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은 잘 보내셨습니까. 없는 살림이라면 추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수천 년 끈질기게 조상의 전통을 지켜가는 과정이 있기에 우리 민족이 이렇게 하나의 정체성을 꾸준히 이어가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번 시간에 제가 한국의 공원묘지에 이야기를 하면서 평양 주변엔 산이 없어 공동묘지 쓸만한 땅도 없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걸 확인하느라 제가 평양 위성지도를 봤는데, 그때 든 생각이 평양이 참 무궁무진한 개발 잠재력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산이 없어 불편한 점도 있지만 대신 산이 없으니 도시를 확장하기 정말 편하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이었죠.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평양의 도시 발전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에 대해 제가 서울에 와서 지켜보았던 지식을 가지고 한번 전망해볼까 합니다. 도시 개발 예측은 남쪽에서 아주 중요한 능력에 속하는 데, 이걸 미리 내다보는 사람들은 큰 부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저기 땅을 사놓으면 앞으로 크게 오르겠다 이런 것을 예상하는 것이죠.
지금 북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은 단층집들을 많이 사놓는다고 들었습니다. 집과 텃밭이 곧 부동산인데, 앞으로 통일되거나 또는 북한이 시장경제로 전환할 때 부동산이 크게 뛸 것이라고 북에서도 선견지명 있는 사람들은 미리 대비해 놓는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남쪽에서도 북에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남쪽사람들이 북한의 땅을 살 수 있게 법을 만들어주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투기의 장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장경제가 들어가면 북한 사람들은 땅을 거래해야 할 것입니다. 그건 또 시장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서울을 보면 집값이 제일 비싼 곳이 강남, 서초, 송파구입니다. 서울을 4등분해서 보통 강북, 강동, 강서, 강남으로 나누는데, 제가 말씀드린 3개의 구는 한강 이남에 해당하면서 동쪽에 있는 지역입니다. 강남은 예전에 한양성이 있던 곳과 멀리 떨어진 한강 이남지역이었는데, 불과 1970년대만 해도 과수원이 있고, 농사꾼들이 농사를 짓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이 198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서 이제는 서울에서 집값이 제일 높은 한국의 부자들이 몰리는 곳이 됐습니다. 이곳에는 한 채에 수백 만 달러짜리 아파트가 즐비합니다. 보통 100㎡가 넘으면 쉽게 100만 달러가 넘습니다. 여러분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비싼 아파트죠. 반면에 기존에 도심이 있던 종로, 서대문, 중구 이쪽은 집값이 한계가 있습니다. 워낙 건물들이 조밀해서 더 개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걸어온 이런 과정을 평양에 한번 대입해 봅시다. 지금 서울 도심에 해당하는 지역이 평양역을 중심으로 중구역, 평천, 보통강 구역 정도에 해당할 겁니다. 지금 이곳은 평양에서도 제일 고급주택들이 많은 곳이고, 중앙당 간부처럼 돈과 권세 있는 사람들이 삽니다. 하지만 북한에 시장경제체제가 들어선 뒤 가장 땅값이 높이 뛸 곳은 이곳이 아니라 신도시를 체계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평양에 서울의 강남과 똑같은 개발과정을 거칠 수 있는 넓은 땅이 제 눈에 바로 들어왔습니다.
그곳은 바로 서울의 여의도와 같은 잠재력을 가진 두루섬과 맞은편 통일거리쪽 벌판입니다. 평양에서 차를 몰면 15분밖에 걸리지 않을 두루섬은 향후 엄청난 개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통일거리쪽은 대도로를 중심으로 길 옆에만 아파트들이 좀 있지만 그 뒤는 사실상 개발이 전혀 안된 벌판입니다. 도로 하나 깔고 다리를 건설하면 평양역에서도 20분이면 갈 수 있을 것이고 서울과 평양의 노선 상에 있어서 위치도 매우 좋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신도시 건설할 능력이 없으니 기존에 도심에 있던 60년이 가까워지는 아파트들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평양 중심부는 하부 상하수도 시설망 설계도가 분실된 곳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일제 때 건설해놓고 6.25전쟁 때 도면을 분실하고, 전쟁 후 재건이 급하다보니 그냥 일제 상하수도망 위에 대충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그때가 평양 인구가 40만 명 정도일 때인데 지금은 300만 명이 되니 평양 중심부는 아예 새로 들어내지 않고선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평양이 확장되려면 주변부에 좋은 계획도시를 확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 두 번째로 유망한 지역은 선교구역을 꼽고 싶은데 김형직사대 길 건너편에 장충성당 쪽을 시작으로 거의 중구역에 맞먹는 면적의 땅이 단층집만 늘어선 미개발지역입니다. 통일거리나 선교구역은 지금 평양에선 인기가 없는 곳입니다. 전쟁을 대비한다면서 대동강 이남으로는 평양의 핵심 이동수단인 지하철을 연결하지 않은 탓도 큽니다. 앞으로 이곳에 지하철이 연결되면 지하철로 평양 중심부까지 아마 10분이면 이동이 가능합니다.
세 번째 유망지역은 평천의 서평양화력 주변, 대동강과 보통강이 합쳐지는 곳의 금싸라기와 같은 땅입니다. 이곳은 위치가 아주 좋은데도 발전소 때문에 넓은 땅이 죽어버렸는데, 그 화력발전소는 이미 너무 낡아서 앞으로 빨리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해야 할 것입니다. 시꺼먼 연기를 내뿜는 발전소가 도심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제가 평양의 발전 가능성이 유망한 세 곳을 찍긴 했는데 지금은 북한에서 땅을 파고 사는 것은 물론 집을 팔고 사는 것도 불법의 범주에 속합니다. 이런 것 말해줘서 어쩌란 말이냐 할 수 있습니다. 말하려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많이 흘러서 다음에 계속 이야기할까 합니다. 저는 남쪽 방송을 듣는 깬 분들은 남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을 기다려주십시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