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교체 공지도 못하는 북의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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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32년 만의 봄 가뭄이 들어 모내기도 어렵고 밀, 보리농사도 망쳤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몇 년 전에도 황해도가 몇 십 년 만의 가뭄이라고 했었는데 그때보다 더 심각한 사정인가 봅니다.

그래도 작년에는 자연재해가 없어 김정은이 참 운이 좋다 이런 생각을 했던 참이었습니다. 작년 봄에 마지막 곡간이라 할 수 있는 군량미까지 털어먹고 급한 불은 껐는데 작년에 농사가 안 돼 보십시오. 올 봄부터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올해는 농사를 망치면 큰일입니다. 이젠 과거처럼 대규모 식량지원을 해줄 나라도 없습니다. 지금 풍계리에서 또 핵실험을 준비 중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 그거하면 미국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제재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참입니다.

중국도 북한이 정세를 긴장시키면 미국이 그걸 핑계로 아시아로 전력증강을 하는 일이 너무 싫습니다. 미국이 전력을 증강시키면 그게 뭐 미군 전력 앞에서 하룻강아지 신세도 안 되는 북한 때문이겠습니까. 결국 아시아로 들어온 미군 병력은 지금 세계 2위 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북한 핵실험 계속 불쾌해 하는 겁니다. 4월 초에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단속령을 내린 것이 왜 그렇다고 봅니까. 올 초부터 핵실험하겠다고 북한이 동네방네 떠드니 중국이 화가 나서 석유 막았기 때문이죠. 중국마저 이렇게 원조를 끊고 압박을 하고, 한미도 압박하고, 이러면 북한을 도와줄 나라도 없습니다. 거기에 하늘까지 등을 돌리면 북한의 미래는 정말 막막합니다.

이런 사정인데도 또 핵실험을 하겠다고 하니 정말 북한 지도부의 정신상태는 감정이 필요합니다. 예전엔 그래도 핵실험으로 핵무기 보유국이란 것을 인정받으려 했다고 애써 이해를 해보지만, 이번에 하는 것은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요. 미국의 관심을 끌기엔 핵실험 카드는 한물 간 카드입니다. 지금까지 3번이나 해도 먹히지 않았는데 이제 해서 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보들이죠. 핵실험을 하면 결국 북한만 손해고, 인민들만 고생하는 겁니다. 하늘만 타는 것이 아니라 제 속도 탑니다.

그런데 요즘 북한을 보면 저게 과연 나라가 맞냐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지난달만 봐도 최룡해가 물러나고 황병서가 올라선 것을 보고 기가 막혔습니다. 물론 저는 최룡해가 올라설 때부터 시한부 총정치국장이라 전망했습니다. 김정은이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을 마땅한 인물로 고를 때까지 최룡해가 군부가 흔들리지 않게 꽉 쥐고 있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판단한 거죠.

솔직히 최룡해는 총정치국장 재목도 안 되고 군부 신망도 못 받고 있죠. 군대 가서 총도 쏴보지 못한 최룡해가, 더구나 청년동맹 선전대 사건으로 부화방탕의 대명사로 북한 인민들에게 찍혀 있는 사람이 정치 사상사업을 책임진 차수라니 웃기지 않습니까. 지금 최룡해를 교체한 것을 보니 군부는 장정남과 리영길 체제로 당분간 가겠다고 생각한 것 같고요.

그런데 군부 출신으로 총정치국장을 뽑을 줄 알았는데 조직부 군부담당 부부장인 황병서가 올라간 것은 의외입니다. 아마 김정은이 장정남과 리영길이 아직은 불안한 가 봅니다. 나중에 믿음이 좀 생기면 결국은 총정치국장은 군부 출신에게 돌아갈 것이라 봅니다.

제가 어처구니없는 것은 북한이 이 과정에 임명 절차를 공개도 못한 일입니다. 정치국 상무위원에 서열 2위로 보도되던 총정치국장을 바꾸면서 인민들에게 공지도 안합니다. 5월 달에 김정은이 현지시찰 갔을 때 한줄 간단히 "총정치국장 황병서 동지가 함께 했다"고 해서 그제야 알았습니다. 이게 뭡니까. 명색이 나라인데, 한 나라의 2인자를 바꾸면서 보도도 안하니, 인민이 안중에나 있습니까. 아니 북한이 무슨 소꿉놀이터입니까. 남쪽은 하물며 동창회를 하나 만들어도 부회장, 총무가 바뀌면 다 공지합니다.

그리고 황병서도 보십시오. 민간인이 갑자기 중장이 된 것도 웃긴데 4월 15일에 대장별을 달고 나와 놀랐더니 28일엔 또 차수가 됐답니다. 와! 이건 정말 와~라고 입을 짝 벌릴 수밖에 없죠. 인민군 하전사도 한 계급 더 올라 가려면 1년이 훌쩍 넘는데 차수별은 무슨 별이기에 대장 승진 열흘 만에 받습니까. 그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하루 이틀 보는 일은 아니지만, 김정은의 기분에 따라 고모부도 쏴죽이고 별도 뜯었다 붙였다 하고, 이러니 저라면 도저히 거기에서 심장이 떨려 간부를 못할 것 같은데, 아무튼 노동당 간부들은 심장이 좋습니다.

저는 최룡해가 왜 물러났는지도 의문입니다. 근로단체비서로 갔다고 하던데, 그 자리는 총살된 박남기처럼 나중에 희생양이 될 경제부처 자리도 아니고 또 권력 실권을 쥔 조직부처럼 암투가 치열한 곳도 아니고 하니 비교적 안전하죠. 역사를 쭉 보게 되면 공신들이 눈치를 보다가 토사구팽될 것 같으면 병을 핑계로 은둔하는 사례가 참 많았고 그래서 칭병불출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통치자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면 2인자도 정상적으로 살지 못합니다. 남쪽엔 지금 최룡해가 당뇨 때문에 몸이 안 좋아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났다고 판단합니다. 당뇨도 걸렸을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왜 최룡해가 남쪽에서 2인자로 자꾸 띄워주니 언제 죽을지 몰라 겁이 나서 병을 부풀려 꾀병을 부리는 것 같을까요. 정치국 상무위원이면 더 높은 자리도 많은데, 비서 중에 한직인 근로단체비서로 간 걸 보면 아마 장성택 죽는 걸 보고 나 같은 것쯤이야 하고 떨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원래 아첨기 강한 사람들이 겁도 많습니다.

좀 있다 또 처형되는 간부가 나올 것 같은데, 누굴까요. 인민 노릇도 간부 노릇도 목숨 걸어야 하니 참 불행한 땅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