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3년 전부터 인터넷에 북한 관련 사이트를 하나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오늘이 만든지 딱 3년 되는 날입니다. 북에서 살던 이야기, 남북한 정세 해설 같은 것을 제가 꾸준히 써서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와서 통일관련 토론도 합니다. 제가 대북방송으로 여러분들에게 남쪽 이야기 들려주는 것처럼 남쪽 사람들에게는 인터넷을 통해 북쪽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죠. 기자 생활도 하면서 하루 몇 시간씩 내서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점차 소문이 나면서 지난 반년 평균으로 보면 한 달에 150만 명 정도, 하루에 약 5만 명 정도 찾아옵니다. 이 정도면 북한 관련 인터넷 사이트 중에는 아마 방문자가 제일 많을 겁니다.
이렇게 많이 알려지다 보니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관들도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제 글을 읽고는 소감을 익명의 이메일로 보내옵니다. "북에서 요건 요렇게 변했다" 또는 "요건 사실 이런 거다" 이런 식으로 착실하게 알려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북한의 안 좋은 점만 쓰지 말고 좋은 점도 많이 써라"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만 두지 않겠다", "조국이 통일되는 날에 두고 보자" 이런 협박도 많이 받습니다.
이달 7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어떤 분이 제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탈북자 구출활동을 하시는 분인데, 중국에서 탈북 꽃제비 4명이 갑자기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면서 도울 방도가 없냐고 하시네요. 원래 이 꽃제비 아이들은 어떤 선교사분이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공안에 체포되는 바람에 일부 아이들은 체포되고 일부는 도망친 것입니다. 위험에 빠진 이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새 삶을 살게 해주고 싶지만 돈이 문제였습니다. 중국에서 한국까지 오려면 차비도 들고 먹고 자고 와야 하지, 거기다 아이들이 혼자 옵니까, 전문 탈북자들을 데려오는 사람들에게 돈도 줘야지, 뇌물도 줘야지... 아무튼 아무리 눅게 와도 어른들은 중국 인민폐 5000원 정도 들고 아이들은 3000원 정도 듭니다. 한국 돈으로 치면 어른이 100만 원 정도, 아이가 60만 원 정도 듭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다 못해 제 사이트에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 4명이 이런 처지에 빠졌으니 돈 좀 모금해서 구합시다. 4명이니까 240만 원이 모아지면 됩니다"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을 올리고 제가 퇴근해 집에 돌아가 통장을 확인하기까지 9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통장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240만 원만 모으면 되는데, 무려 500만 원이 넘게 모였던 것입니다. 한꺼번에 50만 원 넘게 보내주신 분들도 있고, 1만원밖에 보내지 못한다면서 미안해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한달 용돈이 20만 원밖에 안 된다는 어떤 분은 무려 10만 원이나 보내왔습니다. 정말 얼굴도 보지 못한 북조선 꽃제비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동참한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자본주의가 아무리 각박하다고 해도 겉모습이 다가 아닙니다. 이 돈으로 그 아이들을 지금 중국을 벗어나 안전한 중립국까지 데려왔습니다. 이 나라까지 가면 절대로 안전하고 한국으로 오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아이들을 구출한 뒤에도 뒤늦게 보았다면서 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240만 원을 쓰고도 600만 원 넘게 남았습니다. 딸라로 환산하면 8000딸라 넘게 모인 것입니다. 그래서 남은 돈으로 또 탈북 여성 6명과 아이 1명을 추가로 구출했습니다. 보름도 안돼서 중국에서 갈 곳 없어 헤매던 11명의 북녘동포들이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중국에 넘어와 백두산 자락에서 헤매는 꽃제비 아이들도 수십 명이나 됩니다. 이 아이들은 너무 허약해서 몇 달 영양보충을 시켜줘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몰라서 그렇지 중국 전역에 체포의 위험 속에서 떠도는 탈북자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마음 같아선 이런 사람들 다 구하고 싶습니다. 북에 끌려가면 전거리나 증산 교화소에 가서 짐승 같은 삶을 살다가 죽을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탈북자들을 살리려면 중국 당국이 북송하지 않으면 됩니다. 중국이 지금 북한의 핵개발 등을 중단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도 북조선 어찌할 힘이 없다" 이러면서 엄살을 피웁니다. 그런데 사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은 일주일이면 망할 겁니다. 그 방법은 간단하죠.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않으면 됩니다. 지금 북에서 사시는 분들. 모두 살기 힘들어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시죠. 한국에 온 사람들 부러우시죠. 가족 중에 한국에 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집안은 굶어죽진 않습니다. 한국에 온 탈북자가 북에 몰래 보내는 돈이 1년에 5000만 달러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북에서도 가족들 심하게 처벌했지만 요즘엔 한국 온 사람들 너무 많아서 그 사람 가족들 다 처벌하다간 적을 너무 많이 만들기 때문에 어쩌지 못합니다.
너도 나도 한국을 동경하는 상황이지만 지금 도망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잡아서 다시 북에 내보내기 때문입니다. 북에 가면 생명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잡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아마 국경경비대부터 앞장서 도망칠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은 망하는 거죠. 중국으로선 수백 만 명의 가난한 북한 주민들이 몰려오면 자기들의 혈맹인 북한이 붕괴되는 것은 물론 동북 치안도 같이 붕괴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욕을 먹으면서도 탈북자 잡는 것입니다.
그래도 올 사람은 와야겠죠. 다음 시간에는 탈북해서 어떻게 하면 중국에서 좀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지 그 요령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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