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이 북한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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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날 세계가 닥친 가장 문제는 난민 문제입니다. 매일 수천 명의 난민이 발전된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대다수가 시리아에서 온 난민입니다.

아시다시피 시리아는 북한의 오랜 동맹이고, 인구도 북한과 비슷한 2,300만 명입니다. 그런데 그 인구의 절반인 1,160여만 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외국으로 탈출했다는 것은 시리아 상황이 얼마나 참혹하고 끔찍한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리아 문제는 북한과도 매우 밀접한데, 어제의 두 동맹국이 오늘날엔 누구의 인권유린이 더 심각한지 경쟁하는 상황에 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탈북자와 시리아 난민 중 누가 더 도움이 절실한지, 누가 더 처참한 상황인지 국제사회가 누굴 먼저 도와야 하는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입니다.

과거엔 북한의 관리소, 즉 정치범수용소 문제와 먹지 못해 국경을 넘는 탈북자 문제가 세계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시리아 난민이 탈북자 대신 전 세계의 주목을 끕니다. 더구나 시리아는 외신 기자들이 직접 가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호소력 있는 생생한 사진들을 매일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떻겠습니까. 전 세계가 탈북자 대신에 시리아 난민부터 돕자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러는 와중에 탈북자 문제는 잊혀져갑니다. 아마 동맹국인 시리아가 저렇게 완전히 망가져서 제일 기뻐할 사람은 김정은일지 모릅니다. 시리아 덕분에 탈북자 갖고 세계가 난리를 치지 않아 좋게 됐다고 말입니다.

시리아 사태는 4년 전에 중동에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이 퍼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알제리에선 독재자가 달아났고, 리비아에선 카다피가 인민들의 손에 죽었습니다. 이집트 군부 독재가 붕괴됐고, 다른 이웃 나라들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리아에선 2011년 3월 남부의 작은 도시 다라의 한 학교 담에 10대 소년들이 혁명에 나서자는 구호를 적은 사건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이 소년들이 잡혀 고문을 당하자 석방을 요구하며 가족이 나서고, 형제가 나서고 이웃들이 나섰는데 정부군이 총으로 사람들을 쏴 죽였습니다. 그러자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해 거리로 나왔고, 정부가 기갑부대까지 투입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총을 쏘는 군인을 향해 시위대는 자체 군대를 조직하고 무기고를 털어 무장을 갖춥니다.

그렇게 시작된 내전은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역시 여기도 종교 갈등이 문제입니다. 1971년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부터 그가 죽자 자리를 물려받은 아들인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까지 40년 넘게 집권한 현 지배층은 시아파인데, 정작 시리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합니다. 반면 인구의 4분의 3은 수니파입니다. 그러니까 내전이 벌어지자 수니파가 "너네 작은 소수로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해. 이젠 시아파 몰아내고 수니파 세상 만들자" 이런 욕심이 생긴 것이죠.

이렇게 종파 싸움으로 번지자 주변 수니파 시아파 국가들이 또 개입합니다. 6.25전쟁 때 북한은 중국과 소련이, 남한은 미국과 서방이 지원한 것처럼 말입니다.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터키, 요르단 등이 반정부군을 지원한 반면,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는 정부군을 도와 반군 진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 미국 등 서방이 반정부 세력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러시아는 이란의 편에 서서 정부군을 도왔습니다. 결국 현대판 신냉전 구도가 시리아에서 폭발합니다.

참 그러고 보니 시리아는 1950년 강대국의 힘겨루기 각축장이 된 우리 역사를 빼 닮았습니다. 하필이면 그 힘겨루기가 죄 없고 힘없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500만 명의 우리 민족이 숨졌고,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겨났습니다.

오늘날 시리아도 내전 4년 반 동안 22만 명이 숨지고,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고향을 떠나 떠돕니다. 전쟁 과정에 민간인에 대한 살인, 고문, 강간 등 다양한 전쟁 범죄가 끊이질 알았고, 심지어 화학무기까지 마구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혼란상을 틈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힘을 키워선 시리아 동부와 북부를 장악하고 참수 등의 잔인한 방식으로 민간인 수백 명을 처형함으로써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시리아를 보면 정말 아비규환이 따로 없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5년 전 중동에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불 때 시리아가 이렇게 될 것이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시리아의 비밀경찰은 북한 보위부보다는 못해도, 그 다음쯤은 됐습니다. 인구 40명 가운데 비밀경찰이 숨겨져 있었다고 하는데, 무서워서 서로 말도 못했습니다. 그건 북한하고 비슷하죠.

그래서 전문가들도 다른 나라가 다 시위로 무너져도 시리아는 끄떡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만 그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습니다. 이 엄청난 내전에 불을 지핀 것은 뜻밖에도 10대 소년들이 벽에 쓴 낙서입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김정은 체제도 절대 굳건하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북한도 낙서 사건이 빈발하지 않습니까.

또 시리아에선 정부군이 땅크까지 동원해 시민들을 밀어버렸지만, 시위는 더 커졌습니다. 북한도 모릅니다. 시작이 어렵지만 인민들이 나서기 시작하면 김정은이 아무리 군대를 동원해 쏴 죽여도 오히려 인민들의 분노만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은 시위가 벌어져도 절대 시리아처럼 혼란스럽진 않을 것입니다. 종파 간 분쟁이 있을 수 없고, 또 대한민국이라는 언제든지 여러분들의 손을 잡아주고 도와줄 동포의 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