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골프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사실 저도 골프를 칠 줄 모릅니다. 시간도 없거니와 돈도 비싸고 해서 별로 신경은 쓰지 않고 있습니다만, 대신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골프장으로 선정된 적이 있는 미국의 한 골프장에는 가봤습니다. 태평양을 마주보고 수백만 딸라 짜리 호화 별장들이 멋있게 들어선 사이에 골프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정말 태평양의 파도와 아름다운 정원과 같은 골프장이 어우러진 풍광에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지금도 그 경치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날 저는 북에도 마음만 먹으면 이런 멋있는 골프장을 건설할 곳이 참 많은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해안 쪽에 칠보산, 금강산 이런 명승지들이 많지 않습니까. 물론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한 뒤라야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북에서도 동해를 낀 멋진 골프장에서 세계적 선수들이 몰려와 골프대회가 열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통일이 되면 분명히 북에도 골프장들이 많이 건설될 것입니다. 남쪽은 인구밀도 때문에 골프장을 건설할 땅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대신 북에서 골프장 부지를 찾기 시작하겠죠. 북에까지 골프장이 많아지면 국제 골프계는 한국 선수들이 휘어잡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국제 골프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아주 잘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 10년간 국제 골프대회에서 한국 여자선수들이 상위 10명 중에 대여섯 명씩 꼬박꼬박 들어갑니다. 축구, 야구 등과는 달리 골프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종목이라 나 하나만 잘하면 됩니다. 그러니 한국 선수끼리도 서로 이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모든 체육 종목을 막론하고 우수한 여자 선수들이 참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남남북녀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여성들 얼마나 억척스럽게 삽니까. 가족들 다 먹여 살리려고 장마당에서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참 감동적입니다. 다른 선진국 여성들은 수십 키로 짜리 배낭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씩 메고, 이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북한 여성들을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할 겁니다. 현 시점에서 북에서 남자보다 여성들이 더 억척스럽다는 것은 북한 남성들도 다 인정할 겁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말입니다.
저도 그런 모습 보다가 한국에 와보니 여기엔 힘든 일에 몸을 사리는 여성들을 적잖게 봤습니다. "이런 거 여자가 어떻게 합니까" 이런 식인데, 북한의 여성들은 그런 것과 대비 안 되는 일을 당연한 듯이 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여기서 이런 말을 대놓고 하면 낙후된 나라에서 와서 여성존중의 의식도 없는 뒤떨어진 정신세계를 가진 남자로 취급될 겁니다. 물론 저도 여기서 이제는 한 10년 살아보니 여성 존중의식이 많이 몸에 배게 됐습니다만 그러니 더욱 북한 여성들이 참 불쌍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의 기질 속에 여성들이 원래 이악해서 그런지 체육 종목에 들어가면 또 한국 여성들이 국제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거든요. 만약 북한이 정상 사회가 돼서 먹고 살만 하고, 여성들도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자기 능력껏 체육 종목에도 매달리게 된다면 북한 여성들이 국제무대를 주름잡을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여자축구 이런 것은 강팀이긴 하지만 체육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체격이 뒷받침돼야 하지 정신력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유럽의 체격 큰 선수들을 어떻게 당합니까. 그러니 체격이 열세인 종목은 좀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종목들, 골프니 사격이니 활쏘기니 하는 정신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종목에선 분명히 북한 여성들이 충분히 세계 선두를 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점도 고려해야겠죠. 체육에 헝그리 정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못살 때는 정말 이를 악물고 정신력으로 버텨서 좋은 성적 내는데 경제 수준이 좀 올라가면 힘든 체육 안 하려고 하거든요. 남쪽도 1980년대 중반까진 라면만 먹고 훈련해 국제 육상경기에서 3관왕을 한 여성 선수도 있었습니다. 북에서 라면만 먹고 훈련한다고 하면 "야, 그 맛있는 거 먹고 훈련했단 말인가"하고 부러워할 법 하지만 사실 남쪽에서 라면은 값이 눅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북에서도 1998년 국제 마라손 경기에서 우승한 정성옥 선수 아시죠. 그 선수도 물에 불어 국수오리가 손가락만큼 퉁퉁 불어난 강냉이 국수죽을 먹으면서 그 힘든 마라손 훈련을 해서 세계 1등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 소득이 올라가서 배가 부르면 누가 그리 힘든 체육을 하려 합니까. 요즘엔 남쪽도 그게 문제입니다. 골프 같은 것은 워낙 우승하면 상금을 많이 주니 노력하지만 마라손 같이 어려서부터 죽어라 고된 훈련하고 상금도 적은 체육은 안하려 합니다.
골프 같은 체육은 비싼 골프장에 가서 매일 훈련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한국도 경제수준이 올라간 1990년대 말부터 여성들이 국제 골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북에선 당장 골프처럼 부자 체육은 못하더라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종목부터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좋은 성과가 날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들어서는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뭘 하든 우선 배부터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사회 제도도 문제입니다. 국제경기에서 1등을 해서 상금도 많이 받고 이러면 선수가 다 가져야지 당에서 빼앗아 가면 누가 열심히 노력할 맛이 나겠습니까. 비단 체육뿐 아니라 경제든, 농업이든, 과학이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발전은 결국 낡은 체제가 다 막고 있습니다. 북한도 하루 빨리 노력한 것만큼 보상을 받는 그런 사회로 변하길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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