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하늘땅 차이인 남과 북의 주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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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에 달동네를 가보았던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한국의 주거문화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집 종류라는 것이 참 다양해서 간단하게 설명하기 쉽진 않습니다. 평양만 봐도 창광거리에 100평방미터 넘는 아파트에서 온수난방에 더운물 콸콸 나오는 좋은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바닥만한 창고와 같은 집 아닌 집도 있습니다. 창광거리보다 더 좋은 집으론 항일투사, 중앙당 부장급, 차수 이상급 간부들이 사는 2층짜리 집을 쳐주지만 서울에 오면 그 정도 집은 정말 많습니다. 평양에서 100평방이 넘는 좋은 아파트는 몇 만 딸라씩 하죠. 좋은 집은 전기, 물 공급이 어떤가, 교통은 어떤가, 새집인가 이런 것에 따라 좌우됩니다.

여기는 산간오지도 정전을 모르니 전기 물 이런 건 전혀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저도 아직 남쪽 집값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딱 찍어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대체로 보면 여긴 주로 동네에 따라 집 가격이 차이 나더군요. 물론 평양도 중구역 아파트냐 대성구역 아파트냐에 따라 집값이 다르죠. 하지만 여기 서울은 중심부에 있다고 절대 비싸지 않습니다. 똑같은 100평방대 아파트도 같은 서울 내에서도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교통여건도 크게 차이 없는데 말이죠.

여기 와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좋은 학교가 그 주변에 있냐 없냐가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실력이 높은 명문 학교가 있는 주변에 이사 가려 안달입니다. 그러니 그쪽 아파트 가격은 매우 비싸질 수밖에 없는 데 제가 보기엔 너무 비싸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 때문에 집값이 2배 넘게 차이나니 말입니다. 북한에선 주변에 좋은 학교 있는가 하는 것은 별로 영향은 없고, 학교 대신에 주변에 큰 장마당이 있어 장사하기 좋은가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고려 사항이죠.

한국은 국가가 중간기준, 즉 평균적인 주택 면적으로 삼는 기준이 80평방쯤 됩니다. 이 정도 되면 방이 3칸짜리 집인데 여기에 3명이나 4명 정도 삽니다. 그런데 북에선 대도시에 가 봐도 30평방정도 되는 집에 네댓 명이 살기 일쑤입니다. 얼핏 계산해도 거주환경은 남쪽보다 4배 정도 빽빽한 거죠.

여러분들이 한국 드라마 보면 으리으리한 주택들 나오죠. 그거 보고 아, 남조선 가면 저런 집에서 살겠구나 하고 환상을 가지진 마십시오. 저도 중국에서 드라마 보고 남조선 가면 좋은 집 살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여긴 집값이 너무 비쌉니다. 작년 통계청 자료를 보니까 서울이 전 세계에서 소득대비 집값이 가장 높은 도시랍니다.

평양에선 아파트 한 채에 몇 만 딸라 하지만 서울에선 아주 비싼 아파트는 1평방에 2만5000딸라 정도 합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평방에 4500딸라 정도 합니다. 100평방짜리 일반적인 아파트가 4,50만 딸라 정도 되는 겁니다. 좀 더 큰 좋은 아파트 하나만 갖고 있어도 북에서 꿈으로만 상상해봄직한 백만장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집값이 비싸니 서울에서 젊은 사람은 부모가 집을 물려주거나 도움을 주어야만 집을 가질 수 있죠. 탈북자들처럼 빈주먹만 들고 온 사람들은 아파트 사기 거의 불가능하죠. 탈북자가 지금 2만2000명 넘게 와 있는데 서울에서 자기 집 산 사람은 아마 극소수에 불과할 겁니다. 저도 괜찮은 직장에 소득도 높은 축에 속하지만 제가 서울의 평균적인 아파트 사려면 먹고 쓰고 살면서 한 2,30년 모아야 될 겁니다. 북한처럼 여기도 지방은 아파트 가격이 눅습니다. 그래도 서울의 절반이나 3분의 1 정도는 됩니다.

그럼 아파트 못사는 사람은 바깥에서 자야하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다달이 월세를 내면서 살아야 합니다. 100평방짜리 아파트는 최소한 매달 1000딸라 이상 내야 합니다. 그럼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 하면 그때는 국가에서 싼 가격에 임대아파트를 빌려줍니다. 임대아파트도 공짜는 아니지만 월세가 일반 시세의 절반 가격 정도 됩니다. 여기서 일자리를 잡으면 그 정도 월세는 낼만 합니다. 대다수 탈북자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국가에서 이런 지원을 해주니 참 고마운 것이죠. 극소수이긴 하지만 아직 여기 사람들 중에도 달동네 사는 사람도 있고 손바닥만 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임대아파트가 아주 한심한 곳이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별 차이가 없고 다만 크기는 여기 평균에 비해 작은 4,50평방 정도지만 평양에서도 4,50평방짜리 아파트는 작은 아파트 아니죠. 거기다 전기, 물 이런 걱정도 안하고 말입니다. 북이나 남이나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야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좋은 집의 개념이 북과 남이 아주 다르죠. 여기서 한심한 집도 북에선 좋은 집에 속하는 것이고, 여기 좋은 집은 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드라마로 다 보지 않습니까.

북에도 민주사회가 들어서면 그땐 좋은 집들 많이 지어질 겁니다. 지금 위치 좋은 곳에 집을 구입하시면 나중에 크게 덕을 볼 때가 있을 겁니다. 그게 힘들면 탈북해서 해외서 돈을 벌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한국 온지 한 10년 정도 되는 탈북자들은 지금 평양 간다면 제일 좋은 집을 사고도 남을 겁니다.

아무튼 잘 살려면 어디서나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여러분들이 모두 용기를 낸다면, 아니, 열에 한 명 씩만 용기를 내서 일떠서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탈북만 해도 세상이 바뀔 겁니다. 알려지지 않고, 조직화가 되지 못해서 그렇지 북에도 용기 있는 영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숨은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