만큼은 북에 들어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보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인터넷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쓰는 손전화가 지금 전국적으로 한 40만 대 정도 보급돼 있을 겁니다. 북조선 인구를 2400만 명으로 보면 60명 중에 한명이 손전화를 씁니다. 그런데 보위부에서 "자, 이제부턴 너희들이 마음대로 손전화를 사용하라"하고 가만둘 것 같습니까. 다 도청장치가 있는 거죠.
예전에 주민들이 군대에 나간 자식들 사이에 오가는 편지도 다 뜯어서 보는 북조선입니다. 편지 검사하는 부대에 있었다는 여성의 말을 들었는데 편지에 증기 같은 것을 쏴서 풀로 붙인 봉인을 떼 내 내용을 읽은 뒤 다시 감쪽같이 봉인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전화기가 인터넷을 사용할 정도로 복잡해지면 가운데서 이런 도청을 하기 힘듭니다. 최근 아랍권에서 시위가 벌어져 여러 나라들에서 독재자들이 쫓겨난 사실은 이미 전해드렸죠. 거기서 사람들이 떨쳐 일어나는데 이런 손전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누가 짤막한 메시지를 올리면 그 메시지를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북조선은 이런 스마트폰이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손전화 도청은 중국도 합니다. 거긴 금지어라는 것을 지정해놓았는데 제가 중국에 전화하면서 특정단어들, 이를테면 '북한' '평양' 뭐 이런 미묘한 단어를 말하면 그때부터 통화가 자동으로 도청이 되는 식입니다. 아랍권 민주화 시위가 중국에 옮겨 올까봐 요즘 중국에서도 도청이 심합니다. 이처럼 독재를 하는 국가는 예외 없이 손전화를 감시하고 통제합니다. 그렇긴 해도 손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보면 북조선도 정보화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북한의 손전화 보급은 아프리카 나라들의 손전화 정책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아프리카가 워낙 낙후한 곳이다 보니 유선전화망이 그리 구석구석 깔려있지 못합니다. 아마 북조선과 비슷한 수준일겁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나라들은 선을 까는 유선전화 시대를 뛰어넘어 중계탑만 설치하면 되는 손전화 시대로 곧바로 진입하려는 전략을 세웠고, 지금 북조선이 이런 전략을 따라합니다.
북조선에서 손전화기를 전 주민이 사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손전화를 사려면 기계와 가입비를 합쳐서 240딸라 정도 내야합니다. 이 정도 돈이면 4인 가족이 1년은 먹고 살 수 있는 돈입니다. 통화비도 1분당 1딸라나 하는데 요즘 1딸라를 장마당에 가서 바꾸면 2600원 정도 합니다. 2600원이면 딱 중위 월급이네요. 중위 한 달 월급으로 손전화를 1분밖에 못한다니 말이 됩니까. 이러니 부자가 아니고서는 손전화를 쓸 수 없습니다.
북조선의 통신비는 남쪽에 비해서도 10배나 비싼데 여기는 1분 전화비가 0.1딸라 정도 합니다. 그리고 남쪽은 요샌 웬만한 손전화는 다 공짭니다. 통신회사들이 자기 회사 통신망을 2년 정도 이용하는 조건으로 최신형 손전화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쪽에선 손전화를 보통 2년 정도 쓰고 새것으로 바꾸는데 그러니 집집마다 서랍 안에 새것이나 다름없는 손전화가 뒹굽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이 전화를 다 북쪽에 가져다주고 싶은데 문제는 남과 북이 손전화 체계가 달라서 쓰질 못한답니다. 만약 체계가 같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남쪽에서 북에 전화를 걸 수도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런 날이 내일이라도 당장 왔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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