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열병식, 북한의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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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때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서 중국군 열병식을 사열했습니다. 1950년대엔 김일성이 바로 이 천안문 망루에서 모택동 옆에 서서 두 번씩이나 열병식을 참관했는데 60년 전 김일성이 섰던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선셈이니 참으로 격세지감입니다.

비단 시진핑 옆자리에 서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과 별개로 이번까지 벌써 두 정상은 6차례나 회담을 했습니다. 집권 3년도 안된 정상이 벌써 6번이나 만난 것은 결국 반년에 한번 꼴로 만난 것인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렇게 만나면 둘이 얼마나 친해지겠습니까.

반면 김정은은 아직 중국 지도부는커녕 중국 대사도 못 만나고 있죠. 남들은 3년 동안 6번이나 정상회담을 한다는데, 김정은은 3년 남짓 동안 할아버지, 아버지가 이룩했던 업적을 다 업적을 다 무너뜨리고 있네요.

더 큰 문제는 요즘 북중 관계가 정말 심각하게 안 좋은데, 이 관계를 나서 풀 사람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왜냐면 중국 가서 말 한마디 잘못해서 꼬투리 잡히면 그냥 경고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고, 김정은은 바로 죽여 버리거든요. 그러니 누가 무서워서 가운데 나서서 북한과 중국을 중재하겠습니까. 장성택을 포함해 중국과 가까운 사람도 다 죽은 상태고요.

그렇다고 김정은이가 배짱을 튕기고 있으면 중국이 "아, 미안해. 다시 관계 개선하자" 이러고 나서겠습니까. 중국의 입장에선 북한은 아무 도움도 안 되고 그냥 피해만 주는 알거지 친구일 뿐입니다. 거기에 중국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3대 세습이 이뤄지니 중국 지도자들이 먼저 나서서 손을 내 밀리도 만무합니다.

그러니 정말 큰일이 났습니다. 저렇게 중국과 척을 지면 자금줄이 마르게 되는데, 벌써 김정은이 돈이 떨어져서 헉헉대는 조짐이 나타납니다. 김정일상이니 김정일 기금이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 아무리 북한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봐야 돈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이번 중국 열병식을 보면서 제가 느낀 또 하나는, 중국 열병식에 쏠렸던 세계적인 이목입니다. 제가 국제부 기자로 숱한 외신들을 매일 보기 때문에 알지만, 정말 외국에선 중국 열병식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습니다. 세계 정상이 30명 넘게 중국을 찾은 것이 대표적이죠.

열병식을 다른 서방국가들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북한을 포함해 중국 소련과 같은 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열병식을 벌여놓기를 좋아하죠. 없는 집이 자랑하기 좋아하고, 진짜 있는 집들은 내색하려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죠.

이번 중국 열병식이 정말 세계가 큰 관심을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큰 것이냐 하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선포되고 지금까지 66년 동안 중국은 이번까지 열병식을 16번 정도 했습니다. 올해 참가 병력은 1만2000명에 불과합니다. 물론 최신 무기들이 많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그게 그리 대단한 무기는 아니고,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은 다 갖고 있는 무기인지라 놀라서 입이 벌어질 것들은 아니죠.

그런데 1만2000명은 북한이라면 그냥 간이 열병식 정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노동당 창건일에는 3만 명이 동원된 열병식을 평양에서 연다면서요. 그러면 북한 열병식 규모가 무려 2.5배나 더 큰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열병식은 반 년 전부터 세계적인 화제가 됐지만,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이 불과 한 달 앞에 다가왔지만, 언론 보도는 고사하고 열병식을 연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북한이 왜 이리 불쌍한 처지가 됐을까요. 제가 볼 때는 줄을 딱 맞추어 행진하는 것은 북한이 제일 잘 합니다. 이번 중국 열병식을 보니 중국도 북한보다 이젠 줄을 더 잘 맞추는 것 같긴 한데, 수십 년 평균 내보면 어쨌든 북한이 최고가 맞습니다.

문제는 장사가 안 되는 겁니다. 장사가…. 북한은 아무리 크게 멋있게 해도 세계에서 무시당하고, 알아주지도 않고, 화제 거리가 안 됩니다. 중국보다 2.5배 넘게 병력을 동원시키고도 화제가 안 되니 진짜 불쌍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북한 주민이라도 좋아하면 모르겠는데, 그들도 똑같은 거 계속해대니 이젠 지겨울 지경입니다. "열병식은 왜 자꾸 하냐, 그럴 돈이 있으면 배급이나 주지"라는 원성이 터져 나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무시당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봅니다. 그냥 "어, 또 하네"하고 그치고 마는 정도인 이유가 30년 전인 1985년에 했던 열병식이나 2015년에 하는 열병식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무장장비가 더 대단해진 것도 아니고, 해가 갈수록 북한군의 무기가 고물인 것만 더 증명이 되는 꼴입니다. 행진 행렬이 줄이 딱딱 맞으면 뭘 합니까. 아무리 좋은 구경도 자꾸 보면 지겹습니다. 북한은 진짜 지겨울 정도로 열병식을 많이 해댑니다. 알아도 주지 않는데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무시당할 겁니다. 이번에 중국 열병식이 화제를 모은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국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중국을 모르고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원래 권세 있고, 돈 있는 재상집에는 강아지가 생일을 맞았다고 해도 선물을 싸가지고 가는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가난하고 별 볼일 없으면 환갑잔치를 벌여놓아도 얻을 것보다 줄 게 더 많은 곳엔 사람들이 가지 않습니다. 그게 세상의 인심입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혼자 콧대를 높여도 손에 쥔 게 아무 것도 없으면 처참하게 무시당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냉혹한 세계입니다. 그러니 김정은이 쓸데없는 허례허식에 돈을 탕진하지 말고, 나라를 잘 살게 만드는데 힘을 쏟는 게 최선입니다. 북한이 잘 살고 힘이 있으면 열병식을 안 하고 그냥 축하잔치만 열어도 세계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갈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