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세계 최고수준인 북한의 흡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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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어느 탈북자 분이 요즘 북에서 최고급으로 친다는 '금수강산'이라는 담배를 몇 갑 피워보라고 가져다주시더군요. 요즘엔 북에서 생산된 여러 고급술이나 담배 이런 것은 서울 상점들에서도 살 수 있긴 한데 막 생산된 신제품들은 빨리빨리 안 들어오나 봅니다. 금수강산이 요즘 거기 최고급 담배 맞습니까? 담배갑을 척 보니 포장도 화려하고 담배도 금테가 두껍게 둘러진 게 제가 보기엔 고급 같긴 하더군요. 북에서 3500원 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충 쌀 1키로 가격과 맞먹는 셈인데 그 정도면 제가 보기엔 꽤 비싼 담배 맞는 것 같습니다. 평양백산담배연합회사라는 곳에서 생산된 것인데 제가 있을 때는 없었던 새로 생긴 회사인가 봅니다.

제가 담배를 끊은 지 3년이 되지만 그래도 요즘 북에서 담배 생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피워보았습니다. 예상 외로 상당히 괜찮더군요. 맛도 그렇고 생산 수준도 그렇고요. 제가 그 담배를 들고 회사 흡연자 선후배들에게 "이거 북에서 제일 좋은 담배라고 하는데 한번 피워보세요"하고 한대 씩 돌렸습니다. 흥미롭게 마지막까지 피워보는 사람도 있고, 도중에 맛이 이상하다고 끄는 사람도 있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북에서 아무리 최고급 담배라고 해도 여기 제일 하급 담배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맛은 떨어집니다. 그러니 아무리 북한 담배라고 해도 호기심으로 몇 모금 빨다가 끄는 거죠. 또 기자들이야 외국 출장도 많이 다니고 해서 외국 담배 웬만한 것은 다 피워본 사람들이니 북한 담배라고 해서 특별히 신기하고 그러진 않는 측면도 있겠죠.

사실 한국 담배 맛은 세계 다른 담배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서울에선 세계 유명 담배를 얼마든지 살 수 있고 골라 피울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땅과 물로 재배한 한국산 담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북에서 성천담배, 회령담배 손에 꼽지만 사실 그건 옛날 말이고, 요즘은 철저한 종자관리와 선진적 재배 방법 때문에 여기서 생산되는 담배는 사실 성천, 회령 담배보다 더 좋습니다. 북에 있을 때는 중국 담배라면 고급담배로 쳤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국에 온 뒤로는 중국 담배가 너무 텁텁하고 매캐해서 저도 도저히 피울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 마라초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사람들이 노동신문에 말아 피우는데, 이게 인쇄잉크 중독성이 강합니다. 제가 중국에 와서 보니 담배 말아 피우는 종이를 따로 파는데, 여기다 말아 피우니 노동신문에 중독돼 있어서 도무지 담배 맛이 나지 않더군요.

제가 한국 담배를 처음 피워본 것은 중국에 있을 때였는데 그때 '디스'라는 한국 담배를 처음 피워보고 "이렇게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담배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던 일이 어제 일 같습니다. 한국에 와보니 그 담배는 별로 좋은 담배 축에 끼는 것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좋은 담배가 많지만 한국의 흡연율은 44.3% 정도입니다. 열에 네 명 남짓 피우는 셈인데 이것도 세계 선진국 기준으로 매우 높은 것이라고 하네요. 요즘 한국도 흡연율 줄이겠다고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고, 거리에서도 못 피우게 합니다. 담배값도 계속 올려서 담배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 갑에 두 딸라 넘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세계적 기준으로 싸다고 다섯 딸라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세계보건기구가 북에 들어가 조사를 해보고 북한 성인남성 흡연률이 52.3%라고 발표했습니다. 두 명당 한명만 담배를 핀다는 소리인데, 사실 저건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수치였습니다. 한 십년 전만 해도 남자라면 거의 다 담배를 피웠지 않았습니까. 10년 새 갑자기 확 떨어질 일도 없었고, 분명 엉터리 조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52.3%도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흡연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실제로 열에 아홉은 담배를 피우는 북한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 나라인지 아시겠죠.

저도 만 14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습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 밤에 집에 가는 일이 많았는데, 중간에 한 30분 구간이 으쓱한 동네가 있었습니다. 비록 도시지만 전기도 가로등도 없는 곳이니 이 마을을 지나가면 중학교 졸업반쯤 되는 애들이 밤에 기타도 치고 술도 마시면서 뉘 집 마당에 모여 있다가 여성이나 어린 학생들이 지나가면 돈도 빼앗고 심지어 신발, 옷까지 다 벗겨 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다니면서 보니 이런 애들이 어두우니까 사람은 못보고, 길에서 발걸음소리 나면 가만 지켜보다 담뱃불이 빠끔빠끔 보이면 어른 남자라고 아예 접어들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가와 여자인지 자기보다 어린 아이인지 확인해보더라고요. 그걸 안 다음부터 저는 밤에 그 구간에선 담배 붙여 물고 다녔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너무 일찍 담배를 배웠죠. 지금도 그 동네에선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겠죠.

대신 북에는 젊은 여성들은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여기 서울에는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탈북 남성들이 서울에 와서 담배 피우는 여성들 보고 몹시 기분 나빴다는 이야기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람마다 다른 가 봅니다. 저는 담배 피우는 여성들 보고 반대로 멋지다, 저런 것이 허용되는 이 사회가 남녀평등이 아닌 가 이런 생각을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백해무익한 일입니다. 그래서 금연바람도 거센 것이고, 여기선 영화나 텔레비전 연속극에 청소년들이 따라 배울까봐 담배 피우는 장면이 들어가도 안 된다고 규제해서 담배가 나오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 합니다. 세상 좀 살만하고, 몸을 아끼는 사회가 오면 북한도 자연히 흡연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