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침내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한국 법에는 국회의원 재적의 3분의 2가 찬성할 경우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지금 국회의원이 300명이니까 200명만 찬성하면 탄핵이 됩니다. 이번 대통령 탄핵은 야당인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에서 합쳐서 172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28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서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집권당 당원이라고 해도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국민 여론들이 하도 높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이들도 선거 때 지역구에서 표를 얻어야 국회의원이 되는데, 지역 주민들의 뜻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 다음 총선에서 당선 못되거든요. 이런 것을 보면 정말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사람을 뽑는 민주주의 체제는 정말 좋습니다. 정치인이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자기의 정치적 생명도 끝납니다.
탄핵이 통과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젠 더 이상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어떤 지시도 내릴 수 없고, 누굴 어떤 자리에 임명할 수도 없으며 외국 순방도 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제는 국가 통치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입니다. 대통령의 직무는 총리가 대신 수행하게 됩니다. 탄핵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이제 탄핵 최종 승인을 하게 됩니다. 과연 대통령에서 쫓아낼만한 그런 중대한 범죄가 있는지를 판단해 죄가 있다고 판단하면 탄핵을 승인하고, 없다고 보면 탄핵을 부결하게 됩니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재판관은 9명인데, 이중 6명이 찬성하면 탄핵은 완전 마무리됩니다.
국회 탄핵은 쉽게 말하면 "당신은 대통령하지 말고 손떼시오" 하는 뜻일 뿐 아직 "청와대에서 짐 싸서 나가시오"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해서 통과하면 그때에야 청와대를 비워야 되는 겁니다. 이런 절차를 소상히 설명하는 것은 북한에선 민주주의 체제의 작동원리를 잘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삼권 분립입니다. 이게 뭐냐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이 분리돼 있다는 뜻입니다.
입법권은 법을 만드는 권리인데, 이 권리는 국회가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아무리 자기 마음대로 법을 통과시키려 해도 국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국회는 그럼 누구 눈치를 보겠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결국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행정권은 바로 대통령과 총리 등 정부를 의미하는데 국민은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결국 행정권을 좌우할 힘도 갖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여당과 야당, 대통령이 골고루 추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헌법재판관이 되면 공정하다고 인정받는 판사들이 선출되기 때문에 누구의 앞잡이가 되는 걸 수치로 여깁니다.
북한도 형식적으론 삼권분립 체제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남쪽의 국회는 최고인민회의가 대신하고, 행정부는 내각이며, 최고재판소라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형식에 불과한 것이 이들 기구는 모두 노동당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기 때문에 북한은 삼권분립이 아니라 당이 이끄는 국가입니다. 북한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당은 곧 수령이라고 보기 때문에 북한은 결국 김정은 것이지 인민의 것이 아니죠.
북한을 인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해 김정은도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하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서로 경쟁해서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당에서 한 명을 지명하고, 찬반 투표도 없이 무조건 100% 찬성 투표해야 하는 형식적 선거과정을 거칩니다. 이런 꼭두각시 대의원이 모여 김정은을 다시 추대하는 형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북한입니다.
저는 북한이 지금 남조선 사태를 보도하기 꺼름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되는 것도 보도는 하겠지만 속으론 영 찝찝할 겁니다. 남조선은 국민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선진국이란 사실을 북한 인민들에게 보여줘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쩌면 듣기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 삼권분립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한 이유는 여러분들이 이번 남쪽의 탄핵 사태를 보면서 이상향을 상상하라는 뜻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북한을 어떻게 만들었으면 좋을지 꿈이라도 꾸게 될 게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도 국민의 손으로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체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권력자는 항상 독재를 하고 싶어 합니다.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독재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독재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은 1960년 4.19혁명으로부터 시작해,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등을 통해 피를 흘리고 또 흘렸습니다. 그 피 위에 세워진 것이 바로 오늘의 민주주의 체제입니다. 북한 인민도 알아야 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저 차례지는 것이 아니라 피를 흘리며 싸울 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북한의 전대미문의 독재체제를 볼 때 여러분들이 흘려야 할 피는 남쪽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남쪽에 편히 앉아서 봉기하다 다 죽으라고 말하긴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 하에서 죽어가면서 흘리는 그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무의미하고 헛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도 북한에서 끌려가 감옥에서 피를 흘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피 흘림이 있기에 제가 한국에 올 수 있었고, 방송을 통해 여러분들께 진실을 알릴 수 있고, 그 진실이 김정은 체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언젠가는 기록조차 없는 많은 이들이 흘렸던 피를 거름삼아 북한에도 민주주의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