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판이한 김정은과 인민의 꿈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대가 건설중인 원산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대가 건설중인 원산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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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보니 북한이 스키장 만든다고 무슨 마식령 속도라는 구호까지 내놓았던데, 그걸 보면서 어쩌면 하는 일마다 저렇게 생뚱맞을까 참 답답합니다. 설마 저 스키장을 인민이 타라고 만들었겠습니까. 그 먼 데를 뭘 타고 갈 것이며 또 스키 타려 다닐 수 있는 인민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김정은은 어려서 스키 타려 많이 다녔습니다. 자기 취미가 그거니 변변한 스키장이 없는 북한의 실정이 눈에 못마땅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남조선 인민들만 스키 마음껏 타고 북조선 인민들은 스키 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잘 꾸려놓고 타면 좋은 일이죠.

그런데 과연 잘 될까요. 우선 공사를 올겨울까지 완성하겠다고 달라붙는 것을 보면 좀 웃깁니다. 스키장 겨울까지 완성 못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터질 것처럼 궐기대회까지 하면서 저 야단을 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여름에 장마가 지면 나무를 다 베어낸 땅이 물렁물렁해져서 참 공사가 힘들 텐데 그거 극복하느라고 생고생을 하겠네요.

그걸 보면 작년 겨울에 방목지를 만든다면서 세포 등판(초지조성공사)에 사람들 보낸 것이 생각납니다. 겨울에 언 땅을 파고 풀씨를 심을 수 있게 개간한다고 하니 생사람만 죽어나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거기 공사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군요.

반면 스키장은 여름에 장마 기간에 건설한다고 하니 참 돈키호테 같습니다. 김정은이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떠올라서 지으라 지시를 내렸으니 설사 비가 내려도 짓긴 지어야겠죠.

스키장을 건설한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연 갈까요. 천만의 말씀이죠. 스키장을 보면 금강산 골프장이 생각납니다. 금강산에 열심히 땅 파서 골프장을 만들긴 했는데, 모름지기 아마 그 골프장은 지금은 풀밭이 됐을 것 같습니다. 세포 등판 개간하지 말고 차라리 거기서 소 방목 하는 게 낫겠습니다.

사람들은 관광을 가도 나름 교통도 좋고 치안도 안전한 국가에 가서 하려 합니다. 이왕 내 돈을 써서 가는데, 주변에 좋은 관광지들이 가득한데, 무엇 때문에 돈은 몇 배로 내고 북한처럼 교통이 불편한 곳에 가겠습니까.

더구나 한국인 관광객이 총에 맞아 죽는 나라에 무얼 믿고 가겠습니까. 금강산에 한국인 관광객이 안 가면 그럼 중국 관광객은 갑니까.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고 배도 사오고 했지만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금강산이 천하제일 명산이라고 많이 배웠죠. 그렇지만 제가 세상을 쭉 볼 수 있는 남쪽에 와서 보니 그건 과장이 심한 것 같습니다. 옛날에 선비들이 당나귀 타고 다니면서 어떻게 멀리까지 가봤겠습니까. 그러니까 국내에서만 맴돌면서 보다 보니 금강산이 우리나라에서 다른 산보다 멋있어서 천하제일 명산이니 어쩌니 글을 많이 남긴 것이고, 우리가 그런 소리에 세뇌돼서 정말 그런가 부다 이렇게 사는 것입니다. 옛날 선비들이 차도 비행기도 없는데 어떻게 천하를 다 돌아보았겠습니까.

중국만 해도 금강산보다 훨씬 좋은 산들이 많습니다. 중국 관광객들 입장에서 돈도 절반 이하로 드는 자기 나라 명산에 가는 것이 훨씬 낫죠. 교통도 편하고요. 또 북한이 관광객을 받아들이려면 외국에 이미지도 좋아야 합니다. 외국에선 북한을 악의 국가로 평가합니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선 관광을 못합니다.

관광을 통해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생각은 세 살 난 아이도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현실에서 돈을 벌려면 쉽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저는 스키장을 큰일이나 난 것처럼 건설하려는 것을 보면서 꼬빠크(노동단련대) 생각을 해봤습니다. 꼬빠크에선 오늘 땅을 파서 흙을 옆에 담가로 날라 쌓아둡니다. 그리고 다음날엔 다시 쌓아둔 흙을 담아서 구덩이를 메웁니다. 쓸 데 없는 일을 계속 반복해 사람들을 혹사시킵니다. 그렇게 해야 사람들 고생시키고 도망칠 생각 안 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저는 북한이 쓸데없는 공사를 자꾸 벌여놓는 것이 전국을 꼬빠크화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경제가 다 무너졌으니 경제 분야에선 무슨 속도를 창조할 길이 없고, 농사도 맨 날 총동원이요 전투요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식상해졌고...그러니 뭔가 충격을 주는 신선한 동원령은 내려야 하는데, 그 방안으로 새롭게 스키장이니 풀밭이니 이런 것을 벌여놓고 전국을 긴장시키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걸 짓는다고 북한이 잘 사는 것은 없지만 그나마 뭔가 땅을 파고 메우고 이러면 동원령을 내릴 수 있고 또 땅 파는 일은 눈에 보이는 변화라도 만들어 성과라고 내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만 보면 김정일과 김정은은 사람들 닦달질하는 것은 비슷한데 취미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 때에는 양어장, 염소 토끼 방목, 타조 농사, 발전소 이런 데 집착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것 하나도 없고, 건진 것도 없다는 것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가까운 실례로 김정일 사망 전에 희천 발전소에 집중해 희천 속도니 어쩌고 했지만, 이번 스키장처럼 갑자기 욱 달려가서 기간 내에 끝내겠다고 마구잡이로 건설한 것은 쓸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우린 너무나 잘 압니다.

김정은은 눈에 보이는 놀이장이니 공원이니, 스키장이니 이런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요즘에도 전국에 로라스케이트장을 건설한다고 북적거렸죠. 온통 흙길이고 포장도로도 울퉁불퉁한 북한은 로라스케이트를 탈 만한 곳도 아닌데, 참 보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사는데 도움이 안 되는 지시를 많이 내립니다. 그런 지시를 목숨 걸고 관철하겠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여러분들도 불쌍하고요. 여러분들에겐 마식령에 가서 스키를 타는 것보단, 내일 고기 한 점 먹어보는 것이 훨씬 더 간절한 소원일 겁니다. 인민의 꿈과 지도자의 꿈이 저렇게 다르니 북한이 지금 이 모양인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