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최고인민회의 직후에 인민무력부가 인민무력성으로 명칭을 변경했더군요.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일을 인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아 제가 참 의아했습니다. 저는 그런 사실을 북한 중앙TV가 2일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추대 평양시 군민경축대회 녹화 중계를 보고 알았습니다. 거기서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을 '인민무력상'으로 호칭하더군요. 아마 지방은 정전 속에 사는데다, 신문도 못 보니 인민무력부가 인민무력성이 된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 승격됐다고 크게 실으면서도 인민무력부가 명칭이 변경됐단 사실은 한 줄도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엔 이런 내용이 다 신문에 공지문으로 발표됐는데, 이젠 군부가 아예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이렇게 군, 비밀경찰, 경찰 조직은 체제 유지의 핵심 조직이라고 부로 승격시켰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각 산하인 성보다야 훨씬 위상이 높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젠 인민무력성이 됐으니 군부도 내각 산하로 들어간 것일까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 군부 위상이 말이 아니네요. 가만 살펴보십시오. 야전군인들은 대접을 못 받고 있지요. 북한군 지휘구성을 보십시오. 최고사령관은 군대에 가보지도 않은 김정은이고, 그 밑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군 담당 부부장이던 황병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황병서는 당일꾼이지 군인은 아닙니다. 지금 무력상인 박영식도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출신으로 사실상 황병서의 심복인 정치군인입니다. 반면 총참모장인 리명수는 무려 여든 셋입니다. 여든세살이면 걸음도 걷기 힘든데 군인이라니요. 그야말로 총참모장을 형식으로 박아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보면 북한군은 전쟁하려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황병서야 총정치국장이니 정치국 일을 하면 되지만 간부 사업하던 박영식이 전쟁이 나면 군단들을 제대로 운영하겠습니까. 리명수는 작전을 제대로 짤 수 있을까요. 중국은 나이가 70살이 넘으면 간부에서 물러납니다. 그래서 중국 지도부의 나이는 70살 아래인데, 이건 등소평이 나이 들어 간부를 하면 총기가 흐려진다고 해서 만든 전통인데 지금까지 잘 지켜집니다. 80살이 넘은 리명수가 용감하고 과감한 작전을 짤 수 있다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일선 부대를 한번 시찰하면 며칠 앓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이렇게 군 수뇌는 다 적절치 않은 인물들이 올라앉고 반대로 전쟁 좀 할 만한 능력이 되는 야전군인들은 계속 숙청해버립니다. 총참모장들의 운명을 되돌아 보십시오. 김정은 집권 직후 2인자로 꼽혔던 리영호는 숙청, 현영철은 회의장에서 졸았다고 공개 총살됐습니다. 김격식은 앓아 죽었다고 하는데, 진짜 앓아죽었는지 독살됐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리영길도 1군단 사단장으로 강등돼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리명수도 언제 죽을지 모를 운명입니다.
인민무력부장은 어떻습니까. 김정은 올라서고 총참모장이 5번 교체됐는데, 인민무력부장은 6번이나 교체됐습니다. 평균 재임기간이 10개월 정도밖에 안되는 파리 목숨이 된 겁니다. 반면에 김일성 때는 46년 동안 무력부장이 딱 5번 바뀌었습니다. 무력부장이 되면 평균 9년 넘게 자리에 있었다는 뜻이지요. 김정일 시절에는 17년 동안 3명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니까 6년 정도는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밑에서는 무력부장이 10개월도 못 버티니, 무력부장이란 자리가 얼마나 헌신짝처럼 간주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김정은이 야전군인들을 홀대하는 것은 믿지 못해서 그러는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김일성은 전우라고 믿고 맡길 사람이 있었고, 김정일 때도 빨치산 출신들을 그냥 썼습니다. 그들은 항일투사라고 최고의 대접을 손자까지 다 해주니까 딴 생각을 안했죠. 독재정권을 함께 만든 장본인들이니 평생 자기들이 만든 자신들만을 위한 천국에서 여생이나 편히 살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은 것이죠.
반면 김정은은 지금 군 간부들과 유대관계도 없습니다. 평생 총대를 들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김정은과 같은 애송이가 뭘 안답시고 훈시를 하면 얼마나 가소롭겠습니까. 김정은도 그런 눈치는 있겠죠. 그러니까 현영철의 경우처럼 자기에 대한 태도가 조금만 불손하면 용서 못하는 겁니다. 김정은에게 군 간부들과 함께 피 흘리며 싸운 과거가 있겠습니까, 아니면 같이 공유할 추억이 있겠습니까. 김정은 눈엔 그저 쓸모없는 늙다리일 뿐일 겁니다.
물론 김정은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가려면 군부는 이제 밀어낼 때가 됐습니다. 선군정치란게 뭡니까. 군부독재죠. 나라를 정상적으로 이끌어가려면 군이 정치나 경제에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북한 지도자가 됐다고 해도 군부 힘은 빼야 하겠죠.
지난 20년 동안 그 선군정치라는 괴상한 통치 방식 때문에 군부는 거대한 정치 및 이권 집단이 됐고 돈벌이에 급급했습니다. 군부 간부들도 썩을 대로 썩어서 나라와 민족을 지키겠다는 마음보다는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이 열배로 더 커졌습니다. 욕심은 하늘같은데, 무식한 군인들에게 나라를 이끌 능력이나 구상 같은 것은 애초에 없습니다. 이런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은 솎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김정은이 그런 생각 때문에 군부를 홀대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가는 방향은 맞으니 내각 중심으로 북한을 이끌어가길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그동안 호화호식하고 영화를 누려온 군부가 이제 한순간에 홀대를 받게 됐으니 장령들이 느끼는 자괴감, 김정은에 대한 반감은 클 겁니다. 그렇게 무시당하면서도 욱하고 일어나기는커녕 찍소리도 못내는 북한군을 보면 불쌍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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