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월요일이 조선소년단 창건일이었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어린이 명절이 있는데 5월 5일이 어린이 절입니다. 남과 북의 어린이를 보면서 참 드는 생각이 많습니다.
북에서 태어나 자라난 사람들이 사회주의 조국의 우월성이라면서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던 내용이 있죠. 바로 11년제 의무교육과 무상치료제 말입니다. 남조선 어린이들을 월사금이 없어 학교에도 못 가고 깡통을 차고 다니면서 구걸하고 있지만 우리는 무료로 누구나 걱정 없이 교육을 받는다고 선전했죠.
제가 중학교를 나왔던 때까지만 해도 북조선의 무료교육체제는 그런대로 잘 작동했습니다. 비록 서너 살 탁아소 때부터 밥 먹기 전에 초상화를 향해 두 손을 높이 들고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한 뒤 밥을 먹어야 했지만 이런 세뇌교육을 제외하면 다른 교육은 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의무교육과 무상치료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옛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탁아소 유치원에 가도 밥을 주지 않으니 벤또를 싸가지고 가야죠. 도시에 잘 사는 사람의 자녀만 다니는 유치원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국가에서 대주는 것이 없으니 유치원은 운영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부모들이 일도 해야 하고 장사도 해야 하는데 아이 맡길 곳은 있어야겠고 그러니 학부모에게서 돈을 걷어서 선생에게 식량도 사주고, 유치원 운영비도 해결하고 한다는 것이죠. 이런 유치원에는 돈 있는 집 자식들만 가는 거죠. 유치원만 그렇습니까. 학교에 가면 무슨 그리도 내라는 것이 많은지. 군대 지원이니, 충성의 자금이니, 꼬마계획이니, 수십 가지 명목을 내걸고 어린 아이들에게서 왜 그리도 돈을 많이도 뜯어낸답니까. 그러니 가난하면 학교도 못갑니다.
예전에 인민학교 교과서엔 아침을 굶은 남조선 어린이가 학교에 갔더니 선생이란 자가 월사금을 가져오지 못한 거지라면서 마구 때리고 구둣발로 내쫓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조선이 딱 그리 됐습니다. 오죽하면 요즘 학부형들이 "차라리 일제 때처럼 월사금을 내고 학교 다녔으면 좋겠다"고 푸념합니까. 전국적으로 어딜 가나 사정은 똑같습니다.
지난달 초 국회에서 앞으로 정부에선 만 5살 유치원 과정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까지 10년 동안 사실상 의무교육을 실시한다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여기는 북한 탁아소와 맞먹는 어린이집을 거쳐 아이들이 유치원에 갑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돈을 내야 했죠. 각 지역별로 가격이 다르긴 한데, 전국적으로 평균을 내면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 다니려면 한달 평균 300딸라 정도 내고 어린이집은 250딸라 정도 냅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이보다 훨씬 쌉니다. 그런데 5년 뒤에는 정부가 모든 어린이에게 300딸라씩 지원합니다. 그러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의 무료로 다닐 수 있습니다. 완전히 공짜는 아니고 밥값하고 교재비 이런 것은 일부를 학부모가 부담하긴 하지만 가정들에 전혀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여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이미 거의 공짜로 운영됩니다. 그러니 남쪽에선 이미 북에서 자랑하는 11년제 무료교육에 거의 비슷한 10년제 무료교육은 실시되고 있는 셈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는 고등학교는 돈을 내는데 대체로 월 100딸라 정도 합니다. 유치원이 월 300딸라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별로 비싼 것도 아니죠. 지난해 통계를 보면 남쪽에서 세대 당 평균 소득이 월 3500딸라 정도 됩니다. 그러니 자녀 고등학교 학비로 100딸라 쓰는 것은 별로 부담은 아니죠.
유치원과 고등학교까지 합치면 한국은 13년제 의무교육을 하는 셈입니다. 거기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3%가 대학에 갑니다. 대학 학비는 좀 비싸서 한달에 1000딸라 정도 하지만 그래도 남쪽의 가정들이 이 정도 경제적 부담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론을 따져보면 남쪽에선 학생의 80% 이상이 대학 4년을 포함해 17년을 공부합니다. 북조선이 세상에 11년제 의무교육을 자랑하면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 웃습니다. 그 정도는 요즘 세상에서 명함도 못 내밉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약자로 OECD라고 세계에서 경제가 발전된 나라들의 모임이 있는데, 여기에 소속된 거의 모든 나라들은 3∼5세 어린이에게 완전 무상교육을 실시합니다. 한국은 이런 점에선 오히려 뒤떨어졌던 것이죠.
요즘 여기선 학교에 가면 점심밥도 무료로 줍니다. 이 무상급식을 놓고 요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엄청 싸웁니다. 한나라당은 잘 사는 집 자식들에게 뭐하려 세금을 들여 공짜로 밥을 주냐, 돈 많이 버는 집 자식들에게선 밥값을 받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그럼 가난한 아이들이 위축이 된다, 재정을 투입해서 몽땅 공짜로 주자하고 싸웁니다.
교육을 보면 한국이 사회주의 사회인 것 같고, 북조선이 자본주의 사회인 것 같습니다. 이걸 보면 사회주의란 것도 제대로 하자면 결국 나라가 잘 살아야 합니다. 잘 살자면 결국은 중국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북조선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유치원 가고 학교에 가는 세상, 언젠가는 꼭 다시 오게 되길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