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서비스 산업과 북의 갈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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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시간에 은행이야기를 하다가 말았는데, 사실 시장경제체제에서 은행은 경제의 수많은 분야 중의 하나에 속합니다. 남의 돈을 다루는 곳은 은행 말고도 증권사, 카드사 등 다양한데 이런 돈을 다루는 업무를 금융업이라고 합니다.

금융업은 또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에 포함됩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산업을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으로 구분 짓는데, 1차 산업은 쉽게 말해서 원시시대부터 해오던 생산을 의미합니다. 농사, 축산, 수산업, 광업처럼 그냥 자연에서 생산물을 얻는 산업입니다. 2차 산업은 제조업입니다. 농산물, 광물 이런 것들을 가공해서 상품을 만드는 것인데, 제철소나 자동차공장, 휴대전화 공장 이런 것들이 다 2차 산업입니다.

3차 산업은 식당, 운수, 통신, 상업, 금융, 행정 등 말 그대로 남에게 봉사를 하는 산업 분야를 말합니다. 제가 일하는 신문사도 3차 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서비스 산업이란 말조차 생소하실 테지만 발전된 나라일수록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큽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는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80% 정도나 됩니다. 이 수치는 국가 발전도에 따라 아주 재미있는 분포도를 보이는데, 한국의 서비스산업 비중은 서구 선진국에 비해 15% 낮은 60% 정도이고, 중국은 다시 한국에 비해 15% 낮은 45% 정도이며 북한은 다시 중국에 비해 15% 정도 낮은 30% 정도입니다. 북한도 식당이나 은행, 상점, 운수사업소 이런 것들이 있으니 서비스 산업이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대신 1차 산업 비중을 따지면 다시 거꾸로 입니다. 북한은 아마 인구의 절반 가까이 농사나 탄광, 임업 등에 매달려 있으니 1차 산업 종사자가 50%는 훌쩍 넘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아프리카에서나 볼 수 있는 산업구조로 북한이 왜 후진국인지는 잘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2차 산업인 제조업이 발달돼 있어 흔히 세계의 공장이라 부릅니다. 인건비가 눅기 때문에 세계에서 소비하는 공업품들이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생산합니다. 단순한 옷 생산부터 최첨단 기술을 종합해 만든 스마트폰까지 결국 알고 보면 중국에서 생산돼 세계에 판매됩니다.

북한도 쓰고 사는 공업품 대다수가 중국산입니다. 그런데 북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 가면 미국산 옷이 있는 줄 압니까. 미국 사람들도 대다수 메이드인 차이나 상표가 박힌 옷을 입고 중국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으로 통화합니다.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에 차고 넘칩니다. 이런 중국이지만 제조 산업의 비중은 45%밖에 되지 않고, 서비스 산업이 그와 맞먹는 45%에 이릅니다. 중국은 선진국으로 가겠다고 요즘 정책적으로 서비스 산업 육성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상품 생산은 인건비가 싼 후진국에서 하고, 선진국은 80% 이상이 상품 개발이나 판매, 그리고 자본을 주무르는 일 등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경제는 1차 산업에서 단숨에 3차 산업으로 가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싼 인건비를 이용해 2차 산업인 제조업을 육성하고 여기서 돈을 벌어서 다시 서비스 산업으로 가야 합니다.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서비스니 뭐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일반적으로 농사나 축산업을 하는 1차 산업 종사자들 보다는 3차 산업 종사자들이 돈을 더 많이 법니다. 3차 산업의 한 분야인 은행은 남의 돈을 주무르며 사는 분야인데, 문제는 이렇게 남의 돈을 주무르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은행에서 일하면 월급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사람 열 명을 뽑는다면 우수 인재가 천 명은 몰려들어 경쟁합니다.

그럼 북한은 어떤 사람들이 잘 살까요. 두말할 것도 없이 권력을 가진 간부들입니다. 당, 보위부, 검찰 등 이런 국가기관은 행정이란 의미에서 엄밀히 말하면 3차 산업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3차 산업은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3차 산업을 서비스업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봉사를 해주고 돈을 받는 다는 것인데, 북한의 3차 산업 종사자 중 간부들은 봉사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휘둘러 뺏어먹고 뇌물 받아서 잘 삽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행정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서비스와는 의미가 완전히 반대되는 갈취산업인 겁니다. 이런 것은 경제학에 분류표가 없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4차 산업이라고 하면 너무 고급스러워 보이니 말도 안 되는 것 같고, 그냥 갈취산업이 적당하지 않을까 봅니다.

갈취산업이 존재하려면 갈취하는 대상이 존재해야 하겠죠. 북한에서 간부들에게 갈취당하는 사람들은 주로 장마당이나 다른 비합법적 분야에서 종사해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장마당 장사도 일종의 판매업이라 서비스업이라 할 수 있는데, 같은 서비스업 안에서 갈취하는 자와 갈취당하는 자가 존재하는 겁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이런 갈취하고 당하는 구조부터 없애야 합니다. 갈취산업은 사람 몸으로 치면 암 덩어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암이란 것이 뭡니까. 있지 말아야 할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커져버려 온 몸의 기능을 마비시켜 결국 죽게 하는 것입니다.

북한 간부들의 본연의 임무는 인민을 위한 봉사입니다. 그런데 하지 말아야 할 갈취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본연의 임무를 잊어버렸으니 사회의 암 덩어리가 돼버린 겁니다. 암이 생겼으면 수술을 해서 잘라버려야죠. 그런데 북한 사회의 암 덩어리들은 줄어들기는 고사하고 점점 커지기만 하니 어떻겠습니까.

지금 북한은 사람 몸으로 치면 불치의 병에 걸린 겁니다. 문제는 암이 해마다 점점 커지고 있으니 다시 살아날 길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사회의 암 덩어리들을 하루 빨리 수술해 떼어내지 않으면 북한은 점점 말라가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닫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