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국제결혼과 북한 여성들의 운명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전에 제가 어느 농촌 버스를 탔다가 놀란 일이 있습니다. 버스 안 사람의 절반 이상이 웰남이나 필리핀쪽 여성들이었습니다. 자기 아이들도 데리고 탔는데 한국 사람과의 사이에 태어나다보니 북한말로 '아이노크'들이었습니다. 이 여성들이 버스 안에서 자기 나라 말로 막 이야기하는데, 그러다보니 제가 한국 버스에 탔는지 필리핀 버스에 탔는지 구분이 안됐죠. 그걸 보면서 우리 사회에 동남아 여성들이 정말 많이 들어와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여성들은 그럼 국적이 웰남이나 필리핀인가 하니 그렇지도 않습니다. 생김새는 동남아 여성이지만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 공민입니다.

요즘 한국 농촌엔 젊은 사람들이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다 도시에 올라와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법니다. 농촌일이 힘들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고, 또 죽을 때까지 농사만 짓고 살기도 싫다는 속내도 있고, 농촌 학교의 실력이 떨어지니 자식은 도시에 나가 제대로 키워 좋은 대학 보내 좋은 환경에서 출세시키겠다는 욕망도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 특히 여성은 농촌에서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습니다. 젊은 처녀가 도시에서 맵시 부리며 회사에 다니고 싶지 농사일 하고 싶겠습니까. 도시 처녀들이 농촌에 시집가는 일은 정말 보기 드문 일입니다.

처녀들이 농촌을 기피하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죽하면 '도시처녀 시집와요'라는 노래와 영화가 만들어졌겠습니까. 이렇게 처녀들이 농촌을 기피하면 농촌의 남자는 장가를 못갑니다. 그렇다고 평생 홀아비로 살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국제결혼입니다. 필리핀이나 웰남은 한국에 비하면 매우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 나라 여성은 한국에 오면, 여기서는 보잘 것 없는 수입이지만 자기 나라에 비하면 큰돈을 벌어 고향에 보낼 수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 여성 중에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엄청 많습니다. 한국에서 농촌 노총각에게 시집가겠다는 여성이 없지만, 대신 가난한 나라에 가면 나이도 몇 십 년 차이 나는 정말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을 골라서 뽑아 한국에 데려와 삽니다.

초기에는 생김새도 비슷하고 말도 통한다고 중국 여성을 선호했지만 살고 보니 중국 여성은 한국 남자와 문화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왜 그러냐 하니 중국 한족은 원래 여자가 귀해서 그런 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화 자체가 남자가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도 보는 등 여성에게 엄청 잘해줍니다. 한족 여성들은 그런 것을 보며 크다보니 한국에 와서 자기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못 견디고, 그러다보니 가정불화가 많습니다.

반면 웰남은 가족을 중시하고 남자가 집에서 큰 소리를 치면서 산다는 점에서 한국과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그래서 중국 여성들 대신 이젠 웰남 여성들이 한국에 시집 많이 옵니다. 물론 필리핀 여성도 많이 오고, 저기 러시아 쪽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이쪽의 백인 여성들도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결혼으로 온 외국 여성이 한국에 20만 명이 넘습니다.

중국 여성과 살면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외모가 크게 구별이 되지 않지만, 동남아 여성과 살면 아이가 혼혈인인 것이 딱 드러납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장가 못가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이렇게 국제결혼이 늘면서 농촌에는 그제야 애기 울음소리가 좀 들리게 됐습니다. 국제결혼만 없다면 농촌은 노인들만 모여 살다 황폐화되겠죠. 동남아 여성들이라고 해도 단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을 뿐이지 학력 수준도 높고 똑똑합니다. 한국에 와서 생활 만족도가 높아 고향 여성들을 적극 데려오는 바람에 어떤 마을엔 아예 아내들 전부가 필리핀 어느 마을 출신 친구들인 경우도 있습니다.

국제결혼으로 이뤄진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것을 보면서 북한을 떠올립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 나도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기구한 운명을 사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예전에 한국도 1950~60년대 엄청 가난할 때 한국 주둔 미군과 결혼하는 것이 엄청나게 선망될 때가 있었습니다. 예쁘고 잘난 여성들이 미국 남성과 결혼해 미국 시민이 되려고 가난한 미군도, 인종도 상관없이 오직 결혼하기 위해 매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라가 잘 사니 이제는 동남아에서 예쁘고 젊은 처녀들이 한국에 시집오지 못해서 줄을 섭니다. 장가 못간 여기 노총각들은 거기에 가서 여성을 골라서 뽑아옵니다. 나중에 통일이 되면 지금의 동남아 처녀들이 시집오던 농촌에 그때는 북한 여성들이 저저마다 시집오려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한국보다 훨씬 못사는 중국 동북 외진 농촌에 북한 여성들이 팔려가지 않습니까. 이건 더구나 국제결혼도 아니고, 살다가 잡히면 북에 다시 끌려 나가 감옥에 가야 하는 짐승보다 못한 불안한 삶입니다. 그런 삶임에도 불구하고, 북에 있으면 굶어죽게 되니까 스스로 자원해서 중국 농촌에 팔려가는 것이 바로 북한 여성들의 처지입니다. 나라가 가난하고,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이렇게 인간의 운명도 불행하게 됩니다.

한국에 온 탈북여성들을 보면 생김새나 지적 능력에 있어서나 여기 여성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한민족이니까요. 그런데 왜 남쪽은 외국 여성이 시집오지 못해서 줄을 서는 나라가 되고, 북쪽은 가난한 중국 오지에 팔려서라도 시집가려 줄을 서는 나라가 됐습니까. 불과 수십 년 만에 남과 북을 하늘땅처럼 극명한 차이로 만든 것은 바로 체제와 지도자의 차이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와 원수님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다고 진실을 180도 거꾸로 알고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깨어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