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2주 전에 시작했던 북한의 환경오염 이야기를 마저 할까 합니다. 사실 환경이란 것은 먹고 사는 게 해결돼야 신경을 쓰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당장 입에 들어갈 게 없는데 공기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남쪽도 옛날에 그랬고 지금 다른 나라들도 다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 경제가 발전돼 부유해지니 이제는 삶의 질을 따지게 되는 겁니다. 환경이 오염돼 있으면 그때서야 이걸 수정한다고 부산을 피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미 다 오염돼 있는 것을 나중에 다시 되돌려놓으려면 정말 돈이 열 배는 더 듭니다. 서울도 요즘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1년 안에 디젤버스 1,700대를 모두 친환경 연료인 압축천연가스 버스로 바꾸려 합니다. 이때 들어가는 예산만 2억 달러쯤 됩니다. 그 큰돈을 선뜻 멀쩡한 디젤버스를 폐기하는데 쓰려는 것을 보면 남쪽도 환경 의식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지금 세계 인구의 80%가 서울처럼 도시에 몰려 살고, 엄청난 차들이 돌아다니면서 매연을 내뿜습니다. 특히 휘발유차보단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은 1급 발암 물질이고 또 뇌졸중, 심장병, 폐암, 급성 호흡기 질환과 같은 다른 질병도 초래합니다. 그래도 남쪽엔 시꺼먼 연기를 풀풀 내뿜는 디젤차가 거의 없고, 차들에 대개 신형 엔진이 장착돼 있어 나름 신경을 많이 쓴 것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에선 화물차 대다수가 까만 그슬음(그을음)을 마구 내뿜고 달리는데 그걸 신경 쓰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환경 의식이 그러니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오래 살 수가 없고, 공기를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도 안 하는 것이죠.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300만 명 이상인데 에이즈 사망자보다 훨씬 많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달 세계 103개국 3,000개 도시를 측정해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해 자료를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 호흡을 통해 사람 폐에 들어가 쌓이면 빠지지도 않고 치명적입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이 잘 사는 나라들은 차도 많고 하니까 공기가 엄청 안 좋을 것 같았는데 전혀 반대였다는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 한국과 일본이 속한 서태평양 고소득 국가들의 대기오염보다 중동이나 아시아 가난한 국가들의 대기오염이 훨씬 더 심각합니다. 중저소득 국가의 도시 98%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치에 미달했으나,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 비율이 56%로 뚝 떨어졌습니다.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30개 도시 중 절반 이상인 16곳이 인도 도시였고, 중국도 5개 도시가 올랐습니다. 대기오염이 제일 심각한 도시는 나이지리아 동부의 항구도시 오니차라는 곳인데, 여기 미세먼지 농도는 수치는 서울보다 15배쯤 나빴습니다. 서울 공기도 제가 불만이 많은데, 그 도시에선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나이지리아 도시가 발전하면 얼마나 발전했겠습니까. 그러니 북한 도시 주민들이 우린 공장 돌아가는 것도 없으니 자본주의 나라보다 깨끗할 것이야 하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란 겁니다. 공장이 없어도 대기 오염은 심각합니다.
제가 살던 때의 기억을 돌아보니 아침저녁마다 도시는 집집마다 때는 석탄 연기에 파묻혔습니다. 그 연기가 얼마나 건강에 나쁜지 아시면 놀라실 겁니다. 북한 도시들을 통과하는 강은 화장실 오물이 그대로 방치돼 강이라기 보단 걸쭉한 죽 같은데 코를 싸매지 않고선 다가갈 수 없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암모니아와 같은 물질이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르실겁니다.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도 북한의 환경오염은 몇 천 만대의 차가 돌아다니는 한국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남쪽은 산에 나무가 울창해서 오염공기를 정화라도 시키지 북한 민둥산은 그런 기능도 못합니다. 북한은 오염물질을 정제하는 시설이 없어 대부분 다 소각해버립니다. 국내 소각도 문제지만 199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쓰레기들을 가져다 불태워버린 것을 생각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에서 산업 쓰레기를 페기해주기로 하고 가져다 태웠는데, 폐비닐 태우는 냄새는 도시를 진동했죠. 굴뚝들에서 비닐이 탄 새까만 매연 알갱이들은 온 도시에 내려앉아 길거리를 걸어가면 머리와 어깨에 시꺼먼 그을음이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죽음의 연기였음을 나중에 서울에 와서 알고 나선 이가 갈렸습니다. 아프리카 후진국도 그런 짓은 안합니다. 그때 김정일이가 쓰레기 처리 대가로 톤당 200~300달러씩 받아 자기 주머니에 넣고, 인민들에겐 죽음의 공기를 선물했던 것입니다.
프랑스 쓰레기만 들여간 것이 아니라 1990년부터 일본에선 알미늄을 생산하고 남은 찌끼(찌꺼기)인 '알미늄잔회'라는 공해물질만 5만1,000톤이나 들여갔고 폐타이어도 150만개 이상 들여갔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평균 수명이 한국보다 10살 이상 짧은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의료수준도 낮고 먹지 못하는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이렇게 베이징보다 훨씬 더 나쁜 공기질도 수명을 단축시키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그런 환경오염을 김정일이 앞장서 막기는커녕 북한을 쓰레기 하차장으로 만들고 저만 돈을 벌어 스위스 비밀계좌에 수십 억 달러나 감춰놓은 거죠. 2009년엔 중국의 산업물 쓰레기가 북에 어떻게 유입되는지를 밝히고 이에 대책을 촉구하는 편지를 당에 보냈던 함흥화학공대 토질조사 연구소를 강제해산시키고 소속 간부들과 연구원을 전부 숙청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김씨네 일가가 인민에게 지은 죄를 꼽으면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그 죄과 중에는 북한을 삼천리금수강산이라 선전해놓고는 사실상 삼천리 쓰레기통으로 만든 것도 반드시 포함해 나중에 계산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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