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북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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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미 들으셨겠지만 지난 8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이변입니다. 힐러리 후보가 된다고 누구나 생각했지 트럼프가 된다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바보라서 틀린 것이 아니고, 미국의 뉴욕타임스, CNN과 같은 세계적 언론사들도 선거 당일날 아침까지 클린턴이 압도적으로 당선된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표를 까보니 압도적으로 트럼프가 이겼습니다. 미국 240년 역사에서 공직자를 해본 일도 없고 군 출신도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힐러리는 전체 득표에선 많은 표를 얻었지만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는 선거제도 탓에 백악관을 트럼프에게 내주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이 이변인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미국에 거의 없는 것 같았어도 대통령까지 당선됐다는 사실입니다. 입만 열면 저질스러운 막말을 쏟아내지, 성추문이 끊이질 않아서 정말 비호감인 사람인데도 당선됐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요. 제노라 하는 사람들이 다 달라붙어서 이유를 분석하고 있습니다만 한마디로 "저질이라도 좋으니 판 한번 갈아보자"는 미국 백인층들의 결집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힐러리 후보는 영부인, 국무장관, 상원의원 등 20년이 넘는 화려한 정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정치하는 동안 미국의 부익부빈익빈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그러니까 대중들이 분노한 것입니다. "더는 워싱턴에서 앉아 정치하는 인간들을 믿지 못하겠다. 막말 쏟아내는 트럼프가 화끈해 보이니 지금까지 정책을 확 엎어버리게 밀어주자"는 의미죠.

그런데 미국이 그냥 미국인들만의 미국입니까. 미국은 세계를 견인하는 최대 강대국입니다. 미국에서 이변이 나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는 외국과 맺은 무역 조약을 무효화하겠다고 하는데 한국만 해도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미국의 정책이 확 바뀌면 세계 모든 나라들에서 난리가 납니다. 그래서 트럼프 당선 사실에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한국 정부도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대응할지 지금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세계가 어떻게 되던 사실 여러분들이 제일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는 북미관계가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일 것입니다. 트럼프가 워낙 종잡기 어려운 인물이니 그것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튈지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과거 북한 관련 발언은 더 종잡기 어렵습니다. 트럼프는 2000년 개혁당이란 걸 만들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는데 그때는 북한의 원자로를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북한 핵문제를 거론하며 "문제를 지적하는 건 쉽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느냐. 나는 원자로를 폭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기간엔 말이 오락가락했습니다. 지난해 8월엔 "김정은은 미쳤다. 미쳤거나 천재 둘 중 어느 한쪽이다"고 했고 올해 1월엔 "김정은은 미치광이 같다"고 했습니다. 2월엔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그자를 빨리 사라지게 하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5월에는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북 직접 대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습니다. 이 발언으로 북한에 미국 대통령이 왜 가냐는 비판이 일자 6월에 "그게 아니라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다"고 했습니다.

이러니 북한도 판단이 안 될 겁니다. 저 트럼프는 대체 뭐하자는 거지? 미국 대선 다음날에도 북한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았는데 이걸 보면 북한도 많이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대북 강경정책을 펴겠다던 힐러리가 꼴 보기 싫어 미국 대선 보도도 하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트럼프라니. 이제 정책을 어떻게 펴야 하지? 이러고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겁니다.

제 견해를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입니다. 그는 평생 목숨 같은 돈을 걸고 협상을 했습니다. 그렇게 건물 사고팔고 하면서 100억 달러 넘는 돈을 모았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트럼프는 북한과도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오바마처럼 북한이 먼저 핵 폐기해야 협상한다 이건 아닌거죠. 협상은 북한이 바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핵을 놓고 흥정을 해서 최대한 많이 받으려 합니다.

그런데 반드시 명심할 것은 트럼프는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협상에서 이겼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다 딛고 일어나 부자가 됐겠죠. 북한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은 이기는 법에 익숙한 트럼프가 북한과 협상에서 졌다고 생각할 때일 겁니다. 트럼프는 선거 내내 지지자들에게 "미국은 필요하다면 힘을 쓸 것이며, 그 말이 진심임을 알면 세상의 대접이 달라질 것이다"고 선언해왔습니다. 그 힘을 본보기로 과시할 곳이 어디 있을까 둘러보면 딱 북한이죠. 북한을 쳤다고 두둔하는 나라도 거의 없습니다. 말로 통하지 않으면 트럼프는 김정은 제거나 핵시설 공습과 같은 군사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을 겁니다. 그게 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니까 가능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미국이 해달라는 대로 못이기는 척 해줘야지 지금처럼 땅땅 큰소리치다간 그냥 죽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 앞에서 미국에 대들다 죽는 본보기 처형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자기가 잘났다는 과대망상이 꽉 차있는, 지고는 못사는 성격인데다가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제거해야 할 상대로 여기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제부터 진짜로 핵이냐 목숨이냐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