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이 마침 9월 11일이네요. 그 유명한 9.11테러가 발생한지 벌써 14년이 됐습니다. 북한에서 살면 9.11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 힘들고, 또 들었다고 해도 북한의 입장에서 전해 듣기 때문에 오늘부터 3회 정도에 거쳐 9.11테러와 이후 달라진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001년 9.1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날아가던 미국 여객기 4대를 납치해 이중 3대를 세계 경제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와 군사력의 상징인 미 국방성 즉 펜타곤에 각각 충돌시켰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이 테러로 미국인 2,840여명이 숨졌고 20세기 진주만 사건만큼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테러 발생 직후 "감히 어떤 자가 미국에 테러를 해" 하고 미국 정부가 눈이 뒤집혀서 장본인을 찾을 때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전 세계 국가와 테러단체들이 움찔했습니다. 이번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것을 느낀 것이죠. 원래 테러단체들은 무슨 테러가 일어나면 자기들이 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특기인데, 그때는 반미 성향의 테러단체들이 절대 우리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오히려 미국에 다른 사람들이 수상하다고 밀고하는 정도였습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평소에는 맨날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호통을 쳐왔지만, 그때는 혹시 미국이 우리를 찍을까봐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당시 "지극히 유감스럽고 비극적인 사건이며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빨리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정보망을 통해 곧 테러 장본인이 알 카에다인 것을 알아냈는데, 이건 완전히 숨겨진 비밀조직이었죠. 두목인 빈 라덴을 찾고 보니 아프간에 탈레반 정권의 비호 하에 숨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탈레반에 빈 라덴을 내놓으라 하니까, 탈레반이 거절했습니다. 탈레반이 사실 믿는 구석도 없지 않았습니다. 내륙 가운데 있는 아프간의 특성상 자기들과 매우 친한 파키스탄이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제 아무리 미국이라도 어떻게 들어오겠어 하고 생각했던 것이죠. 미국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몰랐던 것이죠..
파키스탄이 가운데 나서서 "정신 나갔냐, 빈 라덴을 넘겨주면 되지 왜 자기 죽을 노릇 자처해" 하면서 탈레반을 설득하려 했지만, 탈레반은 오히려 파키스탄을 겁쟁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상황을 오판했습니다. 복수에 불타는 미국이 파키스탄에 "영공을 열지 않으면 석기시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하니 제 아무리 파키스탄 정부라도 방법이 없었습니다.
비록 파키스탄에 핵무기가 있었지만 미국한테 걸리면 소용이 없고, 더구나 파키스탄이 미국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이전부터 적대관계에 있는 인도가 미국 측에 서서 이 참에 눈에 가시인 파키스탄을 함께 공격할 것이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파키스탄은 찍소리 못하고, 친구인 탈레반 정권을 폭격하라고 영공을 열어주었습니다.
미국은 또 탈레반 정권에게 밀려나 있던 반대파 북부동맹에 자금과 무기를 엄청나게 지원해주고, 아프간 북쪽에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에게서도 영토 및 기지 사용권한을 얻어냈습니다. 이렇게 아프간은 졸지에 포위가 됐습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10월 7일 수도 카불을 공습하는 것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이라는 엄청난 군사 강국 앞에, 그것도 복수에 눈이 돌아간 미국 앞에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탈레반도 몇 년간의 전쟁을 거쳐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이지만, 단 하루 만에 아프간의 방공망과 통신망, 공군세력이 완전히 소멸됐는데 방법이 없는 거죠.
거기에다 동시에 반군인 북부동맹도 대대적인 공세를 개시하고, 그 공세를 막으려 부대를 배치하면 미 공군이 다 부셔버리니 탈레반 지상군도 순식간에 괴멸됐습니다. 한 달 만에 수도 카불이 북부동맹에게 함락됐습니다. 미군이 지상군까지 투입했으면 탈레반은 일주일도 못 버텼을 겁니다.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빈 라덴을 찾아봤지만 벌써 도망갔죠. 산속 깊은 동굴에 두더지처럼 숨어 외부와 연락도 완전히 끊은 빈 라덴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땅속을 어떻게 다 뒤집니까. 결국 빈 라덴을 잡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2011년 5월 파키스탄의 한 민가에 숨어있던 빈라덴을 미군 특수부대가 가서 사살해버린 것이죠.
아프간은 미군이 점령한 다음부터 문제였습니다. 탈레반이 지지부족을 등에 업고 유격전을 벌이는데, 이때 미국의 약점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나타난 것입니다. 미군은 민간인을 죽이면 처벌 받습니다. 그만큼 인권 의식이 강한데, 보이는 사람 다 쏴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민간인 복장을 하고 어슬렁거리다 갑자기 총을 빼들고 쏘고, 폭탄 던지니까 이게 정말 골치가 아픈 것입니다.
아프간 전쟁, 그리고 다음번에 설명 드리겠습니다만,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군은 눈에 보이는 목표는 엄청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일단 목표가 보이면 살아남을 수가 없죠.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북한 특수부대가 미국을 테러했다 이러면 북한의 모든 군사기지와 부대는 일주일 안에 미군 폭격에 사라집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북한과 아프간이 다르죠. 아프간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두목이 죽어도 부족으로 뭉쳐 저항하지만, 북한은 지도부가 사라지면 누가 왜 유격투쟁을 합니까. 그게 아프간과 북한의 차이입니다.
지금 북한 정권이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느니, 사상적 신념으로 승리한다느니 하지만 전부 현실적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말입니다. 외국에 나와 보면 그때는 그런 게 너무 잘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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