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 덧 또다시 여름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해마다 학교 여름 방학 일정과 맞물려 7월말부터 8월말까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휴가철 동안 수천만 명이 산과 바다, 해외로 피서를 떠납니다. 한 달 다 가는 건 아니고 보통 일주일 미만으로 다녀오죠. 다만 올해는 세계 경제 위기로 경제가 안 좋다보니 휴가를 간단 사람 숫자가 전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최근 어느 조사를 보니 지난해에 인구 5000만 명 중 64% 가량인 3200만 명 정도가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 올해는 2500만 명 정도만 휴가를 가겠다고 대답했답니다.
국제화가 되니 세계의 어느 한 지역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겨울에 감기가 돌듯이 전 세계가 함께 경제가 안 좋아집니다. 이번 위기는 유럽의 그리스에서 시작돼 남부 유럽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 연쇄적으로 경제위기가 찾아왔는데요, 일전에 제가 한번 잠깐 말씀드리다시피 그리스 위기는 국가가 버는데 비해 복지 등으로 너무 많이 써서 국가 부도가 난 겁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북한에서 어느 집이 장마당에서 한 달에 10만 원 버는데, 애들한테 고급 옷과 신발 사주고, 생선과 고기 사먹고 이래서 한 달에 20만 원씩 써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아지니 여기저기 돈을 꿔서 메우다 나중에 결국 돈 갚을 능력이 없어진 셈이죠.
이 집에 빚 갚을 능력이 안 되면 돈 빌려준 사람들은 이집 재산 팔아서라도 빚 갚으라고 요구할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재산 다 팔아도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문제인거죠.
그러면 돈 빌려준 집도 결국 함께 손해가 날 수밖에 없죠. 돈을 빌리면 주로 어디서 빌리겠습니까. 멀리 딴 마을에 가서 빌리기보다 옆집에서 제일 많이 빌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리스도 마찬가지로 옆집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이런 나라들이 제일 피해가 많이 봅니다. 그런데 스페인, 이탈리아에 문제가 생기면 또 이 나라에 돈을 빌려준 독일, 영국 나아가 미국 이런 나라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겁니다. 미국이 손해 보면 또 한국도 함께 피해를 입는 거죠.
한때 남유럽 나라들은 복지의 천국이라고 부러움을 받았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복지를 하다 보니 나라가 망해버립니다. 나라 재산 다 내다 팝니다.
국제화가 되면 남의 집 망하면 우리 집도 돈 떼우고 함께 경제도 안 좋아지고 이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국제화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남의 나라에 물건 팔려면 외상도 주고 돈도 빌려오고 이런 거래를 해야 경제가 발전하죠.
외국과 등을 돌리고 살고 있는 북한이 현재 사정이 어떻습니까. 세계와 거래를 하지 않고 돈키호테처럼 살다보면 북한처럼 되니까 그리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와 교류도 해야 합니다. 돈 떼일 때도 있지만 돈 벌 때도 많죠. 장마당에서 크게 돈 버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거래처가 많아야 돈 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아무튼 지금은 경제 불황이라 돈 있는 사람도 지출을 줄이는데, 실례로 지난여름 해외에서 휴가 보낸 사람이 270만 명 정도 됐는데 올해는 100만 명 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경제하에선 사람들이 많이 놀려가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놀려 가면 돈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잠을 자야 하니 숙박업소가 돈을 벌고, 밥을 사먹어야 하니 식당이 돈을 벌고, 수영복이나 물놀이용품을 사야 하니 관련 업계가 돈을 벌고, 비행기, 기차를 타고 가니 운수업이 돈을 버는 겁니다.
사람들이 휴가 안가서 돈을 안 쓰면 이런 관련 업종들이 돈을 못 법니다. 올해 추산에 따르면 휴가 가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35억 딸라 정도 돈을 쓸 것으로 봅니다. 이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는 60억 딸라가 넘고, 휴가 가는 사람들에게 봉사해서 먹고 사는 일자리가 5만 개가량 만들어질 것으로 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감이 잘 오시지 않을 겁니다. 국가에서 시켜주는 대로 생산해야 하고, 직업도 국가에서 배치해주는 북에서야 어디 생산유발효과니 일자리 창출이니 이런 것이 들어보기 쉬운 말은 아닙니다.
저는 번잡한 것을 싫어해서 휴가 때마다 조용한 섬에 가길 좋아했습니다. 바다는 가고 싶은데 여기 해수욕장들에는 너무 사람들이 많이 몰려 바글바글하니 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점점 일이 많아지니 이제는 휴가 다녀오는 것도 귀찮습니다. 그냥 집에서 늦잠 푹 자면서 뒹굴다가 일 좀 하고 다시 뒹굴고 이런 게 좋아지려 하네요.
여기서 여름에 휴가 간다고 여러분들에게 "남쪽이 부럽지"하고 자랑할 생각 하나도 없습니다. 한국 근로자들 노동시간 세계적으로 제일 긴 것은 유명하지 않습니까.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그나마 여름 한주일 동안 가는 거니까요. 여름에 한 달씩 놀려가는 프랑스 정도면 몰라도요.
지금 돌아보면 제가 어렸을 때는 매일 휴가였습니다. 여름방학엔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수영을 쳤으니 말입니다. 여기 아이들은 그냥 경쟁사회에서 남들한테 떨어지지 않겠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악착스럽게 공부하고 겨우 한주일 동안 부모들 따라 산과 바다에 좀 놀려갔다 오는데, 그걸 보면 제가 학생 시절만큼은 북에서 자랐던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정말 마음껏 뛰어놀면서도 좋은 대학 갔으니 원은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사회제도 자체를 비교한다면 돈 벌기 위해 아글타글하는 사회와 굶어죽지 않으려고 아글타글하는 사회가 어디 비교대상이 되겠습니까. 북한도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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