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비효율의 극치 아리랑 축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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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9절도 지났으니 이제는 당대표자회에서 무슨 결정이 날지 그것이 최대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에 관한 보도는 여러분들이 이미 너무 많이 들었을 것이니 오늘은 다른 이야기 좀 해볼까 합니다.

요즘 평양에서 '아리랑' 축전이 한창이죠. 평양 시민들과 학생 10만 명이 밤늦게까지 행사에 동원돼 수고가 많습니다. 저도 평양에 있을 때 그런 행사 많이 참가해봐서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잘 압니다.

그래도 몇 달 고생하면 끝나서 선물들이 짭짤하고 잘하면 아리랑 색텔레비전도 받고 하니 그걸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는 거죠. 솔직히 북에서 이만큼 주는 동원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아리랑 축전에 못 뽑혔다고 엉엉 우는 학생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보상을 잘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리랑 축제가 그냥 일방적인 체제 홍보 행사가 아니라 외국인용 관광 상품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려면 1등석에 400딸라, 2등석은 200딸라, 3등석은 100딸라나 지불해야 합니다.

어디 관람료만 받습니까. 북에 한번 가면 아리랑 축전만 보는 것이 아니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관광도 해야 하고 하니 아리랑 축전을 포함해 며칠 평양을 관광하는 여행상품을 사려면 한 2000딸라는 지불해야 합니다.

이렇게 비싸니 외국인들이 잘 가지 않습니다. 예전에 남북관계가 좋아서 한해에 수천 명씩 남쪽에서 사람들이 올라가 볼 때도 그렇게 돈을 많이 뽑진 못했다고 합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6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모두 합쳐서 1000만 딸라라고 합니다.

큰 돈 같지만 공연 참가자가 10만 명이나 되니까 이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해도 이 돈으론 어림도 없습니다. 최근엔 외국인 방문자가 아예 거의 없어서 돈도 뽑지 못하는데도 축전을 계속 하네요. 올해는 외화를 많이 벌지 못했으니 선물이 보잘 것 없을 것 같습니다.

북에서야 어차피 선전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거기다 외화까지 얻으니 1석 2조가 아닌 가 생각하겠지만, 본전도 못 뽑는 행사를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 때에 해마다 무조건 해야 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집단체조를 이렇게 해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이 많이 가서 본다면 몰라도 올해는 고작 몇 백 명 정도나 가볼지 모르겠습니다.

아리랑 축전이 잘 벌 때 6년 동안 1000만 딸라 벌었다고 하니 해마다 얻어 들이는 소득은 수백 만 딸라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만 명씩이나 동원돼서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한해에 수백 만 딸라씩 벌어들이는 사람이 수두

룩합니다. 북에서 10만 명이 벌어들이는 것을 한사람이 버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체육 선수들인데 이번 기회에 외국에서 체육 선수들이 얼마나 버는지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런 것을 한번 쭉 들어보시면 아마 북에서 하는 다른 외화벌이들이 다 시시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의 하나인 축구 선수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름을 잘 아는 박지성 선수는 영국 팀에서 뛰면서 한해에 월급과 광고료 등을 합해서 최소한 잡아도 500만 딸라 이상 법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에는 박지성, 이청용, 박주영처럼 한 해 100만 딸라 이상 버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축구선수는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 선수로 한해에 5000만 딸라 가까이 법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축구선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선수들이 훨씬 많습니다. 북에선 어떻게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야구나 골프 같은 종목에서도 고소득자들이 많이 탄생합니다. 미국의 유명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는 작년에 9000만 딸라를 벌었다고 합니다. 미국에는 작년에 6000만 딸라를 번 권투선수도, 4500만 딸라를 번 농구선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미국에 건너가서 골프나 야구 종목에 많이 참가합니다. 미국 야구팀들에는 한해 몇 백만 딸라씩 받는 선수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 선수들도 여러 명 있는데 그중 한명인 박찬호라는 한국 야구선수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8500만 딸라라고 합니다. 올 초 열린 겨울철올림픽 여자 휘거 1위는 김연아라는 한국선수가 했는데 올해 우리 나이로 21살밖에 안됐는데 작년에만 1000만 딸라를 벌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해외 체육 선수들이 얼마나 버는지 말씀드린 이유는 북에서 잘 살려면 숱한 사람 동원해서 아리랑 축전 같은 것 하지 말고 세계적인 체육인 1명만 집중적으로 육성해도 그만한 돈은 벌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사람들이 얼마의 생산 가치를 창출해 내는가에 따라 그 나라가 잘 살고 못 살고가 결정됩니다. 미국 사람은 1년에 7만1000딸라 어치를 생산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1인당 3만 딸라 어치를 만들어낸다고 하니 당연히 미국이 더 잘살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북조선은 어떻습니까. 1명이 1년 동안 수백 딸라의 가치도 못 만들지 않습니까. 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똑같은 고생을 해도 만들어내는 가치는 남북이 하늘땅 차이입니다. 이런 차이는 언제부터, 왜 시작됐을까요. 나라가 잘 살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이 방송이 끝난 뒤에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