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까지 몇 회에 거쳐 농사이야기 쭉 해온 것은 지금이 농촌동원기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북에서 농사를 제일 중요한 분야로 꼽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북에선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정확한 표현은 ‘농자천하지대본’입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하늘 아래 가장 큰 근본”이라는 뜻이죠. 이건 옛날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의 80%가 농사를 지었습니다. 한국도 1960년대만 해도 농민이 인구의 60%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 국가 지도자는 농민을 어떻게 잘 살게 만들까 이런 고민만 해도 국민의 절대다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1960년대 인구의 60%가 농사를 지었던 한국이 불과 50년 뒤에는 인구의 6%만 농사에 종사하는 나라로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뒤 수출주도형 경제를 추진하다보니 결국 공업이 발전됐고 농업은 상대적으로 약화됐습니다.
하지만 북쪽은 아직도 농민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인구의 한 40% 정도가 농촌인구라고 하지만 파종기와 수확기에 모든 인민들이 농촌에 달려가니 사실상 북한은 현재 농업국가입니다. 그렇다고 농자천하지대본인 것도 아닙니다. 북에서 농민은 가장 살기 힘들고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농촌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무리로 나오는 실정입니다.
전 국민이 농사에 매달리는데 왜 생산량은 항상 부족하게 나올까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그 해답은 간단합니다. 협동농장과 같이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대중적 생산체제와 비료 부족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북쪽 농지면적을 따져봤을 때 농사를 잘 지으면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여기 남쪽도 쌀이 남아서 썪는다 이런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실제 쌀 생산량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거든요.
작년에 한국의 쌀 생산량이 420만 톤입니다. 인구가 5000만 명임을 감안할 때 한 사람당 100㎏도 차례지지 않지만, 저번에도 말씀드리다시피 여기는 밥을 잘 안 먹습니다. 한 사람당 1년 쌀 소비량이 71㎏에 불과하니 420만 톤으로도 쌀이 막 남아돌아가는 거죠. 반면 북에선 밥만 먹으니 북한 인구가 굶어죽지 않고 그럭저럭 먹고 살려면 양곡 400만 톤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추산을 여기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300만 톤 좀 넘게 생산하는 것 같습니다. 1년에 한 100만 톤만 추가 생산하면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데, 이건 비료만 제대로 있어도 되는 문제입니다. 한국도 농업만큼은 그리 발전했다 보기 어려운 것이 정보당 쌀 생산량이 평균 5톤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09년 아주 풍년이 들었다고 했을 때 전국 평균 생산량이 5.34톤이었고 2011년에는 4.94톤으로 정보당 5톤도 채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보당 5톤이면 북한에서 별로 놀랄 일은 아니죠. 북에서도 예전엔 농기계는 없어도 비료만 제대로 있어도 정보당 5톤씩은 생산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 비료가 없어 실제론 평균 2.5톤씩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요. 비료만 좀 주면 3~4톤은 우습지 않겠습니까.
한국은 쌀 재배만 많지 다른 양곡은 거의 생산하지 않습니다. 사오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인데 두부콩만 봐도 1년에 국내에선 13만 톤 정도 생산하는데 사실 소비량은 130만 톤 정도 되거든요. 그러니 90% 정도 수입해 온다는 것입니다. 남쪽 정보당 콩 생산량도 1.7톤 정도로 북한도 비료만 있으면 이 정도 얼마든지 생산합니다.
북쪽의 주식인 강냉이도 한국은 간식용 찰강냉이 정도만 심어먹습니다. 사실 강냉이는 짐승 사료로 수요가 많은데, 한국은 국내 자급률이 1%도 안 되고 99% 이상을 외국에서 사옵니다.
양곡 뿐 아니라 남새도 마찬가지인데, 김장철이면 배추나 무우를 중국에서 사옵니다. 저는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에서 배추나 무우와 같은 남새를 심어서 한국에 팔아도 돈 많이 벌 텐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남새를 심어서 한국에 팔고 그 돈으로 양곡을 사오면 사실 그 땅에서 쌀이나 강냉이 생산하는 것보다 몇 배의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김장철에 보면 배추 한포기가 여기선 2딸라 정도나 하고 무우도 지금 보통 크기의 무우 1개가 1딸라나 합니다.
감자 같은 것은 한국의 영농법이 아무리 발전해도 북쪽의 기후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흥단 고산지대쪽 감자가 얼마나 좋습니까. 가루도 폭폭 나고 맛도 있고요. 하지만 한국은 더운 지방이니 감자가 맛이 없을 뿐더러 가루 나는 감자를 찾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오죽하면 제일 남쪽 제주도 한라산 쪽에서 재배된 감자가 그것도 고산지대에서 재배된 것이라고 값이 더 비싸겠습니까. 량강도 감자가 남쪽에 오면 분명 그것만 팔릴 것입니다. 한국에 와서 감자를 팔고, 여기서 남아도는 쌀을 대신 가져가고 이러면 얼마나 좋습니까. 북쪽에서 농산물이 얼마든지 사 올 수 있는데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사와서 외국 농민들 좋은 노릇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요. 남북이 빨리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살아야 할 건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런 시절 만들려 해도 결국 남북관계가 좋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간만 나면 누구를 찢어죽이겠다느니 죽탕치겠다느니 하면서 섬뜩한 구호나 외치지 말고, 북에서 먼저 성의를 보이면서 접근해보십시오. 북쪽이 악수를 청하면 남쪽은 절대 외면하진 않습니다. 정세가 위험한 듯 위기를 고조시켜 내부 인민들의 불만을 딴 곳으로 유도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낡은 사고방식이 하루 빨리 바뀌길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