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벌써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 몹시 추워졌습니다. 함경북도 북부에선 새 집들이가 끝났다니 다행스럽습니다. 집만 지었다고 자랑하지 말고 석탄과 같은 땔감까지도 김정은이 보장해 주길 바랍니다.
아직 김정은은 수해복구 현장을 한번도 찾지 않았습니다. 아마 건설을 전부 끝냈다는 발표와는 달리 마무리 짓지 못한 공사도 많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년에 나진엔 복구가 끝난 뒤 갔으니 이번에도 찾아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지난주에 보니 동해안에 가긴 했었네요. 수산기지를 방문했다고 하던데, 저는 내처 그 길로 함북의 집들이 현장에 갈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방문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방문했다는 수산기지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많은 분들도 보셨겠지만 노동신문에 4개면에 사진을 무려 32장이나 실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수산사업소 노동자들이 얼마나 고생들이 많았을까 헤아려보니 아련했습니다.
김정은이 방문했을 때 수산사업소 마당에는 1000톤이 넘어 보이는 도루메기가 잔뜩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물고기는 오래 놔두면 썩습니다. 제대로 된 가공공장이라면 배가 잡아오는 족족 냉동을 해서 소비자에게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김정은이 온다고 물고기를 가공하지 않고 마당에 쌓아두었습니다. 그걸 보니 최소 일주일 이상 모아둔 것 같은데 아래쪽에 깔려 있는 도루메기는 상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도루메기의 별미는 알인데, 아마 그 정도로 오래 놔두면 알도 변했을 겁니다. 김정은에게 칭찬 한번 받겠다고 수산사업소 간부들이 물고기가 썩든 말든 몽땅 마당에 쌓아둔 것입니다. 아래서 고생해 본 저 같은 사람은 척 보면 알겠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김정은은 뭐 "비린내를 맡으니 정신이 맑아진다."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거 순수한 비린내가 맞았을까요? 썩은 냄새는 아니고요? 보나마나 김정은이가 맡은 냄새에는 분명 썩은 냄새도 많이 섞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김정은이가 늘 신선한 생선만 먹고 살았을 것이니까 생선 썩은 냄새를 맡아 가려낼 수 있긴 할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상기할 점이 있습니다. 김정일이가 살아있을 때 전국에 양어장을 만든다고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던 양어장은 다 어디에 두고 이젠 바다로 다시 회귀 했을까요? 옆에 바다에 물고기가 득실거리는데 하필 땅을 파서 양어를 한다니, 그게 김정일이 노망이 난 징후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때 북에 있었는데 모두가 이상하다 수군거렸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공급하는 것은 또 어떨까요? 이것 역시 되지 않는 일을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아서 중국이나 일본에 팔 수 있어야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지, 그게 아니면 왜 칠성판 신세에 목숨 걸겠습니까. 사진을 보니 그 수산사업소는 이번에 북부 지역 수해 피해 지역과 마찬가지로 멋지게 아파트를 지어 놓고 노동자들에게 주었나 봅니다.
하지만 집만 멋이 있으면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람의 욕심이란 것은 끝이 없습니다. 다른 배타는 사람들은 여름에 낙지발이 3달만 해도 1년 먹고 살 식량을 버는데, 군부대 수산사업소는 아무리 잡아야 돈이 안 되면 누가 열심히 합니까. 특히 겨울 어로는 11월만 되면 추워서 손이 얼어붙어서 배타기 어렵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누가 진심으로 애쓸까요? 작년에도 김정은은 무조건 20만 톤 물고기 잡으라고 지시를 내려서 숱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정말 나가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명령이라고 내모니까 어쩔 수 없이 겨울철 찬 바다에 목숨을 내던졌다가 죽어갔습니다.
발동기는 추우면 쉽게 얼어붙기 때문에 고장이 잦습니다. 파도 세찬 날바다에서 꽁꽁 얼어가면서 죽어갔을 사람들의 흔적은 몇 달 뒤 일본에서 발견됐습니다. 배들이 동해를 빙빙 돌다가 일본 앞바다까지 밀려가고 있거든요. 그때쯤이면 시신은 사라지고 뼈만 남습니다. 제가 알기론 김정은이 집권한 뒤로 몇 달 동안 침몰하지 않고 바닷새에게도 피해를 보지 않고 일본까지 가서 발견된 시신만 40구가 넘습니다. 아마 실제 사망한 사람은 몇 십 배 더 많을 겁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런 시신을 찾아갈 생각도 안하고 있습니다. 시신 찾아오는 것은 돈만 들지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 가 봅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해 12월 북한 어부들의 슬픈 운명을 고발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모르는 척 해오다가 동아일보에 칼럼이 나가서야 창피해서인지 몇 달 뒤 일본에 시신 가져가겠다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시신이나마 고향에 간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화장돼 일본 사찰이나 공동묘지 등에 무연고자로 남아있습니다.
김정은이가 평양시와 군부, 군수공업 등의 종사자들에게 물고기로 환심을 사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솔직히 지금 김정은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부식물거리가 물고기밖에 없겠죠. 다행히 그나마 동해는 중국과 붙어 있지 않아 그 정도라도 도루메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중국땅이 동해까지 아주 조금이라도 닿아 있다고 가정해보면 아득합니다. 아마 중국 어선 수천 척이 동해를 거덜 내서 북한의 낡은 어선들이 잡을 물고기나 오징어 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남쪽이 그렇습니다. 서해에 중국 어선들이 아예 고기 씨를 말리고 있거든요.
어쨌든 김정은이가 물고기 잡는 일에 몰입하는 것은 잘못됐다 하긴 그렇습니다만 자꾸 관심사를 바꾸지 말고 한 5년 뒤에도 수산업에 관심을 보이기 바랍니다. 그런데 모든 경제 분야가 그렇듯이 수산업도 투자입니다. 허튼 데 돈 쓰지 말고 중국 어선에 밀리지 않을 좀 큰 배를 사줘서 어부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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