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마식령 속도 잘 쫓아가고 계십니까. 제가 북에서 살 때도 당에서 무슨 속도 무슨 속도 정신 차릴 새 없이 많이 만들어내지만, 아래선 귀찮기만 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아마 마식령 속도도 텔레비와 신문에서나 떠들지 사람들이 관심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식령이 이번 장마 기간에 붕괴가 됐더라고요. 제가 인공위성 사진으로 산비탈이 무너져서 호텔 건설하던 곳까지 흙이 밀려 내려온 것을 봤습니다. 그거 정리하는 것이 차라리 새로 공사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겁니다.
6월 23일, 그러니까 한달 열흘 전 제가 바로 이 방송을 통해 말했습니다. 스키장을 여름에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장마가 오면 나무를 베어낸 땅이 물렁물렁해져서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지도부는 누구나 뻔히 아는 것도 생각하지 못합니까. 아니죠. 실무자들도 장마 오면 큰일 난다는 것을 다 알겠죠. 그럼에도 김정은이 지으라고 했으니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는 겁니다. 안된다고 했다간 바로 가족까지 함께 관리소에 끌려가니 말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숱한 군인들이 동원돼 당장 올해 중에 못 지으면 나라가 망하는 듯이 생고생을 합니다. 제가 장담컨대 올해 완공돼야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60년 넘게 스키장 없이 잘 살아왔습니다. 갑자기 스키 타려 달려갈 관광객도 별로 없습니다.
물론 북에 스키장이 급한 사람이 한명 있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스키를 즐겨 탔고, 세계 최정상급의 알프스 스키장을 갖고 있는 스위스에 유학 가서도 스키를 즐긴 김정은이란 젊은이입니다. 아마 올 겨울에는 스위스 같은 멋진 스키장을 지어놓고 솜씨를 뽐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할지도 모릅니다. 스키장도 변변히 없는 북한에선 김정은이 스키 제일 잘 타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내년에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 올림픽을 하니까, 북에서 스키 제일 잘 타는 김정은이 북한 국가대표 스키선수로 출전하면 어떨까요. 올림픽 내내 전 세계 언론의 주인공이 될 겁니다.
얼마 전 TV에서 마식령에서 산사태 때 전우를 구하고 목숨을 바친 영웅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시가 나오는 것을 보니 공사 과정에 아까운 청년들이 많이 죽어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여러분 에밀레종에 대한 전설을 들어보셨죠. 종소리를 멋있게 한다고 산 아이를 넣어 주조했다는 그 전설 말입니다. 또 예전에 계급교양 자료에 보면 수풍댐을 지을 때 댐이 오래가려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서 일제가 산 조선 사람을 세멘트 몰탈 안에 처넣었다는 내용도 배웠습니다. 그런 내용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만, 지금의 북한 건설장들을 보면 그런 전설 속의 잔인함이 저리 가라할 정도입니다. 도대체 무리로 사람들 죽어나가지 않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일제는 발뒤축에도 못 따라 갈 정도로 산 사람들이 수많은 건설장에서 제물로 바쳐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강산 발전소 건설 때 100리 굴을 뚫는 도중에 수천 명의 군인 사상자가 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하나 치룬 것처럼 그렇게 많이 죽었죠. 1992년엔 평양에서 통일거리 짓다가 아파트 붕괴되면서 한 개 대대가 몰살하기도 했습니다. 희천 발전소도 숱한 사람들의 죽음 속에 건설됐고, 지금 마식령이 또 그 길을 갑니다. 안전 조치라는 개념은 아예 없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정말 분노합니다. 이 세상에 북조선처럼 사람의 생명을 허술히 여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 나가고, 더는 못 견뎌 중국에 밥 빌어먹으려 나오면 이들을 잡아다 감옥에 보내고, 증산이니 전거리니 교화소에 보내 짐승처럼 죽게 만듭니다.
그 뿐입니까. 말 잘 못했다고 관리소에 수십 만을 잡아넣고 종신 노예로 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굶어죽지 않고, 탈북하지 않고, 감옥에 안 간 사람은 어디 정상적으로 삽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번 마식령처럼 정말 의미도 없는 공사장과 행사장에 불려가서 생고생하고, 죽기도 합니다. 북에서 인간 대접을 받는 사람은 한줌도 안 되는 중앙당 간부들이고요,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공사 도구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소모품입니다.
이번에 7.27에 평양에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들어가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 중엔 땡볕에 행사에 참가했다 실신해서 업혀 나오는 군인의 모습도 있습니다. 그 더운데 행사를 한다고 몇 달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오줌을 싸면서 버텼을까요. 저도 예전에 그랬죠. 7.27 단 하루 동안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체제 선전의 소모품으로 활용된 것입니다. 그것도 제대로 먹이지도, 재우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어떤 분들은 줄을 맞추어 열병대오가 행진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해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동작 하나하나 딱딱 들어맞는 집단체조를 보면서 저건 우리 공화국에서만 가능한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그건 북조선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그거 할 줄 몰라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외국에서 북한처럼 그렇게 먹이지 않고 가혹하게 훈련시켰다가는 당장 폭동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보기에 멋진 열병식이라고 해도, 그 군화 발에 인간의 존엄이 밟힌다면 그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 어느 나라도 마식령처럼 무너질 위험한 곳엔 절대 사람들을 무리로 내몰지 않습니다.
이번 마식령 붕괴를 보면서 북한 체제를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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