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구글어스로 내려다보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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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북에선 추석을 하루밖에 못 놀지만 여긴 3일을 쉽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승용차와 기차, 버스를 타고 조상의 묘가 있는 고향으로 가서 오랜만에 친척 형제들과 모여 즐겁게 놀다가 돌아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철도를 타면 1시간 50분이면 가는 시대인지라 전국 어디든 한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추석 전에는 모두 자가용차를 타고 떠나다보니 길이 막혀 몇 시간씩 고생들이 많지만 그래도 하루면 어디나 다 도착합니다.

하지만 그런 추석이면 저는 갈 데도 없고 하니 그냥 집에서 보냅니다. 한국처럼 교통이 잘돼 있다면 제 고향도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데 말입니다. 실향민 중에는 살던 고향마을과 조상묘가 분계선 너머에 빤히 보이는데도 60년째 못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추석처럼 고향이 그리울 때면 저는 인터넷에 들어가 구글어스라는 지도로 고향집을 봅니다. 이건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형 사진을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 공개한 것입니다. 잘 감이 오시지 않을 수 있는데 쉽게 말씀드리면 하늘에서 비행기로 내려다보면서 찍은 항공사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 인공위성 사진 덕분에 마우스만 돌리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다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북조선 어느 곳도 어디든 다 보입니다. 요즘은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신발 문수까지도 다 내려다본다고 하지만 그건 첩보위성이나 가능한 일이고, 그런 정밀한 사진은 민간에 공개되지 않거나 또는 돈을 많이 내고 봐야 합니다. 구글어스라는 사진은 민간에 공짜로 공개되는 대신에 그렇게 세밀하진 못합니다. 그렇긴 해도 집집의 창문정도까지는 다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걸 보면 고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아, 여긴 새 집이 생겼구나. 저긴 다리가 새로 건설됐네" 하면서 제가 떠나온 뒤에 고향이 얼마나 변했는지 자세히 봅니다. 또는 제가 어릴 적 소꿉친구들과 뛰놀던 산과 들, 학교로 오갔던 등굣길 이런 것들을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합니다.

저는 아버님이 제가 북에 있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탈북을 결심하고 고향을 떠난 것이 추석을 보름 앞둔 때였는데 성묘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너무나 가슴에 맺혔습니다.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먼 길을 앞두고, 마지막 효도라 생각하고 제 손으로 아버님 묘비를 새로 세우고 떠났습니다. 돌아가셨을 때 경황없이 만들었던 묘비 대신에 제가 철근과 좋은 세멘트를 다 얻어다가 묘비를 제 손으로 새로 만들고 글도 다 직접 적어 넣었습니다. 탈북하기 전날 제가 만든 묘비를 직접 등에 메고 산에 올라가 세우고 술 한 잔 올린 뒤 눈물 흘리며 하산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2002년에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에 묘지만 너무 두드러진다면서 봉분 높이를 10㎝ 이상 올라오지 못하게 다 깎아버리라는 방침이 떨어졌습니다. 제 아버님 묘지도 봉분이 다 깎이고 제가 세웠던 묘비도 뽑혔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남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봉분도 다 깎이다보니 구글어스로는 묘지를 구분할 수도 없었습니다. 2007년 어느 날 고향을 구글어스로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아버님 묘가 있는 위치인데 그곳에 없던 도로가 새로 난 것입니다. 그때부터 며칠을 구글어스를 이리 저리 확대해 보면서 속을 태웠습니다. 도로가 아버님 묘가 있는 곳으로 짐작되는 위치에서 10미터나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훗날 사람을 시켜서 갔다와보게 했더니 묘에서 약 20m앞에 도로가 나 있다고 하더군요.

구글어스라는 것이 이렇게 정확합니다. 이것으로는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군사기지나 특각 같은 것도 다 볼 수 있습니다. 중동 바레인에서는 2006년에 인터넷을 차단해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인터넷으로 구글어스를 보면서 그 나라 국민들이 자기들 왕족들이 얼마나 호화스럽게 사는지 다 알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울타리 두르고 키 높은 나무를 심은 뒤 보초병이 지키게 하면 사람들이 그 안이 어떻게 됐는지 절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구글어스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검소하게 산다던 왕족들이 사실은 초호화별장에서 비싼 요트와 승용차를 갖추어놓고 흥청망청 산다는 것을 다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민심이 들끓게 되고 바빠 맞은 왕족들이 아예 인터넷을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북에도 인터넷이 되면 이런 일이 그대로 되풀이 될 것입니다. 예전에 저는 북에 있을 때 중앙당 울타리까지만 가봤지 그 안에 어떤지 절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중앙당 안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특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안에 수영장이 몇 개 있고 골프장은 어디에 있으며 건물들은 얼마나 호화롭나 이런 것이 다 보입니다. 그 안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북조선 사람들뿐입니다. 이것이 북에서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평양에 있는 친구와 이렇게 라디오로 말고 인터넷을 통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추석을 잘 보냈니"하고 안부를 서로 묻는 시대가 머잖아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