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상이 된 리용호의 한 맺힌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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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당대회에서 고위간부들이 좀 많이 바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이 바뀌지 않았더군요. 김영남 같은 인물은 89살인데 아직도 안 물러나지 않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대단하기도 합니다.

세습이 되는 외국에선 장수왕이 가끔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입니다. 올해 나이가 만으로 90살인데, 1952년 만 26살에 여왕이 돼서 지금까지 64년간 여왕으로 살고 있으니 정말 세계 기록이죠. 여왕이 사망하면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는데, 아들 나이가 우리 나이로 69살입니다. 어머니는 64년간 왕이었는데, 그 아들은 왕 한번 해보기 힘드네요.

그런데 북한은 왕은 물론이고, 신하까지 대대손손 해먹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사회주의를 한다면서 이건 조선시대 왕조들보다 더 신분세습이 철저합니다. 왕이 있는 국가들은 대개 왕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지 나라 운영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부가 대신합니다. 북한처럼 종신왕을 자처하는 독재자 하나가 누구 죽이라 말라 지시하는 나라는 21세기엔 북한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김영남처럼 한 인물이 오랫동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기회는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북한을 망쳐 놓은 장본인들이 그대로 자리를 틀고 있으니 유능한 간부들이 나오겠습니까. 모름지기 김영남 아들도 곧 고위 간부로 등장할 겁니다. 그럼에도 간부 교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승진한 인물도 나타났습니다. 대표적 인물이 이번에 외무상이 된 리용호 외무성 부상입니다. 환갑을 갓 넘겼으니 건강만 허락하면 늙을 때까지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임 리수용 외무상은 이번에 정치국 위원 겸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보아, 노동당 국제 담당 비서였던 강석주를 대신한 것 같습니다. 강석주도 정말 대표적으로 오래 자리를 지켰던 사례입니다.

외무상에 오른 리용호도 알고 보면 대대손손 해먹는 집안입니다. 아버지가 리명재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김정일의 신임이 컸습니다. 그 덕분에 아들까지 외무상이 됐지 집안이 볼 것 없어 보십시오. 그런 자리 언감생심이죠. 리용호는 1956년 평양에서 태어나 남산중학교와 평양외국어대 영어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외무성에 입사해 줄곧 외교관의 삶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리용호에겐 충격적 비밀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손에, 그것도 총에 맞아 죽었던 것입니다. 리용호가 외무성에 입사한 것이 1978년인데, 이듬해인 1979년에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이 누구냐면 1982년 서울로 망명했던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입니다.

말 나온 김에 먼저 이한영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김정일의 대학 동창 중 하나가 이종혁인데, 나중에 아태 부위원장이 됐죠. 리종혁 집에 김정일이 자주 들락거렸는데, 그 목적이 바로 그의 형수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이종혁의 아버지가 땅이란 소설로 유명한 리기영 작가인데, 당시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위원장을 했습니다. 예술계 최고 간부니까 맏며느리도 젤 유명한 여자를 얻었는데, 그게 바로 당시 북한 최고의 여배우였던 성혜림이었습니다. 리종혁의 형수이기도 한 성혜림은 그때 유부녀로 딸도 낳고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가 성혜림을 보고 반해서 계속 들락거리던 끝에 조직지도부에 들어가 권력을 가지자 성혜림을 강제 이혼시키고 자기가 숨겨놓고 데리고 살았습니다. 그 둘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 바로 김정남이라고 지금 해외를 떠도는 김정일의 맏아들입니다. 성혜림은 나중에 정신병에 걸려 모스크바에 가서 죽었습니다. 이한영은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아들입니다. 성혜림은 어린 김정남을 키울 때 언니를 불러 같이 살며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덕분에 이한영은 남쪽에 망명한 1982년까지 김정일의 부화방탕한 생활을 너무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그가 증언한 리명재가 부인을 쏴 죽인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김정일이 밤에 여자들을 불러놓고 부화 연회를 자주 열었는데, 이때 부르는 측근 중에 리명재가 있었습니다. 리명재 부인, 그러니까 리용호의 어머니가 자꾸 남편이 만취해 새벽에 들어오니 수상한 겁니다. 어딜 갔다 왔냐 물어도 비밀이라고 말도 안하지 하니까 바람피우나 의심을 해서 뒷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남편과 김정일이 밤새 연회를 가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리용호의 어머니는 김일성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자기 남편이 이러이러하게 잘못 사는데, 수령님이 이 부화방탕 파티를 좀 그만두게 해주세요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1979년쯤 되면 그때 벌써 이미 김일성에게 올라가는 편지를 김정일이 중간에서 다 가로채 검열할 때였습니다. 김정일이 화가 났죠. 리명재를 불러다 "너 아내 건사 잘해라. 이러고 다닌다"고 추궁하니 그가 "장군님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 년은 쓸모없습니다. 죽여버릴까요" 이랬다는 겁니다. 김정일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명재가 총을 들고 가서 아내를 쏴 죽였다고 합니다. 정말 야쿠자나 삼합회도 북한과 비교하면 저리 가라입니다.

이한영이 리용호가 외무상이 될 줄 알고 30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한 건 아닙니다. 아무튼 저는 경악했는데, 김정일 측근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사고락을 같이한 조강지처를 쏴 죽이는 것쯤은 단번에 할 수 있는 냉혈 인간이 돼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리용호 입장에선 자기 어머니가 그리 죽고 얼마나 한이 맺혔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걸 다 참고 지금까지 머리 숙이고 출세해온 것을 보면 이 인물도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젠 올라갈 만큼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그냥 환관처럼 계속 부들부들 머리만 조아리고 살지 말고 앞으로 어머니의 원한도 좀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