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여러분들이 다 아는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황금덩이와 강낭떡'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들이 '원수님이 직접 들려주신 이야기'라면서 정말 많이 해주던 이야기죠.
옛날 옛적에 어느 마을에 폭우가 쏟아져 마을과 집이 잠기게 되자 지주는 가장 값이 나가는 황금덩어리들을 보자기에 들춰 메고 나무 꼭대기에 올라갑니다. 반면 머슴은 강낭떡을 보자기에 메고 올라갑니다. 그런데 비는 며칠이고 그칠 줄 모릅니다. 점점 배가 고파진 지주는 머슴에게 황금덩이 한 덩이와 강낭떡을 바꾸어 먹자고 제안합니다. 그러자 머슴이 '싫수다'하고 거절합니다. 날이 갈수록 지주가 주겠다는 황금덩이 개수는 늘어가고, 마침내는 몽땅 줄 테니 떡을 하나만 달라고 사정사정하지만 머슴은 '난 금이 필요 없수다' 하고 거절합니다. 결국 굶주린 지주는 의식을 잃고 나무에서 떨어져 물에 휩쓸려 가고 홍수가 끝난 뒤 내려온 머슴이 바닥에서 황금을 줍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북에서는 황금으로 대변되는 탐욕은 강낭떡 한 개보다 못한 쓸데없는 욕심이라는 사상을 어려서부터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돈 쌓아두겠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푼수를 알고 살라는 거죠. 제가 어렸을 때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지주 자본가는 욕심돼지이고, 머슴보다 못한 어리석은 자들이고, 황금 같은 것은 정말 쓸모없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커서도 이 이야기를 다시 들어도 별다른 딴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워낙 진리처럼 주입받은 사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탈북해서 바깥세상에 나와 보니 저 이야기가 얼마나 황당한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선 생각해보십시오. 마을이 잠겨 열흘 넘게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홍수를 과연 평생 보기는 할까요. 홍수가 오면 집에 황금을 놔두고 먹을 것만 챙겨서 나무에 올라가야 할까요. 만약 홍수가 빨리 끝나면 저 지주는 쫄딱 거지가 돼 버리고 맙니다.
이 세상을 쭉 둘러보면 저런 재난 사태 때는 전 세계 사람들은 똑같이 행동합니다. 집에서 가장 비싼 것부터 꿍져 넣고 피난 가는 겁니다. 물론 당장 큰물이나 해일이 들이닥친다, 뭐 이런 긴박한 상황에선 더 챙겨 넣으려다 목숨을 잃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순간이라면 당연히 먹을 것도 챙길 여유가 없겠죠. 정답은 가능하면 황금도 챙겨 올라가고 먹을 것도 챙겨 피난가야 합니다.
그런데 북에선 전 세계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황금덩이를 놔두고 강낭떡을 챙겨 올라가라는 거죠. 실제 상황에서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바보라고 두고두고 욕먹을 일이죠. 이렇게 어려서부터 거지가 되는 사고를 사람들에게 진리처럼 가르치니 북조선이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사는 것도 아프리카 빈민국보다 못하게 살지, 하는 행동마다 국제사회에서 욕먹고 고립되고 그렇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자, 이제 황금덩이와 강낭떡 이야기를 또 다른 각도에서 살펴봅시다. 북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악독하고 잔인한 이야기입니다. 북에 있을 때는 어렸을 때부터 지주 자본가는 타도해야 마땅할 인간들이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지주가 굶어 의식을 잃고 나무에서 떨어지면 가슴아파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죠. 이 이야기가 옛날 아동영화로도 나왔는데 지주가 나무에서 떨어져 물에 휩쓸려 가는 장면에선 아이들이 "야" 하면서 박수를 치지 않습니까. 물론 저도 그랬고요. 지주가 죽으니 참 통쾌하고 잘 된 일이라는 거죠.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지주가 얼마나 머슴을 착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머슴을 굶어죽게 만들지도 않았고, 홍수가 오니 강낭떡 이나마 싸들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먹을 것도 집에 남겨주었다는 뜻이 아닙니까. 적어도 고난의 행군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굶어죽게 만든 북조선 통치자들보단 훨씬 인간적이지 않습니까.
사람 목숨은 한번 죽으면 영원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에선 사형제도도 폐지합니다. 그런데 북에선 어려서부터 나쁜 놈은 죽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죠. 그렇게 가르치니 사회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회가 돼버렸습니까. 농장 강냉이 몇 십㎏ 훔쳤다고 전기선 좀 잘라갔다고 총살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가 됐습니다.
국내만 그럽니까. 한국 군함 공격해 젊은 청년들을 죽이고 평화로운 마을에 포격을 하고도 죄책감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그렇게 교육했고 또 그렇게 교육 받았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머슴이 지주와 어려운 순간 강낭떡을 나눠 먹고, 욕심 많던 지주가 이에 감동을 받아서 나중에 머슴을 생명의 은인으로 잘 대해준다 이렇게 고치면 어디 덧납니까. 그런 게 아주 인간적인 이치가 아닙니까.
끝으로 북조선 통치자들이 인민들에겐 황금보다 먹을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세뇌시키면서 정작 저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황금은 팔면 먹을 것이라도 사올 수 있지만, 지금 북조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핵무기니 미사일이니 하는 것들 부둥켜안고 인민들을 굶기고 있습니다. 핵무기만 포기하면 당장 한국부터 수백억 딸라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도 말을 안 듣습니다. 계속 핵만 껴안고 있다간 옛 이야기 속의 지주와 같은 말로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꼭 명심하길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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