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한국의 회사원은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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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국에는 북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직업 종류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90% 이상이 이 범주에 들어갈 겁니다. 저처럼 직업이 기자이고 언론인 범주에 들어가도 언론사가 어쨌든 회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크게 보면 저도 회사원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은 저번 시간에 말씀 드렸으니 오늘은 회사원의 월급과 생활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어느 사회든 대체로 회사는 결국 월급 많이 주는 순서대로 인기가 좋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에선 월급 많이 주는 회사는 대개 대기업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30대 그룹 안에 들어가는 회사를 대기업이라고 하는데, 대기업 중 삼성그룹이 직원이 10만 명으로 제일 큰 기업입니다. 현대, LG, 한화처럼 여러분들도 아는 그룹들도 직원 숫자가 만만치 않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연봉이 보통 5만 딸라 정도는 됩니다. 여기서는 월급보다는 연봉이라고 1년에 얼마 받냐 이런 개념을 위주로 사용합니다. 연봉이 5만 달라면 월급은 보통 4000딸라 정도 받는 셈이죠. 물론 처음에 들어가면 연봉 3~4만 딸라에서 시작해서 10년, 20년 일해서 부장 정도 되면 7~8만 딸라 정도 받고 임원이 되면 10만 딸라 넘게 받습니다. 경력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아보니 월 2000딸라 정도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쓸 거 다 쓰고 살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니 대기업 직원이면 돈을 많이 받는다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집도 사고 애도 키우고 이러려면 대기업 직원도 맞벌이가 아닌 이상 목표를 달성하기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대기업 직원이 될 수는 없죠.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입사할 때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일반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월급이 적습니다. 회사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한 회사에서 한 10년 일한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대기업은 보통 연 5만 딸라 이상, 중간 기업은 연 3만 딸라 이상 정도 받는 것 같습니다. 열악한 작은 기업은 1~2만 딸라 받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일률적으로 맞는 기준은 아닙니다. 작은 기업도 월급 많이 주는 데도 있고 직업에 따라 경쟁률이 높은데도 있습니다. 실례로 제가 일하는 동아일보만 해도 기업 매출규모로 따지면 대기업이라기보단 중간 정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자라는 직업이 인기가 좀 있다 보니 좋은 대학 출신들이 지원하는데도 입사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이릅니다. 제가 입사할 때도 200~300대 1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신문사나 방송사도 좋은 데는 대기업 수준에서 연봉을 주지만 작은 신문사는 2만 딸라도 못주는데도 부지기수입니다. 대신 언론인은 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자긍심 때문에 많은 대학졸업생들이 지원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이든 아니든 회사원은 전반적으로 공무원보다는 월급을 많이 받지만 단점이 오래 일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특히 심한데, 일반 회사원에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런 순서를 밟아 올라가면서 진급하지 못하면 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사한 신입사원을 몽땅 차장, 부장 시킬 수도 없고 더구나 임원이 될 수도 없습니다.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으면 꾸준히 승진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승진 경쟁에서 탈락하면 빠르면 40대 중반, 늦어도 50대 초반이면 거의 퇴직합니다. 보통 대학 갔다 군대 갔다 회사 입사하면 남자는 20대 후반에 입사하는데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퇴사하면 회사 생활을 20년 좀 남짓 하는 셈입니다. 요즘 평균 수명이 80살 가까이 되는데, 인생 전체적으로 보면 20년 벌어놓은 돈으로 노년 20~30년을 먹고 살아야 하니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기업 못지않게 인기 좋은 기업이 공기업입니다. 공기업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국유기업을 말하는데 여기는 시장경제 국가이긴 하지만 전기, 수도, 가스, 철도처럼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동이 중단되면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그런 분야는 사기업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은 보수도 괜찮고 조기 은퇴 이런 것이 없으며 퇴직금도 비교적 많습니다. 그러니까 공무원과 비슷한 개념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나 모두 경쟁률이 치열하다보니 여기서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대개 들어갑니다. 북에서 온 탈북자는 이런 직장 잡기 힘듭니다. 여기에 지금 2만5000여명이 탈북해 왔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100명 중 한 명도 안 될 겁니다. 1990년대 초반 탈북해 오는 사람이 한해에 몇 십 명밖에 안될 때는 정부가 탈북자들을 좋은 직장에 취직시켰습니다. 하지만 직장 문화도 너무 다르고, 일하는데 필요한 능력도 필수적이고, 노동 강도도 세고 하니 대다수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얼마 안돼 스스로 나와 버렸습니다. 나온 사람들은 잘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한해에 탈북자가 수천 명씩 오니 정부에서 일자리 같은 것은 찾아주지 않고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북에서 와서 여기서 잘 살려면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일찍 와서 여기서 대학도 다닌 탈북자들은 그나마 정착하기 쉬운데 30살 넘어서 오면 힘들죠.

그래도 여기는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일을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고, 돈도 벌어서 북한 가족에게 한해 몇 천 딸라 정도씩 송금해줄 형편은 되니 북한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