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맞으며 생각하는 김일성의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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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 한국에 오니 북한에서 왜곡되게 배웠던 수많은 역사적 진실과 접할 수 있습니다. 6.25 전쟁만 해도 남침이냐 북침이냐 이런 것도 더 언급할 여지도 없습니다. 소련이나 중국의 비밀문서 보관소엔 전쟁이 김일성의 치밀한 계획 하에 시작된 것임을 입증하는 수많은 자료가 쌓여져 있습니다. 북한에서 올해도 6.25 전쟁이 이승만 괴뢰도당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이었고, 정의의 조국보위전쟁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혹시 거짓을 배우고 있는 북한 사람들이 6.25전쟁이 북한이 침략한 전쟁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면 자신들이 속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반정부 투쟁이라도 하지 않을까. 그러니 대북삐라 같은 것을 통해 6.25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 그것이 북한 주민들을 계몽시키는 길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아주 다릅니다. 지금 북한 사람들에게 6.25전쟁의 진실을 알려줘도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처음엔 조금 충격을 받겠지만, 잠시 뒤면 "우리가 힘이 있었으면 남조선을 해방하고 통일을 하려 한 것이 당연하지. 만약 남조선이 압도적으로 힘이 있었다면 이승만이 북침을 하지 않았겠어." 이렇게 반박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교육받은 혁명사상은 그렇게 돼 있습니다.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사상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 "남조선에서 미제를 몰아내고 남조선 인민을 비참한 노예 처지에서 구원하고 수령님, 장군님을 통일조국의 남해 바다에 모시자." 이것이 북한에서 항상 교육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목적을 평화적으로 달성할 수 있겠습니다. 남쪽이 항복할 일이 없으니 전쟁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인민들은 "미제를 몰아내고, 남조선을 구원하기 위해 전쟁밖에 방법이 없다. 전쟁을 할까" 이렇게 물으면 "당연히 해야지." 이렇게 대답하도록 세뇌돼 있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 사람들이 사는 게 어려우면 "에구, 전쟁이나 일어나라."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런 사상에 세뇌된 영향입니다. 전쟁이란 것이 힘이 있는 자가 먹는 게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 북한 현실에서 "전쟁이나 나라"는 것은 "빨리 힘센 남조선에 먹히고 싶다"는 의미이긴 합니다.

오히려 북한 사람들은 왜 남조선이 그렇게 발전돼 있으면서도 북조선을 침공하지 않는지 아마 그게 궁금할 겁니다. 그래서 아마 남조선의 군사력이 대단하지 않거나 또는 북한의 군사력이 대단해서일거라 짐작할 것입니다. 사실 제가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핵을 제외하고 전쟁이 붙었을 때 북한은 3일 견디기도 힘듭니다.

6.25전쟁처럼 인구의 10분의 1 넘게 죽고 국토가 폐허가 된다면 그런 전쟁은 절대로 하면 안 되겠죠. 아마 김일성도 전쟁이 3년이나 이어지고 온 강토가 폐허가 될 줄 알았으면 전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기 생각엔 남로당원들의 폭동까지 일어나주면 한두 달이면 제꺽 통일을 할 줄 알았겠죠.

김일성도 인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려는 생각이 없진 않았겠지만, 오늘날 결과를 따져보면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우리 민족에게 너무나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물론 그가 일제 때에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운 것은 공이라고 인정해야겠죠. 그렇긴 해도 조국의 광복은 그의 유격대 활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일제가 패망한 결과로 이뤄졌습니다. 수천만 명이 싸운 세계대전에서 수십 수백명의 유격대는 그야말로 창의 일석이었고 조국광복에 미친 영향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은 6.25 전쟁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온 국토를 잿더미로 만들고, 수백만 명의 동족을 죽게 만든 재난을 초래했습니다. 저희 가족 역시 6.25전쟁의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전쟁 이후에도 북한엔 3대 세습의 왕국이 건설돼서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때 그리고 정치범수용소에서 죽어간 수십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아마 그들이 북한이 아닌 다른 땅에 태어났으면 지금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살리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여행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김일성의 빨찌산 활동이 설령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일본군 수백 명을 죽인 공과 우리 민족 수백만 명을 죽게 한 과오가 어느 것이 더 크겠습니까. 이것은 비교 그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남쪽의 박정희 대통령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일제 때 만주군 장교로 있었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으며 통치기간 독재를 펴 민주인사들을 탄압했습니다. 이것은 그의 과오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한강의 경제기적을 일으켜 강국으로 일떠서고 5,000만 남쪽 인민이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그의 개인적 과오보단 업적이 훨씬 더 큰 사람입니다. 지도자는 개인적 양심도 중요하고, 과거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민족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고 업적을 남겨놓았는지, 그의 통치로 인민이 어떤 혜택을 입었는지 그것을 두고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60년째를 맞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이 땅에 6.25 전쟁과 같은 참혹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