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야구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세계적으로 아주 인기가 있고, 또 남쪽에도 널리 퍼진 골프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합니다. 제가 골프를 처음 눈으로 본 것이 아마 '민족과 운명' 홍영자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측근들하고 골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아하, 골프라는 것이 저런 잔디밭에서 저런 채를 휘두르면서 치는 것이구나"하고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 많은 북한 사람들도 저처럼 그때 처음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그때 영화를 보면서 "저건 도대체 어디서 찍었단 말인가. 외국 나가서 찍은 건가" 이런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쪽에 와서 보니 북에도 골프장이 있었더라고요. 1988년에 남포 나가는 쪽에 있는 룡강군 태성에 총련 투자를 받아 처음 건설했습니다. 그렇지만 몇 년 뒤 영화에 나올 때까지는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경치 좋은 곳들을 1호 별장이니 2호 별장이니, 사냥터니 하면서 독차지하고 일반인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했는데, 골프장이라고 예외가 있겠습니까. 인민들은 나가 혁명하라고 내몰고 저들끼리는 골프나 치고 다녔던 거죠. 그래봤자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정말 볼품없는 골프장인데, 이제는 민간에도 공개돼서 평양골프장이란 이름으로 남쪽 사람들도 몇 년 전에 가서 골프를 쳤고 외국인들도 초청해서 평양 골프대회라는 것을 열고 하는 가 봅니다.
이후에 북에 골프장이 2개 더 생겨났습니다. 양각도 호텔 옆에도 만들어졌고, 금강산에도 남쪽 관광객을 겨냥한 골프장이 만들어졌습니다. 평양에는 실내 골프연습장이 생겨서 돈 좀 있는 집 아이들이 여자들 데리고 가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골프장이라는 것이 사실 유지비용이 엄청 듭니다. 그 넓은 면적의 잔디를 계속 잘라주어야지, 먼지 안 나게 물을 계속 분무해주어야지, 그러니 인원도 많이 투입되고 골프장 하나 만드는데 땅도 한 30정보 정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골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크다 보니 중동 국가들 같은 데는 사막의 모래밭에 잔디를 심고 휘발유보다 비싸다는 물을 뿌려서 유지하기도 합니다. 골프장이 제일 많은 곳은 미국인데 골프장이 1만6,000개가 넘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다음해인 2003년에 미국에 처음 가봤는데 미국이 얼마나 넓습니까. 서쪽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 워싱턴까지 가려면 비행기로 대여섯 시간 날아가야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내려다보니 정말 무한하게 펼쳐진 평야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데 그때 든 생각이 "아, 미국은 골프가 발전하지 않을 래야 안할 수가 없구나. 이렇게 땅이 넓은데 골프를 안 하면 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골프는 공을 멀리 쳐서 보내고 또 보내고 이러는 운동입니다. 중국처럼 땅이 커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면 글쎄 자그마한 탁구판 펴놓고 똑딱똑딱 공을 주고받고 이러면 되지만, 미국처럼 인구보다 땅이 넓으면 공을 멀리 날려 보내는 운동을 하지 탁구판 차려놓고 똑딱거리고 있겠습니까.
아무튼 그래서인지 골프가 가장 발전한 나라도 미국입니다. 제가 저번 시간에 프로선수 이야기를 했는데, 세계 수백 가지 체육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선수 중에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선수는 골프 선수 중에서 많이 나옵니다. 타이거 우즈라고 한 10년 동안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았던 선수는 해마다 1억 딸라 넘게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돈 많이 버는 체육 종목이 골프, 자동차경주, 권투, 테니스, 농구, 축구 야구 이러한 것들인데, 이중에서도 골프 선수는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립니다. 그러니 골프를 잘해서 유명한 선수가 되려는 경쟁도 매우 치열한데, 놀라운 사실은 한국 선수들이 골프를 아주 잘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이야기가 길어지니 다음 시간에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골프장이 미국에만 많은 것이 아니고, 유럽과 아시아도 많은데요. 골프장 많은 나라를 꼽아본다면 영국에 한 2,800개가 있고, 일본에 2,400여개, 캐나다에 2,100여 개, 오스트랄리아에 1,500개 정도 있습니다. 북에 겨우 3개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 많죠. 그런데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아주 조밀한 남쪽에도 골프장들이 의외로 많아서 무려 440개나 있습니다. 땅이 한국보다 100배는 더 넓은 중국에 있는 골프장 모두 합친 것만큼 됩니다.
이걸 보면 한국인들의 골프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골프장이 많다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두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골프를 한나절 치려면 수백 딸라 정도는 내야 하는데, 이는 미국보다도 몇 배로 비싼 가격으로 일반적인 사람은 비싸서 골프를 칠 수가 없습니다. 골프채 세트를 갖추려고 해도 또 수백, 수천 딸라가 듭니다. 그런데 돈만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토요일, 일요일 같은 휴일날 골프장에 가려면 주요 도로가 차들로 정체되기 때문에 새벽 3~4시에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 아침에 도착해서 골프를 칠 수 있습니다. 어쩌다 찾아온 휴일에 새벽부터 골프치려 나가는 것을 보면 저는 그게 끔찍합니다. 북에 예전에 사회주의 천리마 운동할 때 새벽별보며 출근하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죠. 여기 사람들 골프치려 나가기 위해 천리마 운동을 하는 셈입니다. 북에서처럼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니고, 아주 자발적인 새벽별보기 운동입니다.
그걸 하나만 봐도 사람은 북에서처럼 뭘 강제로 시켜서는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없다, 자기가 좋아서 알아서 열심히 나서게 해야 뭐든지 신바람이 나서 한다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벌써 다 지나갔네요. 골프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하기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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