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왕가뭄으로 북한 식량생산량이 2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네요. 치산치수가 잘 돼 있다고 하는 남쪽도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1973년 건설된 소양강 저수지 같은 경우는 물 수위가 사상 최저라고 합니다. 6월 20일 경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수력 발전은 물론, 서울 시민들 식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하네요. 남쪽이 이 정도면 보나마나 황해도 쪽에선 논이 다 말라버린 곳이 참 많을 것 같네요.
이렇게 가뭄이 들면 농사도 농사지만 북한은 전력 생산이 더 문제입니다. 남쪽은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이 24% 정도, 화력이 65% 정도고, 수력발전 비율은 7%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뭄이 들어도 원자력 또는 화력 발전소 좀 더 돌려서 얼마든지 메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수력발전이 절반 이상 차지하니 가뭄이 오래 끌면 전기가 나오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전기가 없으면 제일 문제인 것이 아마 철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철도는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에 전기를 160만 와트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할 때도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라고 80만 와트는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철도가 중요한데도 요즘 북한이 하는 행태를 보면 생각은 하고 있는지 참 의문이 듭니다. 이달 4일 북한이 한국의 국제철도협력기구 정회원 가입을 반대했던 일이 대표적입니다.
국제철도협력기구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비롯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28개국이 가입된 기구입니다. 아시아, 동유럽의 철도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이 이 기구를 통해 이뤄집니다. 한국은 이 기구 회원국이 아닙니다. 왜냐면 북한이란 존재 때문에 한국은 철도로 이들 국가와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도로 대륙으로 가지 못하니 결국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입니다. 해외에 가려면 기차나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꼭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미 많은 북한 인민들도 알고 있겠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0 몇 위를 차지하는 경제 강국이고, 경제력의 기본 바탕은 수출과 수입에 기초한 무역입니다. 상품을 기차에 실어 왔다 갔다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철도로 소련과 중국 등 대륙의 국가들과 연계되는 것은 남쪽의 오랜 꿈입니다.
내가 김정은이라면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해서 이득을 보겠습니다. 가만있어도 이건 돈이 생기는 일이거든요. 그럴 의지만 있다면 철도도 남쪽에서 알아서 새로 깔아주지 않겠습니까. 또 철도가 통과할 때 통과료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안합니다. 이번 국제철도협력기구 회의에서도 모든 국가들이 찬성하는데 북한이 유일하게 한국의 가입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기구는 한 개 나라만 반대를 하면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답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굴러온 떡도 내던지는 북한의 고집에 혀를 찼습니다. 한국에 제발 철도를 좀 깔아 달라, 선박으로 가는 화물도 철도로 돌려서 통과료를 내달라고 사정해도 모자란 일인데, 이건 지금 주객이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비행기와 선박으로 무역을 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그리하면 됩니다. 대륙으로 기차가 연결되면 좋겠지만, 당장 막 안달이 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급한 것은 북한이 아닙니까.
김정은이 진짜로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들을 잘 살게 만들고 싶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철도 현대화입니다. 일제시기에 건설돼 다 노후화된 지금 철도를 그대로 놔두고, 그것마저 전기가 없어 열차가 다니지 못하고 있다면 절대 북한이 잘 살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철도 건설 기술력이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한국이 북한 철도 부설에 참가하고, 다 건설한 다음 몇 푼 정도가 아닌, 최소 수억 달러에 이르는 통과료도 받을 수 있다면 이거야 말로 더 있을 수 없는 환상적인 일일 겁니다. 북한이 지금 관광업을 활성화시켜 돈을 벌려고 하는데, 그걸 갖고는 절대 이렇게 돈을 못 법니다. 또 관광업도 누가 안전이 위태로운 북한에 가고 싶겠습니까. 만일 서울 사람이 열차를 타고 중국으로 가는 시대가 열렸다 이러면 그때는 외국 사람들도 아, 북한이 저만큼 안전하니 가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물론 북한도 철도를 현대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볼 때는 주소를 완전히 잘못 찾고 있습니다. 작년에 러시아와 북한 철도 3500㎞ 구간을 재건하기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고 1단계로 재동역부터 남포역 175㎞ 구간을 올해 말까지 현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현대화 작업이 과연 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지금 러시아는 국가 부도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원래 러시아는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인데, 작년부터 시작해 지금 석유 값이 과거의 반값으로 떨어졌습니다. 아니, 제 코도 당장 못 씻는 판에 어떻게 막대한 돈이 드는 북한 철도를 새로 깔아줍니까. 예전에 러시아가 라진 하싼 구간을 현대화 했는데, 54㎞ 구간에 3억5000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북한 주요 철도 현대화엔 최소 250억 달러가 든다는데, 제 생각엔 더 많이 들 겁니다. 러시아는 절대 이런 돈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또 러시아의 신용은 국제적으로도 바닥이라 그냥 들어와 깔아주어야 깔아주는가 보다 이러는 겁니다.
동해선 같은 경우 철도를 왕복선으로 쫙 뽑고, 이왕 건설하는 김에 철길 아래는 가스관을 묻어 한국까지 연결시켜 몇 억 달러가 될 가스 통과비도 받으면 꿩도 먹고 알도 먹는 1석2조가 되는 일입니다. 이런 노다지 사업을 싫다고 하니 북한은 정말 답이 없다 이런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결국 못사는 건 남 탓이 아니라 다 제 탓인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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