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한국에선 통합진보당이라고, 북한을 추종하던 세력에 대한 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사발표 내용을 보면 북한이 쳐 내려오면 철도나 주요 시설을 공격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는데, 이 정도면 북한에선 간첩단으로 본인은 총살, 가족은 정치범관리소로 끌고 가겠죠. 하지만 여긴 민주사회라 재판을 거쳐 판결합니다. 제가 북한 따라 배워서 총살시키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간첩으로 침투했다 체포된 비전향장기수도 감옥생활 시키다 북으로 돌려보내고, 살인자도 사형 집행하지 않는 곳이 한국 사회인데, 통합진보당 일부 인물이 북한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말했대도 총살은 절대 안 시킵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재판을 받자 북한이 엄호사격을 해주네요. 여러 나라 단체들이 한국 정부를 비난한 것처럼 만들어 노동신문에 담화도 실립니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정말 북한에서 통전부에 있다면 대단하게 보겠지만 실상은 정말 할 만한 일이 못 되는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7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진보적 정당에 대한 탄압행위를 당장 중지하라'는 제목으로 불가리아 베닌사회주의당, 스위스 조선위원회, 러시아협회의 공동 담화가 게재됐습니다.
그럼 노동신문에 실린 저 단체들은 진짜 있는 단체들일까요. 인터넷 어디를 뒤져도 '불가리아 베닌사회주의당'이니 '스위스 조선위원회'라는 단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상 이름만 만들어져 있는 유령단체인 것입니다. 이 단체의 이름을 검색하면 북한의 대남선전 인터넷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중앙통신의 선전 글만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 단체가 북한 당국에서 이름을 만들어 관리하는 단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는 무엇을 말해줍니까. 노동신문에 그냥 북한의 무슨 단체의 성명만 발표하면 공신력이 없으니까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남쪽을 비난하는 것으로 꾸며내기 위해 있지도 않는 단체 이름을 갖다 붙인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짓거리를 하면 해외 언론에는 단숨에 거짓말인 게 들통 나 웃음거리가 됩니다. 그런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줄까요? 그것은 이 성명이 북한 주민들이 보라고 실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하지만 내부용 사기 기사인 겁니다. 북한의 민주당이니 천도교 청우당이니 이런 관용 단체를 동원해봐야 그거 노동당 산하기관인거 북한 사람들이 다 압니다. 그러니까 속지 않죠. 또 계속 북한 내부 기관의 성명만 실으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세계에서 북한을 추종하는 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론 정신 나가지 않으면 그런 짓 할 사람 없으니 결국 없는 유령 단체를 만들어 자작극이라도 꾸미는 겁니다. 정말 눈물겹습니다. 이럴 때 남쪽에선 안습이란 유행어를 붙입니다. 안구에 습기 찬다 뭐 이런 말의 줄임말인데, 눈물 날 정도로 애처롭고 가엽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저런 일이 비단 이번 한번 뿐일까요. 중앙방송이나 노동신문에 보면 태양절, 광명성절에 세계 각국에서 온 축전이 실리죠. 어느 나라 주체사상 토론회가 보냈다는 둥, 어느 나라 장군님 따라 배우는 연구회가 보냈다는 둥 각종 그럴듯한 단체명이 실립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거짓인데 아예 생짜로 지어내진 않고 나름 요령이 있습니다.
해외에 대사로 파견되면 이런 연구회, 토론회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충성심 평가지표입니다. 이웃나라엔 원수님 흠모하는 토론회가 만들어졌다는데, 내가 맡은 나라엔 없다 이러면 목이 날아가겠죠. 그러니까 아는 사람들 밥 먹여 준다고 불러 모아 사진을 찍고, 평양엔 주체사상 연구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보고하는 겁니다. 그리고 명절마다 이 연구회에서 보내는 축전이라면서 대사관에서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내는 겁니다.
예전에 매년 하다가 요즘 2년에 한 번 하는 4월의 봄 축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북에 살 때도 왜 전 세계 예술인들이 수령님 흠모해 모여들었다고 하는데, 기량은 저렇게 북한 동네 써클단보다 못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해외에 나와 보니 이것도 북한 대사관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어떻게든 예술인을 모집해 보내야 충성심 있다고 하니 대사관들에서 그 나라의 무명 예술인 상대로 평양 가서 공연하면 평양 구경도 시켜주고 비행기표도 주겠다고 열심히 꼬드깁니다. 유명 예술인은 돈을 줘도 안갑니다. 돈을 많이 버니까 그 시간이면 다른 일 해서 돈을 버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인기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예술인들이 대상이 되는데 문제는 이렇게 해도 가겠다는 사람 모집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예 북한 당국이 돈까지 주면서 예술단 모집합니다. 이러니까 4월의 봄 축전 한번하면 외화가 엄청 듭니다. 북한이 축전을 2년에 한번 하기로 한 것도 매년 예술인 모집하기 너무 힘들고, 또 돈까지 줘야 해서 외화가 많이 드니까 감당이 안 된다는 이유가 큽니다. 심지어는 작년인가엔 북한에 관광하러 간 재미교포 여성까지 잘 구슬려서 노래 하나만 불러달라고 사정해서 4월의 봄 예술축전 무대에 올려 세우기도 했습니다.
대다수 나라는 외국에서 무슨 축전이니 담화니 이런 것 신경을 쓰지도 않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기자생활 10년 넘게 해도, 무슨 외국 수반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한번도 못 봤습니다. 북한이 외톨이라 자격지심이 있어서 나름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쇼도 하는데, 참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이런 짓을 계속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외부를 모르니 아직도 여전히 속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속지 않으면 이런 쇼도 끝나겠죠.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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