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달 초에 출장으로 한 열흘 동안 베이징과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여러 가지 많은 체험들을 할 수 있어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베이징은 정말 오랜만에 가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본지 한 7년 정도 됐습니다. 이번에 갔더니 정말 많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었습니다.
도시란 것이 일단 건물들이 변한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띄지 않습니까. 정말 많은 고층건물들이 건설됐는데, 곳곳에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으니 몇 년 뒤에 가보면 더 많은 건물들이 건설돼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이징을 가보면 큰 도로 옆에 작고 낡은 집이 안보입니다. 그냥 고층건물 숲입니다. 서울만 해도 아직 낡은 건물들이 곳곳에 많이 보이는데 말입니다.
이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일단 건물 짓겠다고 하면 토지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지도 않고, 또 공산당 독재니까 그냥 다 밀고 건설합니다. 그런데 서울은 개인에게 토지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 이 땅 내놓고 나가라 말라 말을 못합니다. 그러니까 내 집은 안 팔고, 안 허물겠다 이러면 낡은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베이징 건물들을 보면 요즘 평양에서 건설하는 그런 건물들이 떠오릅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 평양에도 많은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고, 얼마 전에도 미래과학자거리가 건설돼 완공됐죠. 그런데 그 건물들 중국에서 설계도를 갖다 쓴 것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평양에 세워지는 건축물들 사진을 보면 중국느낌이 납니다. 남과 북은 한 민족인데, 그럼 민족의 고유한 동질적 분위기가 풍길 수밖에 없는데, 건물들을 보면 평양은 서울보다는 베이징 분위기에 훨씬 더 가깝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로서는 이게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베이징은 살기 좋은 도시는 못됩니다. 서울에서 베이징에 가길 꺼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공기가 나쁘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 수준이 너무 높아서 베이징에서 살면 다른 곳보다 10년 빨리 죽는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군요. 북한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공기 좋고 물 좋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북한 대도시들도 공기가 엄청 나쁩니다. 여전히 나무, 석탄 때기 때문에 아침에 밥하는 시간이면 연기가 쫙 깔려서 목이 아프죠.
중국에 가보니 경제는 시장화가 돼서 활발한데 관료들은 여전히 공산당식 사고였습니다. 제가 이번에 중국 외교부 북한 담당 간부들도 만났는데, 별로 대단하지 않은 직급의 사람들도 엄청 틀을 잡고 여성 부하를 셋씩이나 대동하고 나오더군요. 그래도 탈북자로 중국 외교부에 들어가 본 것은 소득입니다. 13년 전에 탈북자 8명 정도가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베이징 외교부 앞에서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들은 다 북한으로 송환됐는데 아마 지금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겠죠. 그들이 시위하다 끌려갔던 외교부 정문을 당당하게 들어가면서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아마 제가 중국 외교부에 들어간 첫 탈북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일은 옥류관 국수맛이 그리워 평양 식당에 들어가 냉면과 요리를 시켜 먹었던 일입니다. 들어가니 보위원으로 보이는 남성도 있던데 저를 지나가던 한국 관광객으로 알았겠죠. 8년 전에도 들어가 먹어봤는데 그때보다 여직원들 얼굴에서 경계심이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여직원들도 여전히 얼굴 많이 뽑고 그런 것 같던데 아직 봉사태도는 서울을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딱 들어가니 저쪽 안방에서 그 유명한 봉사원 공연을 하더군요. 들어가 그걸 보면서 먹으려 하니 "안 됩니다. 거긴 2800원 이상 먹어야 들어갑니다" 이럽니다. 2,800원이면 한 500달러 정도 되는데, 제가 그걸 먹을 배도 없고, 공연 보겠다고 그렇게 비싸게 돈 줄 필요는 더구나 없어 홀에 앉아 먹었는데 비싼 것 안 사먹어서 그런지 별로 제게 관심도 없습니다. 장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좀 가르쳐 주고 싶더군요.
벽에 걸린 티비에선 장군님 어쩌고저쩌고 하는 평양 은하수악단 공연이 나오는데, 외국에 나와서까지 장군님 타령해야 하나 싶습니다. 처녀가수들이 비행사 복장을 하고 나와 노래를 부르길래 모르는 척 "저 이상한 옷은 뭡니까" 했더니 "조선의 비행사 군복입니다. 우리는 장군님의 전사들이기 때문에 저런 옷을 입습니다"고 대답합니다. 한국 관광객들을 위주로 돈을 벌면서도 거부감이 팍팍 들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차림표에 평양술이 없어 "평양술 없습니까"고 물으니 도자기로 된 북한제 술병을 아예 3개나 가져와 골라보라고 합니다. 제일 눅은 게 100달러 정도, 비싼 건 200달러가 넘습니다. 도자기병이라 안에 든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서울에서도 50달러면 충분히 개성 인삼술, 강계 들쭉술 같은 걸 다 살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대동강 맥주나 주세요" 했습니다. 냉면은 제가 여러 평양식당 가봤지만 옥류관 냉면맛과 같은 곳이 한 곳도 없었는데 이번에도 실패했습니다. 외국 나와 옥류관 냉면 만들면 흉내는 내도 현지 물을 써서 그런지 맛은 평양맛이 절대 아닙니다.
일본은 이상하게도 작년 7월부터 무려 4번이나 다녀오게 됐습니다. 일본은 깨끗하고 질서 의식도 딱 잡혀 있습니다만, 예전에 북에 있을 때는 일본을 참 많이 동경했던 저로서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걸 보면 서울도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산이 최고인 줄로 알고 자랐던 저 같은 사람에겐 이젠 일본에 가서 살 게 별로 없습니다. 한국산이 이제는 일본산하고 차이가 없어서 굳이 일본 제품 허겁지겁 살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일본 가서 느꼈던 여러 생각은 다음에 한번 말씀드릴까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