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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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광명성 위성 발사 때문에 계속 관련 뉴스만 듣고 계시죠. 저는 이번 시간에 북한이 배급도 못 주면서 기를 쓰고 위성에 집착하는 그 내막을 한번 말씀드릴까 합니다.

북한의 광명성 1호 위성 발사는 1998년 8월 31일이었는데 그때 저도 북에 있었습니다. 위성이 김일성, 김정일 장군 노래를 보낸다고 주파수까지 알려주면서 떠들고 심지어 새벽에 눈으로 직접 위성을 볼 수도 있다고 선전했죠. 그런데 그 주파수로 노래를 들은 사람도, 직접 봤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때 발사한 미사일은 1,600㎞ 정도 날고 추락했습니다. 당시 성공이라고 엄청 크게 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별로 기뻐하지도 않았습니다. 북한은 정부를 욕하면 잡아가는 데도, 위성 발사 소식에 "숱한 사람이 굶어죽는 마당에 무슨 위성발사냐, 미친 거 아니냐. 그럴 바에는 쌀이나 사와라" 이렇게 쉬쉬하면서 떠들었죠. 제 주변 사람들 반응은 모두 그랬습니다.

북한은 2009년 4월에도 위성을 올렸다고 선전했습니다만 그때도 사실은 3,600㎞ 정도 날아가다 떨어진 실패작입니다. 올 4월에는 발사 2분 만에 실패해 군산 앞바다에 추락했는데, 이번에는 끝내 위성을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여긴 성공한 건 성공했다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주민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기를 쓰고 위성을 쏜다고 집착할까요. 과연 여러분에게 선전하는 그 우주기술 확보가 먹고 살기도 힘든 북한에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요? 그건 절대 아니죠. 진짜 내막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서입니다. 위성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에 위성을 실으면 인공위성 발사체가 되는 것이고, 핵탄두를 실으면 대륙간 핵탄두 미사일이 되는 겁니다.

이번 발사체는 사거리가 1만3,000㎞로 추산돼 미국의 주요 도시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허나 발사체가 개발됐다고 곧바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까지 이제 북한이 넘어야 할 산은 크게 세 개입니다.

하나는 대기 재진입 기술입니다. 탄도미사일이 수백 키로 상공까지 올라갔다 다시 목표까지 떨어지려면 대기권을 돌파하면서 발생하는 7,000도의 고온을 이기는 재료 개발이 필수입니다. 이게 없으면 대기권에서 폭발하고 맙니다. 그런데 7,000도 온도를 견디는 재료 기술을 갖고있는 나라는 아주 극소수이고 철저한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북한이 과연 이 재료를 개발할 수 있는가, 이게 첫 번째 과제입니다.

두 번째는 정확성입니다. 아무리 대륙 넘어왔다고 해도 탄두를 목적지까지 정확히 갖다 떨구는 유도기술이 없으면 그냥 어느 산속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것도 개발이 매우 어려운 기술이죠.

세 번째는 탄두 소형화입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이번에 북이 날린 위성 무게는 100㎏인데, 요즘 최신 핵탄두 미사일의 핵탄두는 보통 중량이 250㎏입니다. 이것도 보통 기술력으로는 250㎏까지 줄일 수 없습니다. 핵탄두를 소형화하려면 핵실험 계속 해도 될지 말지입니다. 그래서 세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다음 수순은 핵실험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북한은 왜 미국까지 가는 핵탄두 미사일 개발에 집착할까요? 미국에 쏘려고요? 솔직히 미국 사람들은 북한이 자기 땅에 핵탄두 날릴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쏘는 순간 북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의 미사일 요격기술이 발전해서 미국까지 날아오기 전에 요격당할 확률도 매우 크죠. 북한의 기지들은 위성과 정찰기에 손금 보듯이 파악돼 있습니다. 어쩌다 숨겨서 한발 쏘는데 성공했대도 그 순간 나머지 기지들은 미국이 갖고있는 수천발의 최신 정밀 핵탄두의 공격대상이 돼 사라집니다.

한국도 사실 대륙간 탄도미사일 걱정할 필요가 없죠. 이미 한국은 북한 미사일 사거리 안에 들어 있는지가 옛날이고 심지어 인구의 5분의 1이 몰려있는 서울은 포를 쏴도 포탄이 날아오죠.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해서 그거 남쪽에 더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세계는 왜 떠드는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 이 기술을 알 카에다 같은 테러단체에 팔아넘길 가능성 때문입니다. 국가 간 타격은 전쟁을 의미하지만, 이런 테러집단은 몰래 만들어 쏴버린 뒤 숨어버리면 이거 골치가 아파집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이란 불법무기 제조업자가 예전에는 칼을 만들어 동네 깡패들에게 팔아먹었는데, 이제는 권총도 팔아먹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럼 온 동네가 더욱 무섭고, 살벌한 동네가 되는 겁니다.

제 판단엔 미국까지 나가는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한 북한은 이제 국제경찰인 미국이 와서 이거 만들지 말라고 협상하는 것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르며 조건이 안 맞으면 깡패에게 판다고 흥정하는 겁니다. 실제로 1998년에 1,500㎞ 나가는 미사일을 쏘고 이후 생산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30억 달러를 거의 보상받을 뻔했다가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무효화된 적이 있습니다. 이젠 미국까지 갈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었으니 이번엔 한 100억 딸라 정도 부를 수 있다 계산할지 모르겠습니다.

판단대로만 되면 참 수지맞는 장사겠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습니다. 동네 불량배가 도시 깡패로 급이 달라지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많아질 순 있겠지만 감옥에 갈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겁니다.

미국이 제대로 작정하고 목조이면 김정은 체제의 몰락이 빨라지겠지만, 그전에 북한 주민들이 먼저 죽어나는 겁니다. 위성 쐈다고 멋모르고 함께 기뻐할 일이 아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