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과 망명자들의 역할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고, 오늘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말씀드린 대로 2001년 11월에 미국 앞에 자존심을 내세웠던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한 달 만에 무너졌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정책도 확 바뀌었는데, 테러를 방어하던 입장에서 앞으론 테러의 싹을 미연에 자르겠다고 나서게 됐습니다.

그 테러의 싹이란 것은 결국 반미 국가, 반미 테러조직에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가 발생한 지 3달이 지난 2002년 새해 연설에서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부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세 나라 모두 미국을 최대의 원수로 삼고 있는데다 대량살상무기, 즉 핵과 화학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무기를 개발하면 장차 언젠가는 그 무기의 목표가 미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달라진 정책의 1차 목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됐습니다. 그때 부시나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같은 사람들은 아주 강경파들이었는데, 그들에겐 "국가도 아닌 일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따위가 9.11테러와 같은 엄청난 작전을 펼 능력이 없다. 분명 기존에 미국을 싫어하는 국가 중에 이 폭력 조직을 지원한 세력이 있을 것이다"는 잠재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후세인이 가장 유력한 혐의자였습니다.

후세인도 또 그때 좀 참았으면 모르겠지만, 자존심이 있다고 미국을 타도하겠다고 또 공언을 했습니다. 아마 자국민한테 비겁하기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자존심의 대가를 나중에 죽음으로 돌려받게 되죠.

미국이 이라크에 어디 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숨겨놓은 것이 없나 유엔 사찰단을 들여보내 조사를 하게 했는데, 사담 후세인을 "우린 진짜 없다니까"하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자, 이때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서방에는 후세인의 공포 통치를 피해 이라크에서 망명해온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반도로 치면 탈북자들과 같은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또 후세인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 미국에 "어디에 분명 화학무기 숨겨놓았다" 이런 정보를 계속 준 것이죠. 이들이 이라크에 살았고, 또 계속 이라크 내부 사람들과 연락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갖고 온 정부는 정말 아주 생생한 정보로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후세인 정부에 "너네 자꾸 거짓말할래. 우린 증거 다 갖고 있어"라고 윽박지른 것이고, 후세인은 "아, 진짜 없다는데 그러네. 우리가 화학무기 있는 거 다 보고서 갖다 바쳤으니 그 외는 진짜 없어"라고 주장하죠. 그러던 가운데 2003년 1월에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가 제출한 보고서에 빠져 있던 화학무기 11기를 발견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어쩌겠습니까. "너네 우릴 속였네. 안 되겠다 손 좀 봐줘야 겠다" 이러고는 3월에 "48시간에 사담 후세인이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라" 이런 최후통첩을 날립니다. 후세인이 그런 말을 따를 리가 없지요. 그래서 이라크 전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전쟁도 싱겁죠. 미국이 치는데 이라크가 상대가 됩니까. 전쟁에서 미군은 몇 명 죽지도 않았습니다. 불과 보름도 안돼서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후세인은 도망치다가 6개월 뒤에 체포됩니다. 미국이 경고했을 때 친한 나라로 망명하면 권력은 놓을지라도 목숨과 재산은 지킬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워낙 후세인이 지은 죄가 많았습니다. 대통령을 할 때 북부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쿠르드족에게 화학무기를 써서 죄 없는 민간인까지 수천 명씩 죽인 것이 후세인입니다. 이런 죄 다 종합해서 후세인에게 교수형을 선고했고, 끝내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밝히고 보니, 이라크에 미국이 찾던 대량살상무기는 없었습니다. 진짜 없다고 했던 후세인의 말이 진짜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쟁을 주동했던 미국과 함께 참전했던 영국은 머쓱해졌습니다. 하지만 후세인이 자국민들을 마구 죽여 악당처럼 놀았던 것도 사실이고, 제거해야 할 문제의 인물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이냐 아니냐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라크 망명자들의 역할인데, 정말 명분이 필요했던 미국에게 열쇠를 쥐어준 것입니다. 진짜 아닌데도 진짜처럼 보이는 그런 명분을 주었죠. 이걸 지금 남북 상황에 대입하면 어떨까요. 나중에 급변사태 같은 것이 발발해서 김정은의 잔혹한 인권탄압에 대해 단죄할 일이 생겼을 경우, 탈북자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김정은을 단죄할 명분을 찾을 때 진짜일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처럼 보일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주면서 김정은이 지금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의 입장에서 탈북자는 언젠가 자기 숨통을 조일 수도 있는 세력이 되는 겁니다.

이라크전이 벌어져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는 것까지 식은 죽 먹기였는데, 미군이 아프간과 마찬가지로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이쪽도 후세인의 부족인 수니파들이 미군에 항전하기 시작했는데, 이슬람교는 대의를 위해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확실히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미국과의 전쟁은 이슬람을 짓밟은 기독교와의 종교전쟁, 즉 현대판 십자군 전쟁으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그때로부터 미국은 무려 4조 달러 가까운 돈을 이라크와 아프간에 퍼부었지만 오늘날 중동에서 이슬람국가라는 무시무시한 이슬람 괴물 테러단체가 생겨나고, 수많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가 오늘날 세계 최대의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 다음 시간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