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목요일에 북한이 북한에 들어간 한국 주민 6명을 판문점을 통해 남쪽에 내려보내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정말 6명과 유해 한 구를 내려 보냈습니다. 6명 중 한명이 부부였는데 북한에 가서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동반 자살한다면서 남편이 안해(아내)를 죽였는데 자기는 정작 못 죽었다네요. 예전엔 오랜만에 한 명만 와도 의거 입북했다고 기자회견을 시키더니 이제는 어떻게 된 일로 돌려보냅니까.
북한의 실상이 잘 알려진 요즘 북에 가는 사람들은 대개 범죄자거나 여기서 정 살 수도 없고, 도망칠 곳도 없어 간 사람입니다. 한국이 세계 각국과 범죄자 인도조약이라는 것이 맺어져 있어서 어느 나라 도망쳐 가도 안전하지 못한데, 북한은 도망쳐도 안전한 곳이었거든요. 사실 탈북자들이 한국까지 오기는 힘들지만, 남쪽 사람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냥 비행기 타고 중국 가서 압록강이나 두만강 넘어가면 되지요.
이번에 다시 남쪽에 온 것도 곰곰이 따지면 웃긴 일입니다. 그 사람들이 남쪽에 내려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될 것을 뻔히 아는데, 오죽 북한이 견디기 힘들었으면 북한보다는 남쪽 감옥을 선택했을까요. 그 사람들 이제 언론에 대고 말하겠죠. 북한은 남쪽 감옥에서 사는 것보다 못했다고요.
그렇게 뻔히 말할 줄 알겠는데도 내려 보낸 것은 오죽 쓸모없는 사람이면 그랬겠습니까. 쌀이나 축내고, 그렇다고 사회에 내놓으면 남쪽 소식 소문내겠고, 가둬놓으면 안해(아내)나 죽이고, 오죽 사람질 못하고 골치 썩혔으면 남쪽에 가서 안 좋은 소리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걸 감안하고 보내겠습니까. 6명 중 한명은 한국 인터넷에 북한 찬양하는 글을 썼는데 그게 북한 노동신문에 소개됐다네요. 그래서 내가 가면 잘 대접해줄 것이란 환상을 품고 갔죠.
그런데 현실은 이들은 수용소에 갇혀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독방에 갇혀서 한 번도 바깥 구경 못했답니다. 어떤 이는 신장결석에 걸려서 치료 좀 해달라고 했는데도 거들떠도 안보고, 어떤 이는 먹지 못해 몸무게가 40키로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북에 환상을 품고 갔다가 감옥생활을 하게 된 거죠. 오죽 죽을 맛이면 감옥 갈 줄 알면서도 분계선 다시 넘어왔겠습니까. 물론 한국은 관대한 사회니까 그렇게 와도 여기서 죄를 저지른 일이 없으면 고작 많아야 1~2년 정도 감옥생활 하겠죠.
물론 북한 보위부도 관대할 때가 있었습니다. 한 7년 전에는 두만강으로 북한에 들어간 남쪽 노동자보고 "조국이 해방되면 다시 보자"며 100달러를 줘서 다시 중국에 보낸 일도 있습니다. 보위부 사람들이 무려 100달러나 버리는 셈 치고 거지 동냥해주었으니 그건 참 착한 일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골치 아픈 불청객이 와서 죽을 맛일 때도 있었을 겁니다. 4년 전에 어떤 미국 국적의 한국 청년이 북한 선교한다고 도문 쪽에서 북한에 들어갔는데, 추운 겨울에 동복 다 벗어놓고, 얼음 언 두만강 한복판에서 찬송가 고래고래 부르고, 기도하고 하니까 북한 경비대가 화들짝 놀라 뛰쳐나온 겁니다. 잡긴 잡았는데, 겨울에 옷 벗고 북한쪽 두만강에서 찬송가 부르는 사람이 제정신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런데 미국 국적이니 함부로 하지도 못하고, 결국 한 달 반쯤 있다가 돌려보냈는데, 아마 북한에서 이 청년을 담당한 사람들이 혼쭐이 났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이든 북이든 제대로 목적지를 찾아간 사람들은 그래도 다행입니다. 몇 년 전엔 한 한국 사람이 인도네시아에서 북한 대사관을 통해 망명한다는 것이 그만 한국 대사관에 들어갔습니다. 인도네시아 택시 기사가 남과 북을 잘 알겠습니까. "코리아"란 말만 듣고, 한국대사관에 데려다 주었는데, 이 사람이 너무 기쁜 나머지 간판도 안보고 뛰어 들어가 한국 외교관들 앞에서 "김일성 만세" 부르고 "북에 망명합니다"고 소리쳤다가 고스란히 남쪽에 다시 끌려와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람은 참 운도 없는 사람이죠.
그런데 이 사람보다 더 운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들은 이야기인데 몇 년 전 최 씨 성을 가진 어떤 탈북자 한 명도 타이까지 와서 택시 기사에게 열심히 외웠던 영어로 "코리아 대사관"에 데려다 달라고 했답니다. 이 택시 기사도 코리아란 말만 듣고 그만 이 사람을 북한 대사관에 데려다 줬습니다. 캄캄한 밤엔 대사관 정문 불도 안 켜져 있으니 급한 김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는데 그게 인생의 종착점이었던 것입니다. 타이까지 가느라고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천신만고 두만강을 건너고, 공안을 피해 중국 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타이 사이 열대림을 하루 종일 헤치며 갔을 겁니다. 타이에서 한국 온 탈북자는 수만 명인데, 타이까지 갔다가 북에 다시 끌려간 사람은 그 사람이 아마 유일할 겁니다.
앞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갔던 남한 사람은 한국에 와도 고작 길어서 몇 년 감옥살이 하면 되지만, 타이 북한 대사관에 들어간 탈북자는 아마 지금쯤 처형됐을 겁니다. 남북은 국제적으로 같은 코리아라는 국호를 씁니다. 그런데 한국이 첨단 제품과 문화상품으로 국가 이미지를 높여 놓으면 북한이 핵실험이나 인권 유린으로 그 이미지 다 깎아 먹습니다. '코리아' 형제가 하나는 엄청 모범생인데, 한명은 동네 상망나니인 것이죠.
아무튼 이번에 북한에서 6명 다시 남쪽에 보낸 것은 한국의 범죄자들에겐 정말 절망적인 소식입니다. 이제는 북한에 도망갈 수 없으니 말입니다. 내친 김에 남쪽도 세계 보편적 기준으로 정상 참작이 안 되는 반인도적 패륜 범죄를 저지르고 온 탈북자가 있다면 북에 다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흉악범은 남이든 북이든 세계 어느 곳이든 죗값을 치르지 않고 편히 살면 안 되죠.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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