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김정은이 북한이 직접 개발했다는 경비행기를 몰았다며 난 사진이 노동신문에 크게 실렸습니다. 정말 김정은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했을까요? 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뜨고 내릴 때는 전문 비행사가 옆에서 다 거들고 하늘에 올라가서는 김정은이가 좀 이래저래 조종간을 만졌을 가능성은 있겠죠.
저는 이런 게 김정은의 무모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시험비행기는 워낙 위험해서 시험 비행사들도 타기 꺼리거든요. 다른 나라에서 대통령이 시험 비행기를 탔다 이러면 큰일이 납니다. 그게 대통령이 겁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한개 나라를 책임졌는데 사고라도 나면 어쩝니까. 그런데 김정은은 자기가 용감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직접 시험비행기까지 탔다면 이건 무모한 짓이죠.
그런데 김정은이 비행기를 탄 사진이 남쪽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분명히 새 비행기라고 하는데, 출입문 부분을 보면 녹이 빨갛게 쓸어 있습니다. 그 정도 녹이 쓸려면 최소한 10년은 지나야 합니다. 아마 이 방송을 듣는 분들 중에 당시 로동신문을 갖고 있으시면 다시 한번 보십시오. 부식을 보면 다 낡은 비행기에 도색만 다시해서는 새 비행기라고 둔갑시킨 것입니다.
왜 이런 황당한 연극을 했을까 생각해봤는데, 하나는 하도 김정은이 닦달질 해대니 과학자들이 자기 힘으로 만들 기술과 능력은 없고, 별 수 있겠습니까. 그냥 낡은 경비행기 가져다 도색칠하고는 새로 개발한 것이라고 김정은을 속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김정은이가 하도 비행기 모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이렇게 조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비행기 조종은 외국 정상들이 자신이 강력한 지도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종종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3년 5월 미국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 파병된 항공모함에 전투기를 타고 착륙해 이라크전 종전 선언을 한 장면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비행기 조종사 출신인데, 그런 그도 항공모함 이착륙은 실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늘에 올라가서만 조종을 좀 했다고 합니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이 탄 전투기를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한 기자가 질문하자 "곧추 날아오는 비행기라면 해군조종사가 조종하는 비행기일테고 그렇지 않다면 상상에 맡기겠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누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온 가족이 멸족했을테죠. 아무튼 부시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항공모함에 내려 종전선언을 하는 멋진 모습은 "그의 재임 중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하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전투기 조종을 통해 강력한 지도자임을 드러냈습니다. 2000년에 수호이 27이라는 최신 전투기를 몰고 체첸을 방문한 적 있고, 지금도 종종 비행기를 모는 연출을 합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대통령들이 비행기 모는 장면을 왜 보여주겠습니까. 지지율이 올라가니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정은의 눈엔 이런 것들이 멋있어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따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왕 따라할 거면 경비행기 앉아있는 장면이나 내보내지 말고, 비행 조종술을 좀 더 연마해 진짜 전투기 몰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마 북한 전투기들이 다 고물이라 추락할 공포에 그렇게 할 수 있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낡은 경비행기에 앉아 조종하는 흉내를 내긴 했지만, 평소엔 절대 그런 비행기를 타고 다니지 않죠. 김정은이 즐겨 타고 다니는 비행기는 세스나라고, 미국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5만 대 가까이 팔린, 외국에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타는 가장 흔한 경비행기입니다. 작년 김정은이 원산을 방문했을 때 공개한 사진 속에 이 비행기가 뒤에 보였습니다. 이 비행기는 4명이 타는데, 비행사가 타고, 김정은이 타고, 뒤에 이설주와 김여정이 타면 되겠네요. 하긴 김정은이 워낙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설주랑 여정까지 탈 수 있을 진 모르겠습니다.
이 비행기 가격은 30만 딸라 정도로 그리 비싸다고는 할 수 없는데, 비싼 비행기는 북한에 팔지도 않을뿐더러, 몰래 사와야 부품도 정비인력도 없습니다. 김정은 수준에선 세스나가 그냥 딱인 겁니다. 인민들보고는 외국제 쓰지 말라고 통제하면서도 자기는 미국제 비행기, 컴퓨터, 독일차, 프랑스 와인 등 사갈 건 다 사서 씁니다.
그나저나 김일성,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은 비행기를 무섭게 여기지 않나 봅니다. 스위스에서 살다보니 비행기를 어려서부터 많이 타본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이설주의 아버지가 비행사 출신이라 그런 영향도 있을 겁니다. 이설주 입김이 들어갔는지, 식수도 공군 비행장에 가서 하고, 백두산도 비행사들과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그러네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비행기 타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인 중요한 이유가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북한의 모든 학교에서 김정은 혁명활동을 배우죠. 김정은 혁명활동 학습참고서라는 교원용 교재를 얼마 전에 봤는데, 거기에 보면 참 황당한 내용이 많습니다. 뭐 3살 때 자동차를 몰고, 또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시속 200㎞짜리 보트를 몰았다지 않나. 그걸 믿는 인민들이 있을까요.
저는 김정은이 자꾸 어디 가서 뭘 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봐라, 내가 이래 봐도 비행기도 운전하고 탱크도 모는 사람이야, 그러니 그깟 보트나 자동차를 못 몰겠어"라고 과시하려는 목적도 크다고 봅니다. 여기서 보면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유치하지만, 북에서 사는 분들 중에는 장군님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비행기 잘 몰면 인민생활이 개선됩니까. 저렇게 비본질적인 일에 집착하지 말고, 인민들 잘 살게 만드는 데나 머리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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