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은 잘들 보내셨습니까. 추석이면 논밭은 다 무르익었을 건데, 올해 작황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9월 초 100년래의 홍수를 맞아 큰 피해를 입었을 북부 두만강, 압록강 연안의 주민들은 추석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알려지기론 파손된 가옥이 거의 1만 채에 육박하고 이재민도 5만 명 가깝게 발생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살 생각을 하면 막막하겠습니다. 두만강 옆에 설치됐던 철조망과 감시초소들도 엄청 많이 쓸려갔다고 하니 이참에 결단을 내려서 탈북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올해 들어 70일 전투니 200일 전투니 정말 고달프게 내몰렸던 가운데 모처럼 추석이란 숨 돌릴 틈을 얻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봅니다.
여기 남쪽은 추석이면 도시에 올라왔던 사람들도 시골 고향집에 다 내려가 가족 친척이 모처럼 마주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사람이란 게 마주 앉으면 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라 돌아가는 상황이 화제에 오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추석이 끝나고 여기 남쪽 신문들은 일제히 추석 민심을 전하는 기사를 대서특필합니다. 추석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정부가 뭘 잘못했다고 말하더라, 어느 당 지지율이 높아졌다 이런 바닥 민심을 전하는 것이죠. 추석이 지나면 여론이 크게 바뀝니다. 가령 새누리당 지지율이 갑자기 높아진다던가 낮아지다던가 이런 거죠.
그게 왜 그런지 아십니까. 가족이 모여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나라에서 뭐가 잘못 돌아가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정치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도 가족 친척이 하는 불평을 듣고는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믿을 만한 사람들이 하는 말인데 허투루 들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추석 민심을 매우 두려워합니다.
그럼 한번 북한을 생각해볼까요. 여러분들은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까. 살기도 각박해 죽겠는데, 저 김정은은 왜 70일 전투니 200일 전투니 사람들을 숨 돌릴 틈이 없이 못살게 구는 걸까. 이젠 더 짜내고 짜내도 더 짜질 것도 없는데, 왜 자꾸 노력동원 나오라 지원물자 바치라 닦달질할까. 그래봐야 인민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그럴까요?
그 대답을 민심이 바뀐다는 한국의 추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선 인민들이 자기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수록 모여 앉아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닦달질하지 않고 들볶지 않으면 인민들이 여유를 갖겠죠. 조금 삶에 숨 돌릴 틈이 있으면 사람들이 뭐하겠습니까. 서로 모여 앉아 술도 마시면서 "이 나라는 왜 이 모양이야, 맨날 들볶아서 경제가 좋아진 게 뭐 있는데" 이런 불평을 할 게 아니겠습니까. 불평을 하다보면 서로 상대방의 생각을 확인하게 되고 믿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트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김정은을 반대하는 민심들이 점차 뭉치게 됩니다.
바로 그런 생각, 김정은 입장에선 불온한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바로 연일 전투란 것을 선포해 인민들을 들볶아 놓는 것입니다. 독재자들의 입장에선 사람들이 모여 떠들 틈을 주지 않는 게 통치에서 최상의 방법인 것입니다. 이건 북한만 그런 것이 아니고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역사에서 제법 독재 좀 했던 인간들이 써왔던 방법입니다.
아직 어린 김정은이 그런 머리를 짜낼 것 같진 않고 화석처럼 지겹게 중앙당에 틀고 있는 늙은 간부들, 김일성 시대부터 쭉 지켜봐 온 그 노인들이 김정은에게 알려준 비결이겠죠. "장군님, 자고로 백성들이란 것은 배불리 먹이면 안 되고, 편안하게 놔두면 안 됩니다. 저들은 개돼지들이라 늘 못살게 굴어야 정신을 거기에 팔고 정치를 욕하지 않게 됩니다" 이러고 말입니다. 이렇게 아양을 부린 대가로 그들은 편하게 기생충처럼 살고 있고, 자식, 손자들에게까지 대를 이어 부와 권력을 이어주는 겁니다.
이런 통치 방식을 김정은만 써왔던 것은 아닙니다. 김일성도 통치술은 잘 알고 있었죠. 북한에 배급제가 유지된 것이 바로 대표적 사례입니다. 백성들이란 것은 딱 굶어죽지 않을 만큼 적당히 먹여주고, 어느 정도 배가 고파야 일을 한다 이런 것을 타산한 것입니다. 굶어죽으면 항거에 나서겠고, 배부르면 일을 하지 않으니 딱 적당하게 먹여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배급제였습니다.
여러분들은 김정일, 김정은 시대에 하도 못사니까 김일성 시대에는 잘 먹고 잘 살았다고 착각하고 향수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들께 물어보십시오. 그때도 한달 배급을 주면 말일에 가서 딱 2~3일 정도 모자랐습니다. 그럼 좀 잘사는 집에 꾸려 다니고 다음 달 배급이 나오면 갚고 이러고 살았습니다. 요건 정말 노예를 부리는 고도의 술책인데, 김일성이가 그걸 알았던 것이죠. 그리고 그 비결을 김정일에게도 물려주었겠죠.
김정은은 배급 줄 쌀조차 없으니 우직하게 사람들을 들볶는 방법을 씁니다. 명색이 전투니까 이 기간에 불만 품는 사람이 있으면 충성심이 없다고 평소보다 더 엄격하게 처벌합니다. 사람들 들볶을 구실을 만들려니 평양에 려명거리니 뭐니 하면서 경제 발전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내몹니다. 려명거리가 완공이 되면 내년엔 또 무슨 발전소를 건설한다 내몰고, 내후년엔 또 관광지 만든다고 내몰고, 그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될 겁니다.
이런 전투들은 인민을 잘 살게 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게 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목적은 인민들을 고달프게 만들어 불평할 힘조차 빼앗아 가기 위해 만들기 때문에 이런 전투를 10년, 100년 해봐야 북한의 발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북한이 잘 사는 유일한 길은 김정은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는 길입니다. 이제라도 김정은 체제의 진짜 본질을 꿰뚫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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