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6월 말 중국을 방문해 대북관련 여러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중국도 이제는 북한 핵개발을 두둔만 하고 있진 않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이자 우방이었습니다만, 60년 전 피를 나눈 사람들은 다 죽고 이제는 중국 지도부가 점점 실리를 따지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실리를 따지면 사실 중국은 한국과 친해야 합니다. 한중 무역규모는 2,500억 달러에 가까워서 60억 달러에 그치는 북중 무역규모의 40배에 이릅니다. 한국이 중국에 직접 투자를 한 액수만 5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중국이 북한 편들어봤자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정치적으론 독재국가에 또 핵 개발하는 불량국가를 지원한다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지금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대접받고 싶어하는데, 반인권 독재국가의 편을 들어줘봐야 중국 이미지만 구기고 말발도 서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북중 간에 존재하는 혈맹관계라는 정서가 하루아침에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아직까진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정서적인 유대감 같은 것은 갖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은 과거 원수였던 나라입니다. 6•25전쟁에 참전해서 수십만 명의 중국 지원군이 한국군과 싸우다 죽었습니다. 한국의 관점에서도 중국은 조국 통일을 막아선 원수 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론 밀접해지고 있지만 과거 원수였던 정서가 아직 있으니 완전히 가까워지는데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이런 정서마저 넘어뛰어 중국과 친하게 된다면 서로 상대에 대해 신뢰가 형성되고, 또 중국이 보기에도 한국이 믿을만하다 그러면 한국 주도의 통일을 눈감아 줄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서로 간의 아픈 과거를 어떻게 넘어뛸까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그에 대한 해답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겠다고 한 거죠. 전사자 유해에 대한 서방권의 사고방식과 사회주의권의 사고방식은 좀 다릅니다. 여러분들도 미국이 북한에 들어가서 미군 유해 발굴해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서방 국가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군인들의 유해는 지구 어디에 가서도 꼭 찾아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2차 대전에 끝난 지 70년 가까이 되는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북한도 전국에 애국열사묘라고 있습니다만 이건 희생자의 시신이 있는 경우이고, 나중에 일부러 전투가 치열했던 고지들을 찾아다니며 유해를 발굴하고 있진 않습니다. 이건 정말 돈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큰 각오가 없으면 이렇게 하긴 어렵습니다. 한국도 예전에는 북한과 마찬가지였지만, 나라가 발전하고 경제력이 커지니 지금은 전문적인 유해발굴단이 조직돼 전국 산하를 돌아다니면서 전투현장들을 파서 유해를 수습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국가유공자 묘역에 이장을 했습니다. 문제는 유해를 찾다보면 꼭 국군 희생자의 시신만 나오진 않습니다. 중국군 유해도 나오고 북한군 유해도 나옵니다. 아마 이렇게 적의 뼈가 나오면 북한 같으면 원쑤놈들의 뼈라고 그냥 버려버릴 것이지만 남쪽은 이런 시신도 다 모아서 따로 매장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적의 유해를 모은 공동묘지를 '북한군 중국군 묘지'라고 하는데 그냥 일반적으론 적군묘라고 부릅니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이라는 곳에 축구장 두 개의 면적만한 땅에 1,100여 구의 유해가 안장된 묘역이 조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360여 구가 중국 지원군 유해이고 나머지는 북한군입니다. 적군묘는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십리 정도 떨어져 있고, 원래 묘는 남향을 향해서 쓰지만 이곳 묘는 모두 죽어서나마 고향을 바라보라고 북쪽을 향해 조성돼 있습니다.
묘지의 관리는 정말 잘 돼 있습니다. 북한은 한 10년 전에 김정일이 봉분 몽땅 깎으라, 묘비는 눕히라 이러루한 지시를 내려서 멀쩡한 묘도 못쓰게 만들었지만, 여기 적군묘는 잔디밭에 대리석으로 묘비를 만들어 바둑판 모양으로 배치했고 지난해에는 50만 달러를 들여서 다시 재단장하기도 했습니다. 총부리를 겨누며 싸운 적의 시신을 이렇게 잘 관리해주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적군묘에는 6•25전쟁의 전사자들 뿐 아니라 여기말로 무장공비, 북한말로 대남공작원들의 시체도 많이 묻혀 있습니다.
반대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몰래 북에 침투해 들어와 인민군대 많이 죽인 간첩놈들의 시체를 대리석 묘비에 이름 사망연월일 다 적어서 안장해준다는 것이 북한에선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중국인들도 이런 묘가 있다는 것을 몰랐나 봅니다. 박 대통령이 중국군 유해를 돌려주겠다고 말한 뒤에 인터넷에 적군묘 사진을 찾아 올려놓고는 정말 감동했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중국군 유해를 잘 보존해주다니 감동했다"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감사하다" 이러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감동적이고 감사할 일이 맞습니다.
아마 북한 주민들도 인민군과 대남공작원들의 묘를 여기서 잘 관리한다는 것을 알면 감동할 것입니다. 살아서는 적이었지만, 죽은 뒤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한 인간으로 대접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관용이야말로 바로 한국과 북한의 차이이고, 과거 적이던 중국인들마저 감동시키고 정서적으로 끌어당기는 힘의 원천인 것입니다.
북한은 어떻습니까. 자국 국민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탈북했다고 등등 아무튼 별치 않은 죄를 들어 총살하고, 관리소 보내고, 그러다 죽으면 시신조차 평토장해버립니다. 산 국민조차 원수처럼 취급하는 북한과 죽은 원수도 인간으로 예를 갖추는 대한민국. 어느 체제가 이길지는 결국 이 작은 차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방송을 통해 여러분들이 북한 체제의 관용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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