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일은 조선소년단 창립일입니다. 올해는 꺾어지는 기념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년단대회를 하는 등 매우 크게 쇠죠. 작년 66돌 때엔 김정은이 기념행사에 직접 참가해 기념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근로단체 중에 왜 하필 소년단 행사에 가장 힘을 쏟는지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니까 아이들에게 힘을 쏟는 겁니다.
김정은이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영구 집권을 한다면 70살 때 지금 소년단 애들이 한 50대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자기 통치기간의 핵심 세력이 될 세대를 지금부터 세뇌교육을 시켜서 충복으로 키우려는 겁니다. 어려서부터 세뇌시키면 그만큼 효과가 매우 크죠.
작년 소년단절에는 제가 쓴 동아일보 1면 기사를 두고 북한이 난리를 쳤습니다. 황해도에서 사람들 굶어 죽는데 비행기까지 띄우면서 대규모 행사를 벌인다고 사실을 썼을 뿐인데, 인민군 총참모부가 성명까지 내고 동아일보 좌표까지 공개하면서 조준 타격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군대의 타격에 모든 것을 내맡기겠는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겠는가, 우리 식의 무자비한 성전을 보기 전에 최후통첩을 보낸다." 이랬죠. 제가 사죄를 안 했으니 최후통첩도 지금까지 유지되는 걸까요. 아무튼, 그때 동아일보를 경찰들이 보호하고 입구에 드나드는 사람들 통제해서 불편했었습니다.
6일이 북한에선 소년단 명절이라면 여기 한국은 이날이 국가 공휴일입니다. 현충일이라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들과 군인들의 애국정신을 따라 배우기 위해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날 10시에는 1분간 묵념을 하고, 각 가정들에서도 자발적으로 태극기를 게양합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주요 인사들이 국립현충원이라는 곳을 방문해 묵념을 합니다. 현충원은 북한으로 치면 대성산 혁명 열사릉과 인민군 열사묘를 합쳐놓은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1970년 6월에 북한 대남공작원 2명이 현충원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일도 있습니다. 6.25행사에 박 대통령이 현충원을 방문하는 것을 노리고 새벽에 현충원 정문에 원격조종 폭탄을 설치하려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 폭탄 설치 훈련을 덜 받았는지 설치하다 그 자리에서 폭탄이 터져 1명은 죽고, 감시를 서던 1명도 달아나다 사살됐습니다.
현충원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 묘도 있고, 독립유공자들의 묘도 있으며 6.25 전쟁 때 희생된 국군 병사들의 묘도 있습니다. 국군 병사들의 묘가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합니다.
말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저는 한국에서 인정하는 독립유공자 기준을 보면서 아쉬운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인정하는 독립유공자는 상해 임정이나 흥사단과 같은 민족주의 계열의 단체에서 싸운 분들이나 일제 치하에서 감옥에서 돌아가신 분들 등이 위주입니다. 이분들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내건 독립유공자인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아쉬운 것은 우리 민족이 기억해야 할 많은 애국자와 독립투사들이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만주에서 일제와 정말 피어린 투쟁을 했던 빨치산들입니다. 한국은 상해임시정부를 계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주 빨치산은 중국 공산당 산하에서 싸웠다는 이유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반면 북한은 김일성 계열에서 싸운 사람들만 인정해줍니다. 중국은 내전에서 수백만 명이 희생되다 보니 만주에서 싸운 조선인 빨치산까지 챙길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일성 계열이 아닌 빨치산은 수천 명이 넘게 목숨을 바쳤지만 남과 북 어디에서도 이름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1930년대로 돌아가면 빨치산에서 총을 들고 일제와 누구보다 견결히 싸운 분들이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것이 나중에 3대 세습에 활용될 줄 알았겠습니까.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이런 순수한 생각을 갖고 목숨도 가정도 내걸었을 겁니다. 해방 후에 서울대 교수들의 상당수도 사회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저도 백번 생각해봐도, 제가 해방 후에 있어도 사회주의자가 됐을 것 같습니다. 다 같이 잘 살자는 사상이 나쁜 것이 아니죠. 그때 당시에 김일성, 김정일이 진짜 사회주의자들을 몽땅 죽이고 사회주의를 빌미로 세습 독재체제를 완성할 줄 꿈이나 생각했겠습니까.
저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을 사상과 이념을 떠나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곳은 결국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다 망한 북한이나 조선족을 한족에 동화시키려는 중국이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앞으로 통일이 된다면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될 확률이 거의 100%인데 이때는 소년단 같은 단체가 없어질 것이니 6일은 현충일로만 남을 겁니다. 그때의 현충일엔 이념에 관계없이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은 모두 추모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요즘 김정은은 소년단 창립일을 맞아 어린이 사랑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라디오를 들어 아시겠지만 최근 라오스까지 와서 탈북 청소년 9명을 잡아갔습니다. 예전에 제가 많은 분들의 후원을 받아 그들과 함께 살던 3명을 한국에 데려왔습니다. 그들은 지금 자기 집을 받아 잘 삽니다. 이번에 송환된 9명도 체포되기 좀 전인 4월에 중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던 분에게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의사를 물었는데 미국으로 보내 미국 가정에서 입양하겠다고 해서 못 데려왔습니다. 그때 그들을 한국으로 데려왔으면 북송되는 일은 없었을 건데 너무 아쉽습니다.
김정은이 이왕 어린이를 사랑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끌려간 9명에게도 사랑을 돌려주길 바랍니다. 지금 가장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 애들입니다. 따사로운 햇볕엔 그늘이 없다고 늘 강조해왔으니 진짜로 그렇게 하는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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