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가 매춘이라고 합니다. 성경에도 등장할 정도로 매춘은 역사가 오래고 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해 왔습니다. 지금 남쪽 역시도 적잖은 수의 매춘부들이 존재합니다. 매춘이 합법적인 나라도 적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2004년부터 법으로 매춘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2000년 초반엔 이런 법이 없어서 서울 시내 곳곳에 사창가가 존재했습니다. 이중 청량리나 미아리 같은 지명은 북조선 사람들도 하도 많이 들어서 알 겁니다. 제가 남쪽에 도착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던 때 일입니다. 조사가 거의 끝나면 머리도 깎고 옷도 사기 위해 조사관과 함께 시내에 나가는데, 이 조사관이 글쎄 차를 사창가로 몰고 가는 것 아닙니까. 아마 서울 시내에 이런 것도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도시 곳곳에 존재하던 이런 사창가가 2004년 매춘을 처벌하는 법이 나오고선 모두 숨어들었습니다. 없어지진 않았는데 그때처럼 밖에 나가 남자를 불러들이는 것과 같은 공개적인 영업은 하지 못하는 거죠. 장사가 안 되니깐 요즘 매춘부들이 성매매 처벌법을 없애라고 시위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이런 일은 북에서 남쪽을 공격하는 좋은 소재가 됩니다. 썩어빠진 자본주의를 공격하는데 거리에 매춘부가 득실거린다는 것만큼 좋은 소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예전에 북한 외교관으로 있다가 망명해 서울에 온 고영환 선생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하루는 외교부에서 남조선 실상 관련 강연을 듣는데 강사가 강연제강 대로 남조선이 썩고 타락했다면서 무려 600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서 몸을 팔고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상대가 누굽니까. 외교관들이 아닙니까. 가만 들어보니 그때 남조선 인구가 약 4000만 명인데, 이중 여성은 절반인 2000만 명이 되겠고, 이중 20~30대 여성 인구를 계산해보면 대략 600만 명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강사 동무, 600만 명이면 20~30대 남조선 여성은 전부 거리에 나와서 몸을 판다는 이야기인데 그건 좀 지나친 것이 아니오"하고 물었답니다. 강사도 듣고 보니 이건 할 말이 없는 겁니다. 나중에 보니 강연제강에서 매춘부 숫자는 60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수정돼 있더랍니다.
어쨌거나 북에서 이런 강연을 하는 이유는 북쪽엔 매춘부가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주의 시스템이 그럭저럭 돌아갈 땐 실제로 매춘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진 않았습니다. 워낙 여성들을 조직생활에 강하게 얽매어 놓는데다 처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또 여관도 몇 개 없는 북조선에서 매춘을 하고 싶어도 할 장소도 변변치 않았죠.
그런데 요즘은 북에서도 매춘이 매우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기차역 대기숙박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퍼져나가던 매춘 행위가 이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연하게 됐다는 소식을 남쪽에서 적지 않게 전해 듣습니다. 이런 것은 저보다 직접 북에 사시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죠. 요즘 전국 각지 기차역은 물론 평양역 앞에도 '꽃 파는' 여자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매춘 가격은 10딸라, 좀 고운 여대생은 30딸라 까지 한다고 합니다. 대충 한국에 비해 10분의 1 정도의 가격이지만 생활수준을 감안하면 북한이 꽤 비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가격까지 거론하면 오해할진 모르겠지만 전 지금까지 사창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또 주위에도 저 같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에는 역 앞에만 몸 파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고급 식당에 가면 간부용으로 또 고급 매춘부들이 많습니다. 평양 통일거리 쪽엔 이런 밀실이 있는 식당이 꽤 많죠. 이제는 북에서 남조선이 매춘부들이 득실득실한 썩어빠진 세상이라고 욕했다가는 듣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 딱 좋게 생겼습니다. 제 코도 못 씻으면서 남을 욕하니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점점 북조선이 우월한 사회라고 자랑할 거리들이 하나둘 사라져서 이제는 눈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네요.
미국 국무부가 해마다 6월 말이면 전 세계 인신매매실태 보고서라는 것을 발간하는데, 북조선은 올해까지 9년 연속 세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지정됐습니다. 많은 북쪽 여성들이 중국에 팔려가 강제 결혼과 매춘을 강요당하고 있는 까닭에 북조선은 주요 매춘여성 공급국이며 게다가 당국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쪽으로서야 좀 억울할 법도 하겠죠. 인신매매범은 총살에 처할 정도로 북조선의 인신매매 처벌은 세계적으로도 가혹하고, 팔려가는 여성보단 자발적으로 중국에 건너가는 여성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제가 보건대 북조선의 매춘 문제는 굶어죽을 걱정이 없는 남쪽하고는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북조선은 인신매매를 총살형에 처하기 전에 인간의 천부적 인권인 먹는 문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굶어 죽어가는 여성들에게 정조란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북조선 통치자들이 강성대국이니 인민의 천국이니 거창한 헛소리나 하지 말고, 다만 인민의 딸들이 굶어죽지 않으려고 단돈 몇 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상적인 나라나 제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길 바라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