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제가 북조선에 만연하는 매춘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사실 제가 서울에서 변질돼 가는 북쪽을 바라보면 가슴 아픈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하나인 마약 문제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북에 있을 때 지금 이맘때인 7월 중순이면 농촌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해서 백도라지 진을 받아내곤 했습니다. 백도라지라는 것이 사실 아편을 생산하는 양귀비를 말하는 건데 양귀비란 이름이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 백도라지라고 이름을 바꾸어서 눈속임을 하는 셈입니다.
백도라지에서 진을 채취할 때는 역한 냄새에 아이들이 픽픽 쓰러지다보니 밭 입구에 구급차까지 대기시키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진을 받아내는 일은 워낙 손이 많이 가고 특별한 기술이나 힘도 들지 않기 때문에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10대 초반 어린 학생들을 마구 동원합니다. 마약재배에 어린이들을 강제 동원하는 것은 사실 국제법상으론 범죄행위입니다.
양귀비를 마치 건강 식물인 도라지로 둔갑시켜 놓고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사람들은 그 위험성조차 모릅니다. 진이 짜진 마른 양귀비 열매 안에는 좁쌀처럼 노란 씨들이 가득한데 아이들은 그 씨가 고소하다고 간식대용으로 잘 털어 먹었습니다. 위험성을 모르니 저 역시 북에 있을 때 노란 씨를 한두 번 맛보고는 "음 고소하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아이들 때부터 멋도 모르고 아편에 중독되는 겁니다.
채취한 아편진을 오래 놔두면 걸쭉한 밤색 덩어리가 되는데 그때면 위에서 내려와 실어갔습니다. 백도라지반이라고 붙은 생산반에는 다른 농산반과는 달리 밀가루, 장화와 같은 특별 공급을 해주다보니 농민들은 저저마다 백도라지반에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생산돼 수거한 아편 덩어리에서 북한은 마약을 생산해내 국제사회에 몰래 팔아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조선 주민들이 이것이 범죄인 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도 어떤 사람들은 아편밀매에 대해 "마약을 퍼뜨려 미국놈들과 자본주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 장군님의 의지야"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마약을 유통시켜 미국 사람들을 타락으로 몰아넣는 것이 오히려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조차 있었습니다. 워낙 어려서부터 미제는 반드시 때려잡아야 할 철천지원수라고 세뇌시키다보니 미국을 망하게 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 따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증오의 사상만을 가득 고취시키는 북조선 교육은 사람들을 망쳐놓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미국과 남조선, 일본은 때려잡아야 할 철천지원수이고,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은 미제의 추종자들이고, 동유럽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사회주의 배신자들이고, 중국은 믿지 못할 나라이고, 이런 식으로 교육하다보니 결국 북조선 하나만 정상국가이고 전 세계는 북조선의 적이 돼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밖에 나와 보면 반대로 북조선 하나만 이상한 국가입니다.
북조선에서 마약을 밀매하는 목적은 단 한 가지, 미국과 남조선을 망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은 정권 통치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한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북조선에서 1년에 마약 밀매로 벌어들이는 돈은 수억 딸라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번 돈은 인민들에게 차례지는 게 아니라 통치자들의 호화생활을 위한 자금으로 쓰입니다. 전국 곳곳 어디가나 볼 수 있는 초호화 별장 건설 유지비, 간부들에게 선물하는 최신형 벤츠와 고급 명품 시계들을 비롯한 각종 선물들, 명절 때마다 벌이는 각종 행사 자금들 이런 데 들어가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마약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국가 공권력이 마비된 아프가니스탄과 버마 북부, 남미 콜롬비아 산간지역 정도입니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마약 밀매조직들은 총칼로 사람들을 위협해 마약을 생산 유통시키고, 벌어들인 돈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약 밀매조직과 국가가 마약 밀매를 주도하는 북조선과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들이 몰라서 그렇지 북조선 무역선이나 외교관들이 마약을 몰래 가지고 외국에 갔다가 체포돼 감옥생활을 하는 일들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엔 하도 국제사회에서 북조선발 마약에 신경을 많이 쓰니 백도라지 재배면적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게 압력이 무서워서 줄였다기보다는 워낙 국제사회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를 하다 보니 몰래 마약을 팔아먹기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판매가 안 되니 생산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 백도라지를 여전히 생산하는 곳들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조선 백도라지 재배 실태가 알려지니 이제는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관리소, 즉 정치범수용소에서 백도라지를 키웁니다. 정치범들은 종신이기 때문에 비밀이 새나갈 염려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현대사회는 발전된 사회어서 위성으로 다 지켜봅니다. 올해 5월 달에 보니 요덕 15호 관리소의 양귀비 재배 면적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15배나 늘었더군요. 판매는 어려운데 마약은 계속 생산되지 하니 그 쌓여버린 마약들이 결국에 어디 가겠습니까. 북조선에 퍼져 요즘 아편중독자 증가 속도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마약 이야기 시작하니 너무 길어져서 오늘 다 말할 수가 없네요. 다음 시간엔 여러분들이 '얼음, 아이스'라고 부르는 흰가루, 히로뽕의 위험성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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