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의료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북조선은 무상치료와 무료교육을 나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에는 무상치료와 무료교육의 혜택을 받고 자랐습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이 제도가 괜찮은 제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인지라 물론 무상치료제는 아닙니다. 한국은 직장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의료보험비를 매달 냅니다. 월급에서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를 보니 월급의 한 30~40분의 1이 의료비로 빠져나가고 있더군요. 그러니깐 제가 월급 400만 원을 받는다 하면 10만 원 정도가 의료보험비로 자동적으로 공제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제하고도 아파서 병원에 가면 공짜는 아닙니다. 치료비의 44%를 제가 내야 합니다. 즉 치료비가 10만 원이 나오면 국가에서 5만6천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만4천원은 제가 내야 합니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의료보험비가 조금씩 더 상승합니다.
저는 외국의 의료제도를 취재하기 위해 타이에도 나가봤습니다. 외국 의료제도를 보면 딴 것은 몰라도 한국의 의료제도만큼은 세계적으로도 괜찮은 축에 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돈은 내지만 자기가 직장만 있고 월급을 받으면 치료 못 받을 걱정이 거의 없습니다.
소득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국가 유공자는 무상치료제의 혜택을 받습니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 명 정도인데 약 200만 명이 무상치료제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많은 직장들에서 2년에 한번씩 거의 공짜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합니다. 암이랑 생겨도 일찍 발견할 수 있으니 그만큼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죠. 저는 북에선 종합건강검진이란 말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북조선에서는 세상에서 무상치료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가 북조선 하나뿐인 것처럼 선전하고 교육합니다. 그러나 석유가 많이 나오는 잘 사는 나라들이나 사회복지가 잘된 북유럽 국가 등 여러 나라들이 무료교육, 무상치료를 합니다.
그러나 무상치료제도 단점이 있습니다. 무상치료제를 하는 나라는 그게 사실상 무상이 아닙니다. 무상치료를 하는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잘 따져보면 결국 그 나라 국민이 내거나 또는 받을 세금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단점도 있습니다. 무상치료제를 실시하는 영국을 실례로 들어봅시다. 영국에선 의사가 환자를 아무리 잘 고쳐도 의사에게 돌아오는 몫이 없습니다. 그러니 뭣하려 환자를 열심히 정성 다해 돌보겠습니까. 그리고 의사가 돈도 많이 벌어지지 않는 직업인데 무엇 때문에 힘들게 의학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겠습니까. 이런 이유 때문에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수술 한번 받으려면 1년 동안 예약해서 기다리는 일도 벌어집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의사들의 수입이 상당히 좋습니다. 의사나 변호사는 한국에서 돈 정말 잘 버는 고소득 계층에 속합니다. 물론 1년에 몇 만 달러밖에 못 버는 의사나 변호사도 간혹 있지만, 잘 버는 변호사나 의사는 1년에 수백 만 달라를 벌기도 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1년에 보통 몇 만 달라씩 버는 것에 비하면 정말 좋은 직업이죠. 그러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갑니다. 반대로 영국에선 의학대학이 별로 선호되는 대학이 아닙니다. 북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의학대학보다 경쟁률이 높은 대학이 얼마나 많습니까.
의료제도는 잘사는 나라라고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입니다. 미국은 다른 것은 다 발전되고 괜찮은 국가이지만 제가 보건대는 의료제도는 정말 한국보다 훨씬 못합니다. 미국도 치료를 받기 위해선 평소 의료보험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의료보험비가 정말 비쌉니다. 한 달에 몇 천 달라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의료보험이 너무 비싸서 못내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미국 인구가 3억 명인데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도 5000만 명 가까이 됩니다. 6명 중의 한 명인 셈입니다.
의료보험이 없으면 예방주사 한대 맞는데 백 달라, 의사와 만나 비록 1분이라도 상담 한번 받는데 150~200달라, 가장 쉬운 수술인 맹장 수술을 받는데 2만 달라 넘게 들기도 합니다. 미국은 돈이 없으면 수술 한번 받기가 참 어려운 나라입니다.
그러니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 사람들은 타이처럼 의료가격이 싼 나라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수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런 불합리한 미국 의료제도를 고치려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 치료 못 받는 사람은 없게 하자는 것이죠.
북조선의 무상의료제도는 어떻습니까. 예전에는 의료제도가 괜찮았지만 지금은 말로만 무상이지 사실 병원에 가면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약을 장마당에서 사서 치료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무상치료제든 유료치료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이 최대한 적은 나라가 훌륭한 의료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제도가 만 점짜리인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라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북한의 실정은 장단점을 따지기도 힘든 사정입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 의료제도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북조선이 하루 빨리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복귀해 인민들에게 질 좋은 의료제도를 보장해주길 간절히 원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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